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박혜선 교수

대한내분비학회
대한내분비학회

현재 알려진 희귀질환의 종류는 8,000종 이상이다. 하지만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전체 희귀질환의 5%에 불과하다. 더욱이 희귀질환은 의사들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진단방랑을 겪기 일쑤다. 대한내분비학회 산하 내분비희귀질환연구회가 연재하는 <내분비희귀질환, 그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내분비희귀질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는 코너로 희귀질환 극복에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편집자주>

부갑상선 기능항진증(Primary hyperparathyroidism, PHPT)은 부갑상선 호르몬(Parathyroid hormone, PTH)의 과도한 분비로 인해 혈중 칼슘 농도가 높아지는 내분비 질환이다. 대부분 산발성으로 발생하지만, 전체 환자의 최대 10%는 유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유전성 PHPT는 산발성 PHPT와 병태생리, 임상 양상, 치료접근에서 차이를 보이므로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전성 부갑상선 기능항진증의 주요 특징과 진단

유전성 PHPT는 산발성 PHPT와 유사한 임상 양상을 보이지만, 몇 가지 특징을 통해 의심해볼 수 있다. 산발성 PHPT는 주로 50세 이상의 여성에게서 흔하게 나타나지만, 유전성 PHPT는 더 젊은 나이에 발병하고 남녀 모두에게 고르게 발병한다. 특히 소아 환자에서 PHPT가 발견되면 유전성 질환일 가능성이 50%에 육박하며, 40세 미만 성인 PHPT 환자의 약 10%는 유전적 원인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환자의 병력 및 가족력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PHPT 외에 다른 내분비 종양(예: 뇌하수체 종양, 췌장 종양, 갑상선 수질암)의 병력이나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성 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또한 수술 후에도 PHPT가 지속되거나 재발하는 경우 유전성 원인이 없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그 외 생화학적, 방사선학적 소견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고칼슘혈증 및 PTH 상승이 있으나 소변 칼슘 배설이 낮은 경우에는 가족성 저칼슘뇨 고칼슘혈증(Familial hypocalciuric hypercalcemia, FHH)을 고려해야 한다. 병변이 여러 개의 부갑상선에서 나타나는 다선성 (multiglandular)인 경우에도 유전적 원인을 의심해봐야 하며, 부갑상선암 또는 비정형 선종으로 병리적 진단이 될 경우 부갑상선기능항진증-턱종양증후군(Hyperparathyroidism–Jaw Tumor Syndrome, HPT-JT)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주요 유전성 부갑상선 기능항진증 증후군

다발성 내분비선 신생물 증후군 1형(MEN1): MEN1은 부갑상선, 뇌하수체, 췌장의 내분비 종양을 특징으로 하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이다. 95% 이상의 MEN1 환자에서 PHPT 가 발병한다. 일반적으로 4개의 부갑상선 모두가 동시 또는 비동시적으로 침범되며 대부분 양성이다. 수술 범위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대부분 3.5개의 부갑상선을 제거하는 아전절제술을 권장한다. 영구적 부갑상선 기능저하증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함이다.

다발성 내분비선 신생물 증후군 2A형(MEN2A): RET 유전자의 활성화 변이로 발생하는 상염색체 우성 질환으로, 8만명 중 약 1명에게서 발생한다. PHPT는 MEN2A 환자의 30% 미만에게서 발생하며, 주로 30~40대에 발병한다. PHPT 발생 위험은 특정 RET 변이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코돈 Cys634 변이를 가진 환자의 10~30%는 35~40세에 PHPT가 발생하며, Cys634Arg 변이 보유자가 가장 높은 위험을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고위험군 변이를 갖는 경우에는 11세부터, 중등도 위험군 변이를 갖는 경우에는 16세부터 PHPT에 대한 스크리닝을 시작한다. 부갑상선 침범 정도는 단일선 침범부터 다선성 동시 또는 비동시 침범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MEN2A의 PHPT 치료는 주로 문제가 되는 부갑상선을 제거하는 것인데, 갑상선 수질암 여부에 따라 수술 접근법도 결정된다.

부갑상선기능항진증-턱 종양 증후군(HPT-JT): CDC73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염색체 우성 질환이다. PHPT 외에 턱의 골화성 섬유종, 자궁 및 신장 종양이 동반된다. PHPT는 65~90%의 환자에게서 나타나는데, 특히 부갑상선암의 발생률이 15~20%로 높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대다수는 단일 부갑상선 종양의 형태로 나타나므로 조기 진단 후 완전한 절제를 목표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성 저칼슘뇨 고칼슘혈증(FHH): PHPT와 유사하게 고칼슘혈증, 상승된 PTH를 보이지만,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슘은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 질환은 주로 칼슘 감수 수용체(CaSR)를 암호화하는 CASR 유전자의 기능 상실 변이로 인해 발생하지만, GNA11 또는 AP2S1 유전자 변이로도 나타날 수 있다. FHH 환자의 대부분은 무증상이어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PHPT와 달리 부갑상선 절제술은 효과가 없으므로 불필요한 수술을 피해야 한다. FHH와 PHPT의 생화학적 특징이 일부 중첩될 수 있어 유전자 검사를 통한 정확한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하며, 이는 환자에게 적절한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불필요한 치료를 방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가족성 단독 부갑상선 기능항진증(Familial isolated hyperparathyroidism, FIHP): 다른 유전성 증후군의 특징이 없이 PHPT만 가족적으로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일부 FIHP 가계에서는 GCM2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기도 한다. FIHP 환자에게서도 다선성 병변과 수술 실패율이 높다는 보고가 있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유전성 PHPT는 드물지만 병태생리, 임상 양상, 그리고 치료법에서 산발성 PHPT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젊은 나이에 발병하거나 다선성 병변, 가족력, 재발성/지속성 PHPT 등의 특징이 있다면 유전성 질환의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FHH와 같은 경우 PHPT와의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하며, 불필요한 수술은 피해야 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각 증후군에 맞는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며, 동반 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스크리닝을 시행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의 장기적인 예후를 개선하는데 필수적이다.

박혜선 교수
박혜선 교수

연세대 원주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전공의와 임상강사를 수련했다.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임상조교수로 재직 중이며, 골다공증, 부갑상선 질환 등 골대사 분야의 연구와 진료를 하고 있다. 대한내분비학회 수련위원, 대한골대사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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