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SK플라즈마 생산…헌혈 감소 및 채산성 '걸림돌'
복지부‧심평원‧식약처, 절차 간소화 및 약가 인상 등 검토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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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에서 면역글로불린(IVIG) 부족 문제가 심화되자 정부가 공급 안정화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헌혈 감소와 혈액분획제제의 낮은 채산성, 해외 원료 수입 의존 등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의료현장에선 혈액분획제제 중 하나인 면역글로불린 품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가와사키병 등의 치료를 위해 소아 환자에게 면역글로불린을 처방해야 하는 아동병원에서 약을 구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또한 면역글로불린 대체 치료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병욱 보험이사(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청년의사와의 통화에서 “소아청소년과 입장에서는 지금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부족한 면역글로불린을 어떻게든 꼭 필요한 아이들에게만 쓰는 방향으로 아껴 써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국내에서 면역글로불린을 생산할 수 있는 건 혈액제제 생산시설을 보유한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 단 두 곳뿐이다. GC녹십자는 오창에, SK플라즈마는 안동에 혈액제제 공장을 두고 있다. 업체들은 헌혈 감소 등으로 인해 국내 혈장 공급이 불안정해 면역글로불린 생산이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 건수는 약 265만 건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시기 감소분을 회복한 것일뿐 7년 전인 2015년의 약 308만 건에는 크게 못 미쳤다. 더 큰 문제는 의약품 제조용 혈장 자급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급률이 95.4%에 달했던 2015년 이후 매년 감소해 지난해 의약품 제조용 혈장 자급률은 43.9%에 불과했다.

SK플라즈마 관계자는 “혈액제제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혈장이 필요한데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받는 혈장이 줄어든 게 면역글로불린 생산 감소의 일차적 원인이고, 대안으로 해외에서 수입한 혈장으로 면역글로불린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 의료 현장에선 부족한 면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채산성 또한 기업들의 면역글로불린 생산 확대를 막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혈장이 부족한 만큼 해외에서 혈장을 들여와 면역글로불린을 생산해야 하는데 국내 혈장과 해외 혈장 가격 차이가 2배 가까이 나기 때문이다. 수입용 혈장의 대부분이 미국으로부터 들어오는데 최근 계속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입장과 달리 일각에선 국내 업체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국내용 면역글로불린 생산을 외면하고 해외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보다 더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GC녹십자와 SK플라즈마 모두 최근 인도네시아 내 혈액제제 생산시설 건설을 통한 해외 진출에 나섰다. 업체들은 해외 플랜트 건설이 국내 수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정부부처는 면역글로불린 공급 안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고심 중이다. 식약처는 면역글로불린에 대한 국가출하승인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등 공급 절차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채산성을 이유로 면역글로불린 생산 확대를 망설이는 만큼 약가 인상 논의 또한 점화된 상태다.

다만 국내 혈액분획제제 공급이 부족해진 근본적인 원인인 헌혈 감소와 그에 따른 의약품 제조용 혈장 공급량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면역글로불린 품귀 현상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혈장 자급률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면역글로불린 처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면역글로불린은 사람의 혈액을 이용해서 만드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다른 의약품 쇼티지(공급 부족)와는 상황이 다르다. 업체에 생산을 강제한다고 해서 무작정 더 찍어낼 수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도 없기 때문에 현재의 조건에 맞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국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헌혈을 독려해 혈장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겠지만 당장 의약품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로 면역글로불린을 처방하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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