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솔' 호르몬의 과분비로 인해 체중 증가된 것
몸 전체 비대, 단순 비만…팔·다리만 가늘 땐 의심을
당뇨병·고혈압·부정맥 등 유발…원인 제거가 해결책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를 나잇살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잇살 같은 단순 비만이 아닌 이유로도 체중이 갑자기 불어날 수 있다. 코르티솔 호르몬의 과분비로 인한 쿠싱증후군(쿠싱병) 같은 희귀질환으로 인해 갑자기 비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허규연 교수는 대한내분비학회 유튜브 채널 '내 몸의 호르몬 밸런스'에서 "체중 증가를 단지 단순한 비만으로 생각하고 체중을 빼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는데 잘 빠지지 않고 또 자꾸자꾸 설명되지 않게 체중이 증가한다면 혹시 단순 비만이 아니라 다른 원인이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며 이때 의심해봐야 하는 질환 중 하나로 호르몬 과분비 질환인 쿠싱증후군을 제시했다.
쿠싱증후군은 부신에서 혹 같은 것이 생겨서 그곳에서 코르티솔 호르몬이 과하게 나오거나, 우리 몸의 호르몬 조절 중추인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하게 나오거나 제3의 엉뚱한 장기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 과하게 나오는 상태가 원인이 되는 질환을 통칭해서 말한다.
또 간혹 다른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도 쿠싱증후군이 발생하기도 한다. 쿠싱증후군은 인구 100만명 당 5~10명에게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국내에는 250~500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비만과 쿠싱증후군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비만은 그 자체로 병으로 지목될 만큼 인체 위험한 시그널이다. 쿠싱증후군은 비만에 더해 여러 가지 심각한 증상과 함께 다양한 합병증을 촉발한다.
허규연 교수는 "쿠싱증후군 합병증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로는 각종 대사질환들이 있을 수 있다"며 "내장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이 흔히 있을 수 있고 또 심혈관계질환으로 고혈압, 심혈관질환, 정맥색전증, 부정맥 등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르티솔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근골격계와 면역계마저 약화된다. 허 교수는 "골다공증, 그로 인한 골절, 근위축증 등이 있을 수 있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각종 감염에 취약하게 되면서 심각한 감염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면 생식샘자극호르몬을 감소시켜서 생식기에 호르몬 분비가 저하된다. 여성의 경우 월경장애나 무월경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여성과 남성 모두 성기능장애를 겪을 수 있다. 이외에도 쿠싱증후군은 우울증이나 정신증, 수면장애 등 신경정신질환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허규연 교수는 "간혹 신경과나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다가 쿠싱증후군이 발견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다"며 "또 피부 이상 소견이 매우 특징적인데, 자색 선조, 안면홍조, 멍, 피부에 색소침착이라든지, 상처 치유가 지연되는 증상, 탈모, 다모, 여드름 등이 동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쿠싱증후군은 치명적인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원인 제거가 필요하다. 허 교수는 "특히 심혈관계질환이나 감염성질환들은 쿠싱증후군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며 "따라서 쿠싱증후군은 그 원인을 빨리 제거해서 비정상적으로 과한 코르티솔을 정상화해 비정상적인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싱증후군은 단순 비만과 분명히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허규연 교수는 "우리가 흔히 보는 단순한 비만과는 체형이 다르다"며 "보통 비만이 있을 때는 몸통, 전체적으로 복부뿐만 아니라 엉덩이, 팔, 다리, 얼굴 다 비대해지는데 반해서 쿠싱증후군이 있을 때는 복부 비만은 두드러지는 반면에 팔과 다리는 가늘어지고 위축되는 형태의 특이한 비만 형태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복부에 살이 집중되면서 자색 선조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허 교수는 "멍이 쉽게 들고, 혈관이 터져서 피부에 빨갛게 붉은 반점이 있다던가 피부가 굉장히 얇게 약해지는 그런 것들도 특징적인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며 "또 얼굴에 살이 쪄서 달덩이처럼 될 뿐만 아니라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안면홍조까지 동반돼 있다면 이러한 증상들도 쿠싱증후군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중요한 사인"이라고 말했다.
쿠싱증후군일 때는 스크리닝을 해볼 수 있는 검사가 있다. 혈액이나 소변에서 코르티솔 등의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과하게 나오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해보면 된다. 허교연 교수는 "과분비 상태가 정말 맞다면 그 위치를 찾기 위해서 몇 가지 이미지 검사를 할 수 있다"며 "복부 CT라던가 뇌 MRI 촬영을 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정밀한 특수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쿠싱증후군은 수술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허 교수는 "쿠싱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어떤 혹 같은 것이 만일 부신에 있다면 그 혹을 제거하는 것, 뇌하수체에 있다면 뇌하수체의 혹을 제거하는 것 혹은 그 외에 엉뚱한 장소에 혹이 있다면 그 혹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 혹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또 혹을 발견했다고 했을 때도 완벽한 제거가 어려운 경우들이 있다. 허규연 교수는 "그럴 때는 최대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고 시행받되 필요할 때는 약물치료라던지 방사선치료를 추가적으로 고려해볼 수도 있다"며 "또 가장 극한 상황에서는 부신이라는 장기 자체를 아예 적출하는 것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로 쿠싱증후군 유발 요인을 제거했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은 필요하다. 허 교수는 "치료를 받고 완치된 상태라 하더라도 종종 재발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며 "반드시 정기적인 추적관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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