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리반트' 피하주사제, 부작용 줄이고 투약 편의 높여
"'렉라자', 美 시장 진출 및 점유율 확대에 날개" 평가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 중인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에선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과 관련된 다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청년의사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 중인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에선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과 관련된 다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청년의사

[시카고=김윤미 기자] 얀센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의 피하주사 제형이 기존 정맥주사제와 약동학적 동등성은 입증하고 부작용인 주입반응(IRR) 및 정맥혈전색전증(VTE) 위험은 크게 줄이면서 제형 개선에 성공했다.

오는 8월 MARIPOSA 연구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기대하고 있는 국산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역시 병용 약물인 리브리반트의 제형 개선에 힘입어 미국 시장 진출 및 점유율 확대에 힘을 받을 전망이다.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진행 중인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4)에선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과 관련된 다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받았다.

현재 미국 승인 심사를 받고 있는 3상 임상 MARIPOSA 연구의 고위험군 분석부터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제형의 동등성 및 효과를 평가한 3상 임상 PALOMA-3 연구, 그리고 1/1b상 임상인 CHRYSALIS-2 연구의 비정형(atypical) EGFR 변이 코호트에 대한 분석 결과 등이 발표된 것이다.

'리브리반트+렉라자' 1차 치료, 고위험군에서도 일관된 효과

가장 먼저 학회 첫날인 5월 3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UAB) 엔리케타 펠립(Enriqueta Felip) 교수는 MARIPOSA 연구에 포함된 고위험 환자군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통상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는 나쁜 예후가 예상되는 고위험 환자군이 있는데, 진단 당시 뇌전이(~37%)나 간전이(~16%)를 동반하거나 TP53 변이를 동시에 가진 경우(~50%), 그리고 혈장 내 ctDNA가 검출되는 경우(~70%)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연구진은 MARIPOSA 연구에 포함된 이런 고위험 특징을 가진 환자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1차 치료의 효과를 분석했다.

MARIPOSA 연구는 진행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타그리소(성분명 오사머티닙)' 대비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을 비교 평가한 3상 임상시험이다. 앞서 발표된 연구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1차 치료는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키며(HR 0.70) 무진행생존기간(PFS) 연장 혜택을 입증했다.

이번 분석 결과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이 같은 PFS 혜택은 뇌전이(HR 0.69), 간전이(HR 0.58) 동반 및 바이오마커 고위험군(TP53 변이군 HR 0.65, 베이스라인 ctDNA가 검출군 HR 0.68/치료 9주차 ctDNA 검출군 HR 0.49)에서도 일관되게 관찰됐다.

펠립 교수는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은 고위험 하위그룹에서도 오시머티닙 대비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유의미하게 개선시켰다"라며 "해당 병용요법은 고위험 특징을 가진 환자들에게 월등히 더 좋은 무진행생존 결과를 제공함으로써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새로운 표준요법이 될 수 있는 유망한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투약시간 5분으로 단축

이날 같은 세션에서 캐나다 프린세스 마거릿 암 센터(Princess Margaret Cancer Centre) 나타샤 B 레이글(Natasha B Leighl) 박사는 이전에 타그리소와 화학요법에도 질병이 진행한 불응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렉라자와의 병용요법으로 리브리반트의 정맥주사제와 피하주사제를 비교 평가한 3상 임상 PALOMA-3 연구의 첫 번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정맥주사제로 허가 받은 리브리반트는 약물을 투약하는 시간만 해도 4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투여 환자의 67% 정도가 주입 관련 반응(IRR) 부작용을 보고하는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이에 얀센은 리브리반트의 투약 시간을 단축과 투여 빈도 개선을 위한 피하주사제 개발 연구인 PALOMA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이날 그 중 하나인 PALOMA-3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해당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렉라자와의 병용요법으로서 기존 정맥주사제와 비교한 약동학적 비열등성이었으며, 2차 평가변수로는 객관적반응률(ORR), 무진행생존기간(PFS), 반응지속기간(DoR), 환자 만족도 조사 및 안전성 등이 설정됐다. 탐색적 평가변수로는 전체생존기간(OS)을 지정했다.

결과적으로 렉라자와 병용한 리브리반트 피하주사제는 정맥주사제와의 약동학적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객관적반응률(ORR)에 대한 비열등성도 충족했으며, 6개월 이상 반응을 유지한 환자의 비율은 피하주사제 투여군에서 두 배 이상 많았으며(29% 대 14%), 반응지속기간(DoR)은 피하주사제 투여군이 11.2개월, 정맥주사제 투여군이 8.3개월로 나타났다.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7개월 차에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피하주사제 투여군에서 6.1개월, 정맥주사제 투여군에서 4.3개월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진 않았지만 수치상 연장된 결과를 보였다(HR 0.84, P=0.20).

특히 이번 발표에선 탐색적 분석인 전체생존(OS) 데이터도 포함됐는데, 정맥주사제 대비 피하주사제의 OS 위험비는 0.62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장 효과를 보였다.

두 제형간 치료 관련 이상반응 프로파일은 유사했으며, 두 제형 모두 사망으로 이어진 부작용은 드물었다. 하지만 치료 중단 임상반응 발생률은 피하주사제 투여군에서 9%, 정맥주사제 투여군에서 12%였다.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주입 관련 반응(IRR) 부작용이었다. IRR이 관찰된 환자의 비율은 피하주사제 투여군에서 13%인 반면 정맥주사제 투여군에서는 66%로 나타나 5배 이상 많았다. 4/5등급의 IRR은 양 군에서 모두 보고되지 않았으며, 대부분의 IRR은 투여 첫 사이클에 발생했다. 치료 중단으로 이어진 IRR은 피하주사제 투여군에선 없었으며, 정맥주사제 투여군에서는 4건이 발생했다.

레이글 박사는 안전성 평가 결과 중 정맥혈전색전증(VTE)을 예의주시했다. 해당 연구에서 예방적 항혈전요법은 양 군에서 동일하게 이뤄졌으며(80% 대 81%), VTE 발생률은 예방적 항혈전요법을 받은 환자에서 10%, 받지 않은 환자에서 21%로 각각 보고됐다.

예방적 항혈전요법을 받은 환자에서 발생한 3등급 이상의 출혈 사건은 양 군 모두 드물었다. 하지만 예방적 항혈전요법 여부와 상관 없이 리브리반트 정맥주사제 투여군에 비해 피하주사제 투여군에서 VTE 발생 빈도가 적었다.

기존 정맥주사제가 첫 투약 시 약 5시간이 소요됐다면, 피하주사제는 이를 단 5분으로 단축시켰다. 환자들 역시 피하주사제의 편의성을 정맥주사제보다 더 높이 평가했다.

레이글 박사는 "레이저티닙과 병용한 아미반타맙 피하주사제는 기존 정맥주사제와 비교해 효과 면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며 "여기에 더해 주입 관련 반응 및 정맥혈전색전증의 발생은 더 낮았고, 환자들의 편의성은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 비정형 변이 환자에서도 효과

한편, 학회 둘째 날인 6월 1일에는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인 조병철 교수가 CHRYSALIS-2 연구의 비정형(atypical) EGFR 변이 코호트에 대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일반적으로는 EGFR 변이로 엑손19 결손(Exon19 del)이나 엑손21 L858R 변이를 떠올리지만, 엑손20 삽입 변이를 포함해 G719X, S768I, L861Q 등과 같은 비정형 변이들이 흔하지 않은 EGFR 변이에 속해 있다.

문제는 이런 비정형 EGFR 변이를 가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흔한 유형의 변이(Exon19 del, Exon20 L858R)를 가진 환자들보다 임상적 예후가 나쁘다는 점이다. 예컨대, 흔한 EGFR 변이를 동반하거나 동반하지 않은 비정형 변이 환자 경우, 2세대 EFGR TKI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이나 3세대 약제인 '타그리소'로 치료했을 때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각각 10.7개월, 9.4개월에 불과했다.

이에 조 교수는 오로지 '비정형 변이만을 가진 환자'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 효과를 평가한 CHRYSALIS-2 연구의 코호트 C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은 비정형 변이를 가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도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치료 경험이 없는 하위그룹에서 보여준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의 객관적반응률(ORR)은 57%였으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는 19.5개월이었다.

특히,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이 1차 치료 세팅에서 보여준 치료 중단까지의 기간(Time to Treatment Discontinuation, TTD)은 14.0개월, 2년 생존율은 79%로 나타나 리얼월드데이터(TTD 3.2개월, 2년 OS 44%)보다 수치상 월등히 높은 결과를 보여줬다.

이전에 치료 이력이 있는 하위그룹에서도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은 ORR 48%, mPFS는 7.8개월이었다.

안전성 프로파일은 이전에 보고된 것과 일관된 결과를 보였고, 새로운 안전성 징후는 없었다.

조 교수는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은 비정형 EGFR 변이를 가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도 임상적으로 의미 있고 지속적인 항암 활성을 입증했다"며 "이로써 해당 병용요법은 흔히 볼 수 있는 EGFR 변이(Exon19 del, L858R)뿐만 아니라 엑손20 삽입 변이, 그리고 비정형 변이 환자에서까지 효과를 입증하며 가장 광범위한 EGFR 변이 환자에서 쓸 수 있는 표준 치료 옵션임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국산 신약 '렉라자', 美 진출 앞두고 핑크빛 전망 잇따라

연세암병원 조병철 폐암센터장 ⓒ청년의사
연세암병원 조병철 폐암센터장 ⓒ청년의사

발표 후 만난 조병철 교수는 이번 학회에서 발표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 연구들에 대해 총평하며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PALOMA-3 연구로 MARIPOSA 치료법은 날개를 단 격"이라며 "조만간 미국에서 MARIPOSA 연구를 기반으로 한 리브리반트와 렉라자 병용요법이 허가만 된다면,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제형에 힘입어 1차 치료 옵션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건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조 교수는 비정형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이 NCCN 가이드라인에 우선 권고되는 치료법으로 등재될 가능성도 점쳤다. 현재 '지오트립이'이 해당 환자 치료에 권고되고는 있지만, CHRYSALIS-2 연구의 코호트 분석과 같은 확실한 근거는 갖추고 있지 않아 이번 연구 결과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 우선(preferred) 권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얀센은 현재 심사 중인 MARIPOSA 연구의 승인 이후 비정형 EGFR 변이 환자에 대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의 적응증 확대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MARIPOSA 연구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 결정은 8월 중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산 신약 렉라자 역시 올해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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