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기다리는 신약들②]에브리스디·솔리리스', 1년 이상 계류 중
전세계 유일한 경구용 SMA 치료제, '에브리스디'
여기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은 물론이고 기업의 영업 권리마저 뒷전이 된 사례가 있다. 바로 로슈가 개발한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이하 SMA) 치료제 '에브리스디(성분명 리스디플람)' 이야기다.
로슈는 지난 2020년 11월 식약처로부터 '5q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에 에브리스디 사용을 허가 받은 후, 이듬해인 2021년 7월 심평원에 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2023년 4월인 현재까지도 에브리스디의 급여 안건은 약평위조차 올라가지 못한 상황이다.
급여 신설 관련, 통상적으로 심평원이 제약사의 급여 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150일 이내 약평의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2년 가까이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에브리스디의 급여 심사가 지연된 배경에는는 바이오젠이 판매 중인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넨)'와 맞닿아 있다. 스핀라자는 전세계 최초로 개발된 SMA 치료제로 2018년 1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이듬해인 2019년 4월 급여가 적용됐다.
에브리스디의 경우 스핀라자와 동일 기전이며 적응증도 같기 때문에, 임상적 유효성과 약가 협상에만 문제가 없다면 스핀라자의 현행 급여기준으로 등재되기엔 무리가 없는 상황.
하지만 바이오젠이 2021년 말 스핀라자의 급여기준 확대를 신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스핀라자의 급여기준을 현행 3a형 환자에서 3형 전체로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스핀라자 유지치료에는 인당 연간 3억원 가까이 소요된다. 심평원은 보험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SMA 치료제에 대한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스핀라자의 급여 확대를 심사하는 동시에 투약을 유지 혹은 중단하는 사후관리 기준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적응증이 동일한 에브리스디의 급여 신설 논의는 투약 기준 설정 다음으로 미뤄졌다. 추후 스핀라자 급여 확대 시 에브리스디도 한꺼번에 확대된 기준으로 급여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스핀라자와 에브리스디가 서로 다른 투약법을 가졌다는 점이다. 척수강 주사를 맞아야 하는 스핀라자와 달리 에브리스디는 경구 투여가 가능한 시럽제다.
SMA의 특성상 흔히 발생하는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척수강 주사가 불가능한 환자에게는 에브리스디가 꼭 필요한 치료옵션이지만, 급여가 무기한 지연되면서 환자들의 치료 선택권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던 유지 투여 기준 설정 논의가 최근 한 장애인단체의 거센 반발로 인해 또다시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에브리스디를 기다리던 환자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SMA 환우회 문종민 회장은 "경구용 치료제를 우선 현재 급여 기준대로 급여 등재해 환우들이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후, 스핀라자의 급여 기준 및 급여 중지 기준 설정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지금 당장 새로운 경구용 치료 옵션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의 절박함에 귀 기울여야 할 때"라고 피력했다.
에브리스디의 이 같은 급여 지연은 기업의 영업 권리 역시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로슈 입장에서는 식약처 허가를 받고도 2년 반 가까이 제품 출시를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브리스디는 약가참조국인 A8 국가(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스위스, 캐나다, 일본) 모두 허가 1년 이내 급여 등재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증 시신경척수염 환자의 최후 보루된, '솔리리스'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영구적인 실명으로까지 이어지는 희귀질환으로 시신경척수염에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나왔다.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는 시신경과 척수의 염증으로 인해 비가역적인 신경학적 손상, 시력저하, 시력상실을 유발하는 시신경척수염 범주 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 치료에 최초로 허가를 받았다.
솔리리스는 국내에서 2021년 2월 시신경척수염 적응증에 대해 식약처 허가를 받았는데, 당시 솔리리스를 판매 중이던 한독은 그 해 10월 심평원에 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약제도 1년 반이 되도록 약평위 상정이 미뤄지고 있다.
한독은 당시 '2번 이상 재발 또는 리툭시맙 투여 후 재발한 시신경척수염(3차 이상의 말기 투여)' 치료에 급여기준 설정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수로 따지면 연간 3~5명이며, 1인당 예상되는 연간 치료비는 5억원 정도다.
하지만 심평원은 제약사가 신청한 3차 이상이 아닌 '4차 이상' 치료에 급여기준 설정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솔리리스의 급여 심사기간 중 앞단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 경구제가 급여 적용되며, 솔리리스의 사용 순서가 뒷단으로 밀렸다.
작년 11월 심평원은 '아자티오프린(Azathioprine)에 부작용이 있거나 반응이 없는 경우 또는 소아 및 청소년(만 2~18세) 항 MOG 항체 연관 질환 환자로서 스테로이드 치료 중 재발이 있는 경우'에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을 급여 적용했다.
그에 더해 2017년부터 시신경척수염 치료에 급여 적용되고 있던 '리툭시맙'의 급여기준을 '아자티오프린 또는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 경구제에 부작용이 있거나 반응이 없는 경우'로 개정했다.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 경구제가 2차 치료제로 급여 등재되면서 리툭시맙이 사실상 3차 치료제로 밀려났고, 자연스럽게 솔리리스의 치료 차수도 4차 이상 치료로 밀려난 것.
문제는 앞선 치료제 중 그 어느 것도 허가사항에 시신경척수염 치료 적응증을 가진 약제가 없다는 것이다. 즉, 미코페놀레이트 모페틸 경구제와 리툭시맙 둘 다 허가초과 사항으로 급여가 적용된 것이다.
시신경척수염은 면역억제요법으로 치료하더라도 25~60%는 지속적인 재발을 겪는다. 재발을 거듭할수록 예후는 나빠지며 뇌, 시신경 및 척수에 손상을 유발해 장기적인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시신경척수염 치료의 주 목표는 재발 예방이며, 솔리리스는 3상 임상인 PREVENT 연구를 통해 기존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이 지속된 환자에서 유의미한 재발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3상 임상시험을 통해 해당 질환에서의 임상적 유효성을 확인하고 허가사항에 유일하게 적응증을 가진 치료옵션이 가장 후순위로 치료 차수가 밀린 것이다. 솔리리스가 초고가 의약품임을 감안하면 급여 없이 환자가 조기에 솔리리스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앞선 치료제들의 급여 설정과 함께 솔리리스의 급여 심사가 재개되며 머지않아 약평위 상정이 기대되고는 있지만, 심평원으로서는 근거에 기반한 평가 부재와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