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액체생검 기술로 국내 이어 해외 진출한 ‘아이엠비디엑스’
‘알파리퀴드’·‘캔서디텍트’·‘캔서파인드’ 3개 제품으로 시장 공략
현재 한 번 채혈로 8개 암 진단 가능…2년 내 20개 암으로 확대
서울대병원 김태유 교수, 수 십 년 암 환자 치료 노하우 집대성
암검진에 액체생검 보편화 목표…“50만원대로 비용부담 낮출 것”
피 한방울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어떤 암에 걸렸는지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암이 재발할지, 앞으로 암에 걸릴지 여부도 미리 예측 가능하다.
그동안은 암을 진단하기 위해 무조건 조직검사를 해야 했다면 이제는 혈액으로 암의 유전자 특성을 파악하고 유전자 특성에 맞는 치료까지 선택할 수 있다.
액체생검을 통한 암 유전자 진단기술 때문이다. 액체생검은 혈액, 타액, 소변 등에 존재하는 핵산 조각을 분석해 암과 같은 질병의 진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이다. 암세포는 증식 과정에서 순환종양 DNA(ctDNA)를 방출하는데 아이엠비디엑스(IMBdx, In My Blood diagnostics)는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통해 혈액 속 ctDNA의 변이를 확인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아이엠비디엑스는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로 그동안 암 환자들을 치료해왔던 김태유 교수가 이끄는 곳으로, 액체생검을 활용한 암 진단 기술에는 그의 수십년 노하우가 집대성됐다. 지난 4월초 바이오 업종 중 사상 최대 경쟁률로 코스닥에 상장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대한암학회 이사장으로 국내 암 치료분야를 이끌었던 김태유 교수를 만나 그가 이끄는 아이엠비디엑스의 설립배경, 성장 이유를 들었다.
-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
2014년 서울대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후 암 유전체 분석이 임상에서 진단과 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보건복지부 연구과제를 맡게 됐다. 특히 서울대병원에 정밀의료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이 연구과제를 임상에 적용해 볼 수 있게 됐다. 당시 책임자로서 미국 암학회 중 하나인 AACR에 갔는데 액체생검 기술이 소개가 됐다.
2010년대 초반에는 조직을 가지고 NGS 검사를 했는데 조직을 대신해 혈액으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복지부 연구과제에 포함시켰고, 연구중심병원의 목적이 연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연구결과를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는 것이어서 2018년 창업까지 하게 됐다.
- 암 환자를 직접 치료하던 사람으로서 진단 분야에 뛰어든 게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사실 2018년만 해도 국내에는 미국의 가던트헬스나 나테라의 제품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다 보니 검사비가 무려 400만~500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검사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렇게 비싸게 돈을 주고 할 검사인가’ 싶더라. 그래서 우리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암은 늦게 발견할수록 잘 치료해도 결국 10명에 8명은 돌아가시게 된다. 완치된 경우가 20%, 10명에 1~2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암은 조기에 진단될수록 항암치료 효과도 좋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니 면역항암제니 좋은 무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사로서 좀 더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 아이엠비디엑스가 갖고 있는 플랫폼에 대해 소개해달라.
진행성 암 환자한테 표적항암제를 쓰려면 어떤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 알아야 하지 않나. 아이엠비디엑스는 한 번의 채혈로 118개 암 관련 유전자를 동시에 검사하여 표적치료(Targeted therapy)를 위한 바이오마커를 확인하는 ‘알파리퀴드’ 제품을 갖고 있다. 또한 1-3기 암 수술 후 MRD(Minimal Residual Disease, 미세잔존암)에 의한 재발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캔서디텍트’, 건강인(정상인)에 대한 암 검진이 가능한 ‘캔서파인드’까지 암의 전 주기를 대상으로 한 정밀의료 플랫폼을 갖고 있다.
암은 1기, 2기, 3기에 진단을 받으면 수술을 하게 되는데 수술 뒤 5년 내 20~30%가 재발을 한다. 재발여부를 알기 위해 6개월마다 검사를 하게 되는데 빨리 알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캔서디텍트’다. ‘캔서디텍트’를 이용하면 한달 만에 이 환자가 1~2년 있다가 재발할지 안 할지 알 수 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재발 모니터링 제품으로 최대 500개 모니터링 변이를 추적 관찰하여 암 재발여부를 예측한다.
‘캔서파인드’는 우리가 암에 걸렸는지 알기 위한 다중 암 조기진단 플랫폼으로 종합건강검진 시 내시경이나 영상촬영을 하지 않고 혈액 검사만으로도 암에 걸렸는지, 어떤 암에 걸렸는지까지 알 수 있다.
- 액체생검을 활용한 암 진단 기술은 우리보다 미국이 앞서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이엠비디엑스와 그들과 비교해 차별화된 기술이 있는 것인지.
이미 미국에 선두 제품이 있으니 똑같이 만드는 건 의미가 없었다. NGS를 이용하는 건 같지만 한두 가지씩 우리만의 특허기술을 반영, 경쟁력을 높였다.
- 아이엠비디엑스만의 특허기술은 어떤 것인가.
암 세포에서 혈액으로 흘러나온 ctDNA는 워낙 양이 적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빠뜨리지 않고 캡처해 NGS 기계에 넣는 포획기술이 중요하다. 알파리퀴드에서는 시약 등을 조절해 포획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아이엠비디엑스만의 기술이 활용됐다. 또 NGS 돌리면 양이 워낙 적다보니 보통 5만번 같은 영역을 반복적으로 읽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에러가 많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에러를 없애는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그 알고리즘을 개발해 에러를 최소화했다.
캔서디텍트의 경우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들은 수술할 때 떼어낸 암 조직을 유전자 검사해 이 때 나온 유전자 100개, 200개 중 16개만 뽑아 PCR를 실시해 재발여부를 판독하는데 우리는 조직 유전자 검사에서 보이는 족족, 100개든 200개든 모두 개인 패널로 만들어 다 검사를 한다. 16개보다 많다보니 시간은 좀 더 걸리지만 탐지 능력은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캔서파인드의 경우 후생유전학적 변화인 메틸레이션(Methylation) 패턴을 측정해 cfDNA의 유전적, 후성유전적 특성들을 확인하고 암 발생 부위를 추정하는 기술인데 미국 제품들은 우리 몸에서 암과 관련된 DNA 코드 중 10만~20만개 영역을 뽑아 분석한다면 우리는 아이엠비디엑스만의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이용하여 3,000만개 전체의 암 관련 유전자 패턴을 분석하여 암의 원발부위를 추정한다. 아이엠비디엑스의 기술력으로 미량의 ctDNA 검출로도 암 관련 유전자 패턴의 빠른 확인이 가능하다.
- 미국 기업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은 어떠한가.
미국에서 개발한 제품들은 임상시험을 거쳤기 때문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고가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 후발주자로 기존 기술에 일부 추가를 했고 검증이나 임상도 한국에서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면이 있다. 대만이 제일 큰 파트너인데 그들에 따르면 가던트의 점유율이 점차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하더라. 성능은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데 가격 경쟁력까지 있으니까.
-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암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한 항암제들이 이제 필수의 영역이 되면서 유전자 분석검사가 대세가 되고 있다. 액체생검을 활용한 유전자 분석검사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지 궁금하다.
알파리퀴드와 캔서디텍트, 캔서파인드 중에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제품은 알파리퀴드다. 정부가 지난 2017년 NGS 유전자 패널검사에 대해 급여를 적용해왔다. 다만 NGS 검사가 고가이다보니 선별급여(1회에 한해 본인부담률 50% 적용) 항목으로 지정한 바 있다. 환자들은 지난해 말까지 1회에 한해 약 70만원대에 NGS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그러나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 패널검사’ 관련 급여 고시를 개정하고 선별급여 혜택을 축소했다.
진행성·전이성·재발성 폐선암 환자에서는 본인부담률 50%를 유지한 반면, 그 외 진행성·전이성·재발성 고형암(폐선암 제외)과 형질세포종, 급성골수성백혈병,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골수형성이상, 골수증식종양, 악성림프종 및 유전성질환 환자에서는 본인부담률을 80%로 높였다.
그런데 본인부담률 50%일 때 75만원을 내던 환자들이 80%로 본인부담률이 높아지면서 근데 150만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50%일 때는 환자가 75만원만 부담하면 됐지만 80%가 되면 120만원을 내야 한다. 100만원이 넘어가다보니 부담스러워 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치료가 늘고 있는 만큼 본인부담률을 오히려 낮췄어야 하는 것 아닌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정밀하게 진단해서 치료를 하면 그렇지 않고 치료했던 것보다 치료 효과도 좋아 암 갯수도 줄이고 치료 비용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환자의 생산성도 높아지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런 점을 정부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 가던트 등에 비하면 아이엠비디엑스는 후발주자인 셈인데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미국은 2014년부터 액체생검을 했다. 대략 30% 정도로 보고 있다. 암종마다 다르지만 암환자 10명 중 3명은 액체생검을 받으며 치료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00명에 한 2~3명 정도. 아직은 초기 단계로 해야 될 일이 많다.
우선 국내 시장은 재발암을 조기에 선별하는 캔서디텍트가 신의료기술 대상으로 지정됨에 따라 평가 인증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하루빨리 될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건강검진용 비급여 검사인 캔서파인드의 경우 현재 8개 암을 검진하는데 1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비용이 부담될 수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는 20개 암에 50만원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 제품들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은 대만과 미국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 등이 주요 무대가 될 것 같다. 현재 24개 국가에 네트워크를 만들어 놓았으며, 일본과 미국은 현지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하나가 동반진단 서비스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 MOU를 맺고 전립선암 표적치료제 올라파립에 대한 동반진단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올라파립 이외에도 20여가지 표적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 동반진단 서비스 부분이 좀 더 확장될 것 같다.
- 캔서파인드의 비용을 50만원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라고 했는데, 언제쯤으로 보고 있는지.
처음 서비스를 출시할 때 100만 원에 8개 암을 진단했었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2026년 말 정도면 50만원에 20개 암을 서비스할 수 있지 않을까. 26년 말 효도 상품으로 50만원짜리 검사쿠폰을 발행하게 될지도 모르겠다(하하).
- 혈액으로 20개 넘는 암을 검진할 수 있다면 앞으로는 고가의 장비를 통한 건강검진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기존 검사들을 안 쓰는 게 아니라 기존 검사를 보완하는 것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CT나 대장내시경 같은 경우 연세가 많은 분들이나 6개월에 한번 하기 어려운 분들이 있지 않나. 내시경이나 영상촬영이 어려운 환자들의 경우 기존 검사 이후 재검 등이 필요한 경우 액체생검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 만약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암이 없다고 나왔는데 액체생검을 해보니 암이 있는 것으로 나올 경우 어느 검사 결과를 따라야 하나. 그런 점에서 과잉진단 논란도 있을 것 같다.
기존 검사에서는 암이 보이지 않았더라도 액체생검을 했을 때 암의 유전체가 진단될 수 있다. 그런 경우 과잉진단이라고 배척만 할 게 아니라 앞으로 2년, 3년 있다 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니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다든지, 조기에 발견될 수 있도록 검사를 정기적으로 한다든지 건강을 잘 관리하는 방법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우리가 혈압 높은 것을 알게 되면 약을 먹는다든지, 운동을 한다든지 관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존 검진 성공률이 50%라고 한다면 나머지 50%를 액체생검으로 메워 암을 더 빨리 진단해 치료에 들어가면 암을 정복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