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부인종양학회, 인식제고 위해 6월을 '자궁체부암의 달'로 선포
자궁체부암 환자 수, 1991년 132명에서 2020년 3,492명으로 폭증
비만·당뇨병 환자↑… 저출산·다낭성난소증후군·타목시펜 등도 영향
질 출혈 증상으로 대부분 조기발견 가능…중증 환자 치료 환경 열악
바이오마커 맞춤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국내선 비급여로 접근성↓
부인암 의료진, 체중관리 등 건강 생활습관 촉구…산부인과 검진을
30년 전만해도 연간 발생 환자 수가 150명을 넘지 않았던 '자궁체부암'이 지난 2019년을 기점으로 국내 3대 부인암 중 1위로 역전됐고, 7년 뒤인 2030년에는 연간 신규 환자 수가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자궁 몸통에 생기는 자궁체부암의 급증세는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기현상이 아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 김재원 회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15일 열린 자궁체부암 인식제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자궁체부암 신규 환자 수는 3,800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국내에서 자궁체부암 환자가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최근 감소세를 보이는 '자궁경부암'에 비해 인식이 낮은 자궁체부암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이 유관 국제학회를 통해 글로벌에서 펼쳐지고, 국내에서도 자궁체부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할 수 있는 활동이 부인종양학회 주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김재원 회장은 "학회는 국제부인암학회와 함께 6월을 자궁체부암의 달로 정하고, 자궁체부암에 대한 인식제고 활동을 전개하려고 한다. 이제까지는 난소암과 자궁경부암의 인식제고에 나섰는데, 앞으로는 자궁체부암의 예방, 조기 진단, 치료에 집중하겠다"며 "6월을 자궁체부암의 달로 선포한다"고 천명했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궁체부암 전체 환자 수는 3만3,785명에 달한다. 자궁체부암 신규 환자는 1991년 132명, 2002년 927명에서 2020년 3,492명으로 폭증했다. 여타 선진국의 상황도 국내와 다르지 않다.
부인종양학회에 따르면, 선진국 여성암으로 꼽히는 자궁체부암은 미국에서 한 해 발생하는 암 중 4위를 차지할 만큼 이미 크게 늘었고, 곧 3위 대장암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인종양학회 민경진 부사무총장(고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국내도 자궁체부암이 3대 부인암(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체부암) 중 발생율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이날 지적했다.
민경진 부사무총장은 "현재 발생 속도라면 자궁체부암의 연간 발생 환자 수는 2030년 약 7,000명, 2040년까지는 약 1만4,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3년 동안 평균 발생 환자 수의 성장률도 5.1%에 달한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암'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자궁체부암이 이같이 늘어난 것은 비만 여성이 늘고, 비만한 사람에게 잘 생기는 당뇨병 유병율도 높아진 까닭이다. 또한 이른 초경, 늦은 폐경과 저출산,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 증가 등을 비롯한 여성호르몬 요인도 한 몫 했다.
여기에 더해 자궁체부암처럼 국내 발생율이 꾸준히 증가해온 선진국 여성암 '유방암'의 예방과 치료에 쓰이는 타목시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인 것은 자궁체부암은 다른 부인암에 비해 조기 발견이 쉽다는 점이다. 자궁체부암에서 가장 흔한 자궁내막암은 자궁 체부 중 내벽을 구성하는 자궁내막에 생기고, 자궁내막암은 초기부터 비정상 질 출혈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 초기에 비정상적 질 출혈 증상을 보이는 자궁내막암 전체 환자의 약 72%가 조기 진단된다.
민 부사무총장은 "초기에 진단된 환자 대부분은 수술치료만으로 치료가 종결되며, 5년 생존율도 97%로 예후가 매우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자궁체부암 환자의 국내 치료 환경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재발성 또는 진행성 자궁내막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 미만으로 그 예후가 매우 불량한데, 국내 치료 환경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낙후한 상황인 까닭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세포독성항암치료제가 재발성 또는 진행성 자궁내막암 치료에 쓰이는데, 글로벌에서는 재발성 또는 진행성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바이오마커로 불일치 복구결함(mismatch repair deficient, dMMR)/고빈도 현미부수체 불안정(microsatellite instability-high, MSI-H)이 있으면 면역항암제가 치료 반응이 좋은 것으로 입증되면서 치료법이 선회하고 있다.
민경진 부사무총장은 "진행성 또는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1년 미만"이라 "하지만 재발성, 진행성 자궁내막암 환자에서 면역항암제 치료 시 표준요법 대비 무진행 생존율이 46%, 전체 생존율이 35% 개선됐고, 나아가 항암치료에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해 환자들의 생존율을 개선시켜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돼 앞으로 치료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자궁내막암 치료제로 면역항암제가 허가는 돼있지만, 효과적인 면역항암제를 실제 환자들이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궁내막암 치료제로 젬퍼리(성분명 도스탈리맙)와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가 단독 혹은 병용 요법 치료제로 국내 허가는 됐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그나마 GSK의 항 PD-1 면역항암제 '젬퍼리'가 이달 14일 급여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한 것이 미충족 수요가 큰 재발성 또는 진행성 자궁내막암 치료에서의 개선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날 부인종양학회는 앞으로 자궁체부암 환자가 국내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자궁체부암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조기 발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도 같이 제시했다.
민 부사무총장은 "자궁체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통해서 체중 관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또 산부인과 진료를 통해서 조기 발견하는 것 역시 자궁체부암 극복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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