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선 전이 '예측 불허'…진행 10% 불과
조금 늦게 수술해도 예후 크게 안 달라져
1㎝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은 치료 결정을 의사가 하지 않고 암 환자가 하는 독특한 암이다. 수술을 해서 갑상선암을 떼어낼 것이냐, 암을 그냥 둔 채 적극적으로 검진만 하며 지켜보느냐를 온전히 갑상선암 환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문재훈 교수는 대한내분비학회 유튜브 채널 '내 몸의 호르몬 밸런스'에서 1㎝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 치료 결정과 관련해 "의료진이 아니고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며 "환자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암 치료 방향을 정하는 것인데, 비의료인인 갑상선암 환자가 선택할 수 있고 그 의사결정이 치료 방향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1㎝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 '수술' vs '적극적 감시'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전민지 교수는 "작은 갑상선암이어도 처음에는 이게 착한 암인지 잘 몰랐었기 때문에 예전에는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고 동위원소치료까지 연결해서 상당히 적극적인 치료를 했었다"며 "열심히 치료해봤더니 예후가 너무 좋았고 이 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들을 알게 되면서 최근엔 최소한의 치료로 최대의 효과를 나타내고자 하는 쪽으로 치료가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치료로 작은 갑상선암 치료 방향이 바뀐 이유는 더 있다. 전 교수는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면 평생에 걸쳐서 갑상선호르몬 보충을 해야 하고 그것이 삶의 질 측면에서 환자에게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갑상선 전체를 제거하던 것을 최근엔 일부만 절제하는 것이 기본치료가 된 데다 그것을 지나서 '아예 수술을 하지 않고 지켜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들이 나오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작은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않고 지켜봐도 정말 괜찮은 것일까?
문재훈 교수는 "적극적 감시라는 개념은 갑상선암과 전혀 관계없는 이유로 사망하신 분들을 부검해봤더니 1,000명에 100명 정도인 10%에서는 갑상선암이 발견됐다는 연구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며 "살아있는 동안은 전혀 알지 못하고 지내던 갑상선암이 부검을 했더니 발견된 것이고, 이렇게 발견된 갑상선암 크기가 대부분 3~4㎜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이러한 통계들이 나오면서 의사들이 '그렇다면 갑상선암이 아주 작은 경우에는,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초기라고 하는 경우에는 이게 진행하지 않고 평생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가만히 있지 않더라도 굉장히 느리게 진행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갑상선암을 그냥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궁금증은 실제 임상 연구로 이어졌다.
문재훈 교수는 "일본에 있는 구마병원의 이토 박사(외과의사)가 자신이 보던 갑상선암 환자 중에 종양 크기가 1㎝ 이하이고 임파선 전이가 증명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 1,000명을 10년 넘게 지켜봤다"며 "10년 동안 그 중 10% 정도는 암 크기가 커지거나 아니면 주위의 경부 임파선으로 암이 전이가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90%는 전혀 진행하지 않아 수술하지 않고도 잘 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교수는 "그래서 이런 결과들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들이 다른 나라에서 재현이 되면서 아주 작은 갑상선암인 경우에는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도 가능하겠구나라는 생각들을 갖게 됐고, 실제 국내 진료지침에도 그런 의견이 반영돼 있다"고 언급했다.
1㎝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은 진행될 확률이 다른 암에 비해 크게 낮지만, 모든 작은 갑상선암 환자에게 그냥 지켜보자고 권할 수 있는 암은 아니다. 그 이유는 임파선 전이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전민지 교수는 "진료를 보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임파선 전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임파선 전이라는 것은 사실 크기 변화와는 다르게 예측이 안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적극적 감시'를 아주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작은 갑상선암은 임파선 전이와 갑상선 절제 시 부작용 등 수술과 적극적 감시의 위험도와 이득에 대해서 암 환자가 원하는 쪽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재훈 교수는 "어떤 환자는 암세포가 몸에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불안해 빨리 수술하고 싶어 하는 반면 어떤 환자는 몸에 칼을 대는 것 자체를 겁내한다"며 "분당서울대병원과 몇 개 병원이 모여 진행한 임상연구의 중간 결과를 보면 적극적 감시를 선택한 환자들은 본인 의견과 인터넷, 미디어를 많이 참조하는 것으로 나오고, 수술을 선택하는 환자들은 가족 의견을 많이 듣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민지 교수는 "적극적 감시 대상이 되는 초기 갑상선암은 치료가 조금 늦어진다고 해서 전혀 예후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로서는 어느 것도 위험한 치료는 아니기 때문에 본인 입장에서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