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단연·희귀질환연합회·한유총, 4일 환자 집회 열어
"의료공백의 신속화 정상화·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어떤 일이 있어도 아픈 사람에 대한 의료 공급이 중단되어서는 안 되며, 의료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불안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가 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의료공백의 신속한 정상화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3개 단체는 이날 촉구문을 내고 "2024년,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국민은 무책임한 정부와 무자비한 전공의·의대교수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며 분노와 불안, 그리고 무기력에 빠졌다. 특히 당장 병원을 드나들어야 하는 암 환자 및 중증질환 환자와 희귀난치성질환 환자, 그리고 환자의 가족들은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다"고 호소했다.
의료공백 136일째인 오늘까지 의정갈등의 해결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아 아픈 몸을 이끌고 불볕 더위에 집회에 참여해야 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처지도 짚었다.
3개 단체는 "계속되는 피해와 불안을 더는 참을 수 없어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직접 거리에 나섰다"며 "오늘 이런 환자 집회가 있다는 소식에 대해, 온라인상에는 ‘환자라면서 어떻게 집회를 한다는 거냐, 나이롱환자 아니냐?’라는 비아냥거림이 댓글로 달렸다. 그런 댓글을 보아야 하는 것 역시 우리에겐 피해이고, 고통"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아픈 환자임에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고, 앞으로의 치료 길이 막힐까 불안에 떨어야 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현실을 개탄했다.
3개 단체는 "아픈 사람, 치료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필요한 때에 마음 편히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것도 피해이고, 예정된 검사나 수술이 연기되는 것도 피해이며, 아프거나 다쳐서 병원을 찾았을 때 거부당하지는 않을지 걱정해야 하는 것 역시 피해"라며 "암과 중증질환, 희귀난치성질환, 만성질환으로 아파본 당사자이자,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곁을 지킨 환자 가족으로서, 누구도 이런 일로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월 19일 전공의가 집단 사직을 한 뒤 의료현장에서 벌어진 국내 의료의 현실을 짚으며 의료제도의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3개 단체는 "전공의 집단 사직 뒤 당장 예정돼 있던 입원과 검사, 시술과 수술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기 시작했다"며 "전공의가 이탈하자마자 환자들의 치료 일정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동안 수련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공의는 서울Big5병원 의사 인력의 39%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부와 전공의·의대교수 자신들마저도, 의료현장의 이러한 상황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동안 이를 제대로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았다. 전공의는 그동안 ‘수련’을 이유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왔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고 전공의 수련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또 3개 단체는 환자들이 필요한 때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를 위해 현재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 등의 휴진 철회와 이번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법 제정에 강력히 목소리를 냈다.
3개 단체는 "전공의·의대교수에 대해 아픈 사람에게 피해와 불안을 강요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지금 당장 중단할 것과, 정부에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고 전공의 수련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과, 국회에 대해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종사자의 집단행동 재발 방지법을 신속히 입법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