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
대한종양내과학회 김달용(동국대일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하루가 다르게 암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암 환자의 절실함을 이용한 정보들일뿐 정작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근거 없는 치료에 현혹돼 시간을 소비하는 암 환자들이 없도록 대한종양내과학회와 함께 정확한 정보 전달에 나선다. 국내 암 전문의들이 연재하는 <종양내과 의사에게 듣는 암 이야기>는 암 치료를 앞두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암 극복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편집자주>

암환자를 상상해보면 살이 빠진 모습을 많이 떠올리게 된다.

미디어나 간접적인 경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암에 걸렸을 때 체중이 빠지는 것을 '암성 악액질(cancer cachexia)'이라고 한다. 악액질은 충분한 영양 공급을 해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근육의 손실이 일어나고 기능의 저하를 일으키게 된다. 식욕이 떨어지고 식사량이 줄어들다보니 체중이 빠지게 된다.

2005년에 나온 보고에 따르면 진행성 암환자의 70% 이상이 악액질을 경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흔한 증상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암환자를 상상할 때 살이 빠진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J Clin Oncol . 2005 Nov 20;23(33):8500-11.]

악액질로 이야기 하는 기준은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얼마나 체중이 감소해야 악액질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기준은 2011년에 정해졌다. 그 기준은 1) 체중이 5% 이상 감소 하거나 2) BMI가 20 미만인 경우 2% 이상 체중이 감소할 때 3) 영상검사를 통해 근육 손실이 확인된 경우, 체중이 2% 이상 감소하는 경우로 이를 기반으로 연구들이 진행된다. [Lancet Oncol . 2011 May;12(5):489-95.] 

악액질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악액질은 질병이 몸의 여러 장기에 관여하면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암 세포에서 뇌, 근육, 간 및 지방 기능에 영향을 주는 물질들을 만들어 내는데 이로 인해 식욕이 떨어지고, 음식물의 섭취를 줄이게 되는 것이다. 단백 동화/이화 불균형이 유발되어 근육 소모, 근육량 및 강도 감소, 피로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지방 분해를 자극하고 지방 생성 결함을 유발하여 지방 축적물에 저장되어 있는 지방 및 에너지가 고갈되게 된다. [Clin Nutr. 2017 Oct;36(5):1187-1196] 

악액질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악액질이 발생하면 신체기능이 저하되며,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치료로 인한 독성이 심해지고, 이로 인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므로 생존율이 낮아지게 된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한 의료비용도 증가하므로 악액질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어떤 치료를 하게 되나

이론적으로 악액질 치료의 3가지 목표는 ▲에너지 섭취의 증가 ▲신체 활동량의 증가 ▲염증 감소이다. 그러나 실제로 악액질 치료에 긍정적인 치료결과를 보인 충분한 연구결과가 없어 권고 수준은 낮은 편이다. 식이 섭취에 대한 조언을 받는 것을 미국암학회에서는 권고하는데, 어떻게 식이 섭취하는 것인가에 대한 방법이 연구들마다 통일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이들 연구를 모아서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진행성 암환자에게 영양 조언을 하는 것이 체중 증가에 도움을 준다는 결론이 나왔다.[Ann Oncol. 2018 May 1;29(5):1141-1153.]

암환자들의 경우 식욕이 떨어지므로 식욕촉진제를 사용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스테로이드와 메게스테롤이다. 스테로이드의 경우 식욕을 올려 체중증가를 유발할 수는 있으나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장기사용은 지양해야 하는 약물이다. 그래서 현재 식욕 촉진제로는 메게스테롤이 더 많이 쓰인다. 메게스테롤은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한 형태다. 프로게스테론은 식욕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여성들이 생리주기에 따라 식욕이 올라가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가 쉬우실 것이다. 메게스테롤은 처음에는 피임약으로 개발됐으나, 유방암의 치료제로 연구가 되던 중에 부작용으로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되면서 현재는 다른 용도의 치료보다는 식욕촉진제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장기 복용 시 부종, 혈전 발생의 위험이 있어서 적절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배고픔을 느낄 때 몸에서 나오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이 호르몬의 수용체에 작용하는 anamorelin이라는 약물에 대한 연구가 있었지만 큰 효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GDF15-GFRAL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암세포에서 GDF15라는 물질이 나오고 이것이 뇌의 GFRAL에 결합을 하는데, 이것이 식욕에 영향을 준다고 밝혀졌다.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국가신약개발재단에서 이 기전의 약제 개발에 노력을 하고 있다. 

많은 연구들이 있었지만 악액질에 대한 충분한 치료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국립암협회(NCI)와 영국 암연구회 (Cancer research UK)에서는 기금을 모아서 암 정복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Cancer Grand Challenges로 알려져 있는 이 프로젝트에 악액질 연구가 선정이 되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암성 악액질이 극복되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고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좋은 치료 방법이 나와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달용 교수
김달용 교수

김달용 교수는 경희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수련했으며, 종양내과 임상강사를 거쳐 현재 동국대일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로, 위장관암, 비뇨생식기암 등을 치료하고 있다. 대한암학회, 대한종양내과학회, 항암화학요법 연구회, 대한혈액학회 정회원이며, 종양내과학회 홍보위원회 위원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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