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안과 김상진 교수 “많은 환자들이 혜택받길”

김상진 교수가 첫 럭스터나 급여 적용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김상진 교수가 첫 럭스터나 급여 적용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은 올해 2월 유전성망막변성 유전자치료제  ‘럭스터나(Luxturna)’의 보험 급여 결정 이후 국내 1호 급여 혜택 환자에게 치료를 시도해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럭스터나는 ‘레버선천흑암시(Leber’s Congenital Amaurosis)’와 ‘망막색소변성(retinitis pigmentosa)’을 유발하는 RPE65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성망막변성 치료제로 지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았다.

RPE65 유전자는 망막에서 시각회로의 중요한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로, 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빛이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시신경으로 전달되기 어렵게 돼 심한 야맹증과 시력 저하, 시야 협착 증상이 나타나고 점차 심해져 실명에 이르게 된다.

김상진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김상진 교수.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2021년 7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럭스터나 수술에 성공한 김상진 교수팀은 약 3년 만에 급여화 이후 처음 시행하는 수술도 집도했다. 올해 2월 심평원에서 승인받은 삼성서울병원 환자 2명은 각각 3월과 4월에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두 환자가 앓고 있는 RPE65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전성망막변성은 망막 시세포 기능 저하로 어려서부터 심한 야맹증과 시력 저하, 시야 좁아짐, 눈떨림이 발생하며 결국에는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빛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밝은 곳에서도 캄캄한 어둠 속에 등불 하나 켠 수준의 빛만 감지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는 약 10만명 중 2~3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RPE65 유전자 변이에 의한 유전성 망막변성 환자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럭스터나는 인체에 감염병을 일으키지 않는 아데노연관바이러스에 RPE65 정상 유전자를 삽입한 뒤 환자 망막에 투여하여 변이 유전자 대신 정상 유전자가 작동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임상 시험 결과를 보면 치료 후 정상 수준의 시력을 회복할 수는 없어도 영구적인 시력상실을 막고,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빛 감지 능력을 높여주는 등 시기능 회복 효과가 있다. 올해 3월 첫 수술을 진행한 환자도 4월 수술 후 경과 확인 시 빛 감수성과 야간시기능이 개선됐다.

국내에서 럭스터나 가격은 양안에 약 6억5,000만원으로 미국, 일본보다 상당히 저렴하게 책정됐다. 급여 적용 시 환자본인부담금은 환자본인부담상한제 적용을 통해 소득에 따라 환자 당 최대 800여만원 이다. 수술 후 입원 기간도 짧아 수술 후 다음 날 퇴원도 가능하다. 양안 모두 수술 시 1주일 정도 간격을 두고 수술을 진행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번 수술이 희귀질환센터에서 빚어낸 주요 성과 중 하나라고 자평했다. 삼성서울병원 희귀질환센터는 올해 1월 ‘서울권역 희귀질환 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 희귀질환 전문기관은 희귀질환자에 대한 진료 및 연구, 희귀질환 등록통계 사업 등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국가에서 지정한 희귀질환전문기관이 진행하는 세부사업에는 희귀질환임상코호트 구성도 포함된다. 임상코호트를 바탕으로 신약 임상시험을 적극 유치해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환자 질환모델이 구축되면 해당 연구와 연동해 치료제 개발에 기여한다. 또 희귀질환과 연관된 국책사업도 제안하고 수행한다. 

현재 진행하는 유전자치료제 연구에는 레버선천흑암시와 같은 유전성 망막변성질환 외에도 신경유전질환, 선천대사질환, 피부신경증후군, T림프구성 백혈병, TKI불응성 뇌전이암, 신생아 뇌실내 출혈, 미숙아 기관지폐형성 이상 등 다양한 질환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상진 교수는 “3년 전 도전했던 레버선천흑암시 환자 수술이 첫 시도에 그치지 않고 약제 급여화를 통해 이어갈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치료제가 만들어진 후에도 비용 문제로 실제 치료로 이어지기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이번 럭스터나 급여화를 통해 많은 환자분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유전성망막변성의 100개가 넘는 원인 유전자 중 현재까지 단 한 개의 유전자에 대한 치료제만 상용화돼 있어, 향후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더욱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 이지훈 희귀질환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이번 수술 성과는 희귀난치질환 환자 등록부터 수술비 급여화와 같은 국가정책 구성까지 마련돼 희귀질환 치료에 대한 주요 본보기가 됐다”며 “많은 희귀난치질환 환자들이 이와 같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삼성서울병원 희귀질환센터는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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