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휴진 감행할 만큼 유지 어려워진 대학병원
"신규 전문의 나와도 몇백 명 그칠 것" 커지는 우려
지속 가능한 체계로 전환을…"합리적 결정 필요해"

대학병원은 교수들이 전체 휴진을 감행할 정도로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대병원 휴진 첫날 원내 모습. ⓒ청년의사
대학병원은 교수들이 전체 휴진을 감행할 정도로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대병원 휴진 첫날 원내 모습. ⓒ청년의사

전공의가 떠나고 신규 전문의는 들어오지 않아 '대학병원'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유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이라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하은진 교수는 지난 3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의료개혁, 국민이 말하다' 출판기념회에서 "전공의가 복귀하지 못하는데 현재 대학병원 시스템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 교수는 "서울대병원 인력 중 전공의는 40%지만 진료 담당 비중은 60%에 이른다. 특히 야간과 주말 진료는 전공의가 담당하는 비중이 상당했다"며 "이들이 빠져나간 뒤 진료를 평소의 60~70% 선에서 유지하고 있으나 계속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 교수는 "결국 추가적인 전문의 인력 보충이나 진료 형태를 다른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진료를 축소한다면 그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중증과 희귀질환자처럼 반드시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 위주로 진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는 미래 의료전달체계 역시 이렇게 돼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신규 전문의 배출도 여의찮다. 대한의학회는 "내년 전문의 시험을 진행해야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복귀 전공의가 전체의 7% 정도다. 이 중에서도 4년 차를 마치고 전문의 시험 응시 대상인 전공의는 재응시 전공의를 합쳐도 몇백 명 되지 않는다. 한 해 전문의 시험 응시자가 3,000명 정도였는데 내년에는 이 시스템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은 "지난주 청문회로 세 가지가 명확하게 정리됐다. 2,000명 증원은 근거가 없다. 2,000명 증원 정책 외 다른 대안은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면 3~4주 안에 해결되리라 판단했다. 이게 정부의 대답"이라면서 "이런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평생을 의료업에 종사했고 앞으로도 종사할 우리 의료인으로서는 정책 실패가 명확히 보이는 데 따라갈 수는 없다"고 했다.

의료계는 이제 정부가 의료계와 마주 앉아 지속 가능한 의료 체계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의대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계 단일안을 요구한다. 그러나 의사 사회가 단일안을 내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 연구 사업이 평가를 거쳐 단일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한의학회도 (의사 수 추계) 연구를 하고 정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기구도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위원장은 "컨센서스가 이뤄지면 좋겠지만 결정은 정책결정권자가 하는 일이다. 우리는 제안할 뿐이다. (정책 결정권자가) 합리적으로 결정하길 바란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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