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성모병원 림프종&세포치료센터장 전영우 교수

감기 등을 비롯한 바이러스질환으로 발열과 같은 증상이 한두 달 넘게 지속된다면 의심해봐야 할 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캐슬만병(castleman disease)이다. 

여의도성모병원 림프종&세포치료센터장 전영우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에서 한두 달 감기 치료 등을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발열이 잡히지 않는다면 온 몸에 뻗어있는 림프절을 한 번 만져보던지 CT를 찍어보고, 이를 통해 몸 속 어딘가의 림프절 비대가 확인되면 조직검사를 해서 캐슬만병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캐슬만병에 특화된 증상은 없다. 이 병은 감기 같은 감염질환과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과 겹치는 지점이 있고, 암 유사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아주 특이한 병이다. 대부분의 증상은 무기력증으로 오는데, 이때의 무기력증은 너무 힘들어서 밥 먹기도 어려울 만큼 심각하다. 전 교수는 "심지어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환자도 있고, 옆에서 물 같은 것도 먹여줘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캐슬만병은 설명하기 쉽지 않은 희귀질환이다. 지난 1956년 림프절이 커져서 환자들이 급격히 나빠지는 케이스를 미국 의사 벤자민 케슬만 박사가 보고하면서 이 병은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캐슬만병의 원인은 대부분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HHV-8(Human herpesvirus-8, 에이즈 환자에게 호발하는 카포시 육종의 원인 바이러스)과 KSHV(카포시육종 헤르페스바이러스),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에이즈를 일으키는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가 그 가운데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행히 캐슬만병의 악화 기전은 어느 정도 규명됐다. 인터루킨6(IL-6)라는 사이토카인이 몸 안에서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다른 사이토카인들까지 연쇄적으로 증폭해 몸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전영우 교수는 "사이토카인의 하나인 IL-6는 내 몸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던 정상적인 물질인데, 너무 많이 분비되다보니 오히려 본인의 몸을 공격해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IL-6는 하나의 키(key) 사이토카인이 되어서 주변에 다른 사이토카인을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는 캐스케이드 형태로 분비를 유발한다. 그래서 맨 마지막에 자기의 면역시스템이 각종 주요 장기를 공격하게 돼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빠지게 되는 게 기본적인 컨셉"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늦게 발견되는 캐슬만병은 위중도가 높다. 전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몸을 심하게 망가뜨렸던 것과 거의 원리는 비슷하고, 그것보다 거의 더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환자들이 나빠지기도 하고 사망까지 이르게 되는 질환"이라고 질환의 심각성을 짚었다. 이런 일은 하루만에 벌어지는 것은 아니고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 동안에 벌어진다. 

전영우 교수는 "그 기간 축척되는 사이토카인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것이지 급격하게 번지지는 않는다"며 "열이 많이 나고 붓고 아프고 시름시름 앓는데, 중간에 사이토카인 폭풍을 끊지 못하면 간이나 골수, 신장 등 주요 장기를 침범해서 환자가 급격히 셧다운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주요 장기 기능을 상실해서 환자가 사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때로는 캐슬만병으로 3개월만에 환자가 사망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전 교수는 "그 경우를 따로 떼서 타프로(TAFRO) 증후군이라고 한다"며 "이것이야말로 사이토카인 폭풍, 코로나바이러스 환자와 거의 유사한 상황으로 환자가 나빠져서 사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타프로 증후군으로 이환될 때 사망률은 약 35%로 웬만한 4기 암 환자의 사망률과 유사하다. 이 병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암보다 더 무서운 질환일 수 있는 것이다. 

캐슬만병은 크게 림프절 한곳이 비대해진 단발성 캐슬만병과 여러 곳의 림프절이 비대해진 다발성 캐슬만병으로 나뉘는데, 진짜 문제는 다발성 캐슬만병이다. 다행히 단발성 캐슬만병이 다발성 캐슬만병보다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다. 또 20~30세 젊은 환자가 많고, 문제가 생기는 림프절이 하나이기 때문에 증상도 거의 없다. 실제 단발성 캐슬만병은 10년 전체 생존율이 95%로 상당히 예후가 좋다. 

전영우 교수는 "단발성 캐슬만병 환자는 우연하게 샤워를 하거나 옷을 갈아입다가 림프절이 만져지면서 병원을 찾게 된다"며 "이런 환자는 비대해진 림프절을 제거하면 추가 치료 없이 치료가 끝나버리는 것이 아주 흔하다"고 말했다. 즉, 림프절이 하나일 때는 수술로 도려내거나 너무 깊은 곳에 있으면 방사선치료 같은 것을 해서 그 자리에서만 없애버리면 된다. 다음에 또 생기면 다시 국소치료하면 된다. 

다발성 캐슬만병은 다르다. 단발성보다 40~60세의 고령 환자가 많고, 70세 환자도 적지 않다. 또 여러 곳의 림프절이 비대하기 때문에, 증상도 심하고 치료 기간도 상당히 길다. 과거에는 치료법도 상당히 복잡했다. 전 교수는 "이 병을 잘 모를 때는 이 병의 캐스케이드를 끊기 위해서 항암제를 사용했다"며 최근에는 IL-6억제제인 실반트(성분명 실툭시맙)로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치료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과거 실툭시맙이 없을 때도 세포독성 항암치료를 했고, 치료 성적도 훌륭했다. 하지만, 암 환자가 아닌데 항암치료를 하다보니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으로 부작용이 커 현재는 실툭시맙이 표준치료로 쓰이고 있다. 전영우 교수는 "16명의 환자에게 실툭시맙을 사용해보니 3개월만에 혈액학적 지표와 환자의 임상학적 지표가 빠르게 개선이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6개월 정도 실툭시맙을 썼을 때 활성화된 림프절이 대부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약을 끊으면 몇 달 사이에 다시 사이토카인이 재활성화되는 환자들이 나오기 때문에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한다. 그럼에도 표적치료제인 IL-6억제제가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전 교수는 "실툭시맙을 열심히 사용했지만 실패자도 발생한다"며 "그 환자들에 대한 출구 전략이 마땅치 않지만, 새로운 기전의 약제 개발들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