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레카네맙’ 임상시험 참여로 주목받은 '듀켐바이오'
김종우 대표 “방사성의약품이 항암치료 트렌드 바꾸게 될 것"

‘암’이라고 하면 혈액암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조직검사를 통해 최종 확진을 한다. 그런데 조직검사 없이 암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방사성의약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방사성의약품은 방사성동위원소와 의약품(캐리어)이 결합된 특수의약품이다. 이때 의약품 물질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질병 부위까지 안내하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암세포가 정상세포에 비해 포도당을 더 많이 이용한다는 성질을 활용해 포도당과 방사성동위원소가 결합된 의약품을 정맥에 주사, 암 주변에 달라붙은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출한 에너지를 영상장비(PET-CT, SPECT)로 촬영해 진단하는 원리다.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방출하는 방사선을 이용하여 질병의 진단 또는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 일반의약품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방사성의약품은 림프절 등 전신으로 전이되는 재발암 진단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몇 년간 전립선암, 뇌종양 등을 비롯해 치매나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방사성의약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직접 암 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도 한창이다. 이 방사선이 질병 부위에 모여 높은 에너지를 방출할 경우 질병 치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과량투여 할 경우 환자에게 방사능의 과 피폭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성의약품은 환자의 방사능 피폭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방사능량 사용을 원칙으로 한다. 외과적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부위에 위치한 암이나 전신에 퍼진 전이성 암도 표적해 파괴하는 치료용 방사성 의약품이 상용화되면 암 완치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듀켐바이오가 선도하고 있다. 국내 방사성의약품 기업들 가운데 가장 늦게 출발한 듀켐바이오지만 의약품 개발부터 제조, 운반, 공급까지 아우르면서 암 진단에 사용하는 ‘FDG(fludeoxyglucose(18F) Injection)’ 품목에서 8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파킨슨병과 뇌종양 진단에 적용되는 ‘FP-CIT’와 ‘F-DOPA’,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VIZAMYL’ 등 3종의 뇌질환 방사성의약품과 FDG를 기반으로 유방암(FES), 전립선암(FACBC) 등 암진단 의약품 5종을 보유하며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VIZAMYL’은 지난 1월 11일 미국 FDA로부터 신속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 레카네맙)의 5년간 국내 임상시험에 사용된 방사성의약품으로 개발사인 에자이, 바이오젠에 이어 듀켐바이오도 주목을 받고 있다. 레카네맙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 밀도를 측정할 수 있는 듀켐바이오의 치매진단 방사성의약품 ‘VIZAMYL’ 수요도 상승할 전망이다.

듀켐바이오 김종우 대표. 듀켐바이오는 국내 방사성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한 대표기업이다.
듀켐바이오 김종우 대표. 듀켐바이오는 국내 방사성의약품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한 대표기업이다.

듀켐바이오 김종우 대표는 "국내외 기관 및 제약사와 협력을 통해 우수한 방사성의약품 개발에도 나선 결과 파킨슨병(FP-CIT), 치매(VIZAMYL), 뇌종양(F-DOPA), 전립선암(FACBC), 유방암(FES) 등의 방사성의약품을 보유하게 됐고,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국내 임상시험에 참여하며 해외에도 듀켐바이오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방사성동위원소 제조소 보유가 경쟁력이다. 방사성동위원소는 일반의약품에 비해 유효기간이 매우 짧기(8~10시간) 때문"이라면서 "듀켐바이오는 가장 먼저 병원과 같은 수요기관 인접한 곳에 방사성의약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소 구축에 힘썼고 제조소들의 경우 의약품 안정성과 유효성을 보증하는 글로벌 조건인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을 받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FDG(암진단) 품목이 국내 방사성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듀켐바이오의 대표적이면서도 기본적인 방사성의약품은 FDG다. FDG는 전신 암 진단을 위한 방사성의약품으로 포도당 유사체인 FDG를 이용해 정상세포에 비해 대사와 성장이 빠른 종양을 진단한다. 방사성의약품 기업이라면 기반으로 갖고 있어야 하는 제품이다.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FP-CIT와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VIZAMYL도 있다. FP-CIT는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 관련 뇌의 기능을 이미지로 진단한 신약으로 뇌의 선조체에 존재하는 도파민 운반체의 밀도를 측정, 파킨슨병 및 파킨슨증후군을 찾아낸다. 현재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VIZAMYL은 치매환자의 뇌를 유일하게 컬러영상으로 판독 가능하게 한 방사성의약품이다. 치매환자에게 나타나는 아밀로이드 베타 밀도를 진단할 수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개발해 FDA 신속승인을 받으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치매치료제 레카네맙의 임상시험에 쓰여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이다.

레카네맙이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등 필요한 절차들이 있어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치매 진단 기술에 대한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내년 하반기 레카네맙이 출시된다면 듀켐바이오 매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우리가 생각하는 시기는 빨라야 내년도 하반기다. 치매 진단 기술에 대한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내년 하반기 레카네맙이 출시된다면 듀켐바이오 매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해 PET로 치매 의심 환자의 뇌를 촬영한 모습. 방사성의약품 이용하면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분포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치매 진단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해 PET로 치매 의심 환자의 뇌를 촬영한 모습. 방사성의약품 이용하면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과 분포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세계 최초로 Neutralization이 적용된 뇌종양 진단 신약 도파체크(F-DOPA)도 주목된다. 이는 기존의 FDG로 진단할 수 없는 종양을 진단하며, 지난해 7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는 뇌종양 이외에도 파킨슨병에도 적응증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FACBC가 있다. FACBC는 국내 최초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으로 전립선암 치료 후 혈중 전립선 특이항원 상승으로 재발이 의심되는 환자의 전자방출단층촬영(PET-CT)에 활용되는 의약품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판매중이며 국내에는 지난해 11월 런칭됐다.

김 대표는 "전립선암은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전립선암 환자수는 10만9,921명으로 2017년 7만5,987명과 비교해 4년 사이 환자수가 45% 가량 늘었다. 환자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재발환자수도 증가한다는 의미"라며 "FACBC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공급된 만큼 전립선암 재발환자의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전립선암 재발환자의 치료 증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내 시장 공급 확대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독성항암제가 대부분이던 항암제 시장이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방사성의약품 시장이 대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항암 치료의 트렌드를 그렇게 보고 있다. 수술과 화학요법이던 암 치료법이 분자진단을 활용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거쳐 방사성의약품으로 타깃해 치료하는 ‘타깃 레디올로지’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방사성의약품의 장점은 타깃을 보면서 치료제를 타깃에 정확하게 도달시킨다는 데 있다. 정확하게 타깃에 도달하게 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서 뇌 같이 해부할 수 없는 부위에 생긴 질환이나 기존 의료기술과 의약품으로 진단 또는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들이 대상이 된다. 방사성의약품의 첫 번째 신약이 뇌질환 진단부터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진단할 수 있는 의약품은 있지만 치료제가 없었다. 진단할 수 있는 의약품은 있는데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보니 그동안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레카네맙처럼 치매 치료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치료제가 있으니 이제 시장은 성장할 일만 남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향후 5년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듀켐바이오는 세계 여러 나라의 방사성의약품 기업들과 공동연구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파이프라인을 확장해가고 있다. 실제로 임상 3상 단계를 거쳐 품목 허가와 신의료기술 평가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제품만 2종(유방암 진단 18F-FES, 전립선암 진단 68Ga-PSMA-11)이다. 그리고 임상 단계에 있는 제품도 ▲치매 진단 Cerveau MK-6240 ▲진행성 핵상 마비 치매 진단 LMI PI-2620 ▲인체 면역항암제 진단 Zr-89 Crefimirlimab Berdoxam 등 3종으로 3~5년 내 상업화될 수 있도록 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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