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바닥농포증, 흡연·스트레스·감염·약물 등이 증상 악화 유발
재발·악화 반복돼 도포제·광선치료·약물 복용 등 치료 필요하다
보습제로 피부 촉촉하게 유지…편한 장갑 착용해서 피부 보호를
손바닥과 발바닥에 농포 같은 것이 생기면 면역이 약한 탓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습진과 비슷해 보이는 희귀질환 '손발바닥농포증'은 생각과 달리 면역기능이 과하게 활성화돼 나타나는 종류의 만성피부질환이다.
손발바닥농포증 환자는 흔하지 않지만 한 번 걸리면 흡연, 스트레스, 감염, 약물 등의 외부요인에 의해 재발하거나 악화되기 쉽다. 이 병은 건선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기도 하며, 손발바닥 농포 건선으로 불리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조성진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에서 "손발바닥농포증은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아마 면역체계 기능장애와 관련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환자의 면역체계가 건강한 피부세포를 공격해 농포를 비롯한 다른 여러 피부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면역이 저하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손발바닥 피부에서 어떤 특정 면역기능이 과다하게 활성화돼 있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손발바닥농포증 주요 증상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농포가 생기는 것이다. 조성진 교수는 "처음에는 2~3㎜ 정도의 투명한 수포로 시작해 노란 고름 물집으로 변하는데 이것을 농포라고 한다"며 "농포가 많아지면 서로 뭉치거나 크기가 커질 수 있고 주변 부위로 붉게 발적이 생기거나 부기, 피부 통증 등을 동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때 손톱 주변에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 손톱 모양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조 교수는 "며칠 혹은 1~2주 정도 후 증상이 호전되면서 갈색 딱지나 반점을 남기고 피부가 벗겨지면서 각질이 생길 수 있다"며 "그렇지만 이렇게 호전 경과를 보이다가 다시 악화되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만성질환으로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희귀질환인 손발바닥농포증은 서양인보다 한국인, 일본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 좀 더 흔하며 일반적으로 40대 후반 중년 이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조성진 교수는 "외국의 경우에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조금 덜 뚜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발바닥농포증을 악화시키는 데는 유전적 특징, 환경적 요인이 기여한다. 조 교수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손발바닥농포증이 생길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다"며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흡연이나 스트레스, 감염, 특정 약물 등이 증상을 악화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흡연은 손발바닥농포증 악화와 강력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흡연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조성진 교수는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도 급성 악화의 유발 요인"이라며 "따라서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만도 손발바닥농포증과 연관성이 있다. 때문에 비만인 환자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를 통해 체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불포화지방산이나 복합탄수화물, 섬유소가 좀 더 많은 식단이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이 질환에 현재 특정 음식이 도움되지는 않는다.
조 교수는 "아직까지 손발바닥농포증에 특별히 효과가 증명된 음식은 없다"며 "특별한 음식을 섭취하려고 신경쓰는 것보다 적절한 열량과 균형잡힌 식단을 섭취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손발바닥농포증은 피부 병변이 넓지는 않아도 주로 손바닥이나 발바닥을 침범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큰 불편함을 초래하며 만성질환으로 악화와 재발을 반복하기 때문에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를 통해 농포의 수와 중증도를 줄이고 통증과 가려움증을 개선할 수 있다.
치료는 도포제, 광선치료, 약물 복용 등으로 이뤄지는데, 병의 중증도에 따라 여러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기도 한다. 조성진 교수는 " 도포제는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 중 하나로 피부에 직접 발라서 염증을 줄이고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며 "중증도에 따라 강도가 세거나 약한 스테로이드연고를 잘 선택해서 사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좀 더 심한 환자들은 특정 파장의 자외선을 병변에 쪼여주는 광선치료를 하거나 또는 약물 복용을 고려한다. 경구용 약물은 일반적으로 도포제보다 효과가 좋지만 부작용 예방을 위해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기 때문에 꼭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또 만성질환인 손발바닥농포증은 여러가지 외부 요인에 의해 재발하거나 악화되기 쉽기 때문에 올바른 관리 습관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위생을 위해 순한 비누로 손과 발을 깨끗하게 유지하되 너무 자주 씻는 것은 좋지 않고 손발을 씻은 후에는 항상 보습제를 잘 발라줘야 한다"며 "손발바닥에 핸드크림이나 바세린과 같은 보습제를 자주 사용해서 촉촉한 상태를 유지해주면 피부를 진정시키고 염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성진 교수는 "손발바닥에 물리적, 화학적 자극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평소에 편한 신발과 장갑을 착용해 자극을 줄이고 상처가 나지 않게 보호하는 것도 좋다"며 "어떤 환자는 억지로 농포를 터뜨리고 각질을 떼어내려고 하는데 그러면 안 되고 꽉 끼는 신발이나 장갑은 피해서 자극을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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