간암학회, 2월 2일 '간암의 날' 맞아 고령 간암 치료에 목소리
65세 이상 간암 환자, 2017년 기준 전체 환자의 45.9% 달해
80세 이상 환자, 2008년 4.3%→2028년 21.3%로 5배↑예측
고령 진행성 간암 환자 40.2%, 치료 포기…고령에서 치료율↓
인구 고령화로 간암에도 고령화 추이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지만, 적지 않은 고령 간암 환자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령일수록 치료 효과가 낮고 당뇨병·고혈압 등의 동반 질환이 많아 부작용도 클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인데, 실제 고령 간암 환자도 비고령 환자와 비교해 치료 성적에 차이는 없다는 것이 간암 의료진들이 내놓은 결론이다.
대한간암학회는 지난 2일 제7회 간암의 날 기념식을 열고 고령 간암 현황을 이와 같이 밝히며 고령 간암 환자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간암학회 이한아 기획위원(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전체 간암 환자 수는 줄고 있는데 80세 이상 인구에서 연령표준화발생률은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80세 이상 간암 환자는 2008년 4.3%에서 2028년 21.3%로 5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실제 간암학회 간암등록사업위원회가 무작위 간암등록사업 자료를 통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새롭게 간암으로 진단받은 1만5,186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65세 이상 고령 환자는 2008년 35.5%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7년 45.9%에 달했다.
국내 고령 간암 환자는 비고령 환자에 비해 동반 질환 비율이 높았다. 당뇨병 동반율이 34.8%(비고령 21.0%), 고혈압 동반율이 52.4%(비고령 23.8%)에 달했다. 또 신장기능과 간기능이 떨어진 경우도 더 많았다.
고령은 비고령에 비해 B형간염 관련 간암 비율이 29.7%로 비고령(68.1%)보다 적었지만, C형간염(18.1%vs.6.1%), 알코올성 간질환(16.8%vs.7.9%), 기타 간질환(28.0%vs.10.0%) 관련 간암 비율은 고령에서 더 높았다.
무엇보다 고령 간암 환자는 적극적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간암등록사업 자료에 따르면, 고령 간암 환자는 비고령 환자에 비해 간암 진단 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고령 환자는 25.5%가 치료를 포기했고, 비고령 환자는 16.9%가 치료를 포기했다.
특히, 혈관 침범이나 간외 전이를 동반하는 진행성 간암의 경우 치료를 받지 않는 고령 환자가 40.2%에 달했다. 이는 비고령 환자(21.4%)의 두 배의 달하는 수치였다.
또한 적극적 치료로 완치가 가능한데도 완화치료만 받는 경우도 고령에서 더 많았다. 간절제나 고주파열치료술로 완치가 가능한 조기 간암에서 비고령 환자에 비해 고령 환자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을 받는 경우가 83.8%에 달했다. 비고령 환자(68.4%)에 비해 적극적 치료를 덜 받는 것이다.
이한아 기획위원은 "고령 간암 환자에서 치료를 받지 않거나 덜 침습적인 치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나 최근 간암 환자의 기대 수명 증가로 이러한 치료 경향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며 "특히, 적극적 간암 치료는 연령과 무관하게 생존율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령 환자의 간암 치료 성적은 비고령 환자에 비해 낮지 않았다. 이한아 기획위원은 "국내외 연구에서 고령과 비고령 간암 환자의 치료 성적에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다수 동반 질환을 가진 고령의 환자에서도 근치적 치료법인 수술이나 고주파열치료술 후의 생존율이 비고령 환자에서와 차이가 없었을 뿐 아니라, 조기 간암을 지난 병기에서도 경동맥화학색전술이나 방사선치료, 면역항암제 치료 후의 생존율에서 고령과 비고령 환자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고령 환자는 여러 동반 질환 때문에 부작용이 더 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간암 의료진들은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기획위원은 "수술 기법과 수술 후 관리의 향상으로 고령 환자도 안전하게 간 절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간기능과 전신 상태가 좋은 고령 환자에서 수술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여러 연구에서 고주파열치료술 후 합병증 발생 빈도가 고령과 비고령 환자에서 차이가 없으므로, 수술적 절제가 여의치 않은 고령 환자에게 이 국소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들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도 고령 환자의 부작용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 대표적인 최신 치료가 경동맥방사선측정술과 면역치료제다.
이한아 기획위원은 "경동맥방사선측정술은 최근 세계적으로 시술이 증가하는 치료"라며 "방사선동위원소를 포함한 미세구를 간동맥으로 주입하는 체내 방사선 치료법으로 경동맥화확색전술에 비해 통증이나 발열이 적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동맥방사선측정술은 치료 후 삶의 질이 높은 치료법으로 고령 환자에게 가능하다"며 "더 안전하게 실행 가능한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도 역시 고령 환자에게 부작용이 적은 치료제로 꼽힌다. 표적치료제에서 약제 관련 이상반응으로 고령에서 약제 중단에 이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면역항암제는 보다 우수한 항암효과를 보이면서도 고령 환자에 부작용이 적어 삶의 질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기회위원은 "새롭고 효과적이며 안전한 치료법의 도입으로 고령의 간암 환자에서도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면 비고령 환자들과 유사한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고령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해 예후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