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암을 진단받으면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최근 암에 대한 약물 항암치료가 발전하면서 진행성‧전이성 암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

암 치료 방법은 크게 국소치료와 전신치료로 나눈다. 1기를 포함한 초기 암 등 낮은 병기의 암은 수술적 절제를 포함한 국소치료가 주된 치료법이다. 이에 비해 2~3기 이상 진행성 암과 원격 전이를 동반한 전이성 암(4기)은 전신 약물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암에 대한 전신 약물치료는 크게 ‘세포독성 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면역관문억제제)로 구분한다. 이들 치료제 가운데 가장 먼저 등장한 약물이 ‘세포독성 항암제’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많은 종류의 세포독성 항암제가 개발됐다. 일부 약물은 현재까지 암 환자의 치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단어 그대로 다양한 종류의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는 만큼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도 큰 단점이 있다. 주로 골수‧모발, 장내 상피세포와 같이 빠르게 분열하는 세포에 비특이적으로 작용한다. 설사와 점막염‧구역‧구토 등 위장관계 증상과 호중구감소 등의 골수 억제, 탈모 등 부작용이 흔히 나타난다.

DNA 구조가 밝혀지고 80~90년대 이후 분자 공학이 크게 발전했다. 이에 따라 암세포 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규명됐다. 이러한 돌연변이가 암 치료에 있어 중요한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표적치료제’가 개발됐다. 지금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계열의 약물은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와 비교해 암세포에 대한 보다 높은 특이성을 갖는 만큼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표적치료제는 크게 경구 약제인 ‘소분자억제제’와 주사제인 ‘단일클론항체’로 나눈다. 각 암종에서 나타나는 고유 돌연변이와 세부 아형에 따라 그에 맞는 서로 다른 약제를 사용한다.

2010년 이후 암 발생과 진행이 인체 면역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를 이용한 면역치료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면역 활성을 억제하는 T-세포 수용체 또는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하는 이른바 ‘면역관문억제제’가 개발됐다.

이러한 약물들은 암세포가 인체 면역 감시를 회피하는 것을 막고, 암세포에 대응하는 면역세포의 활성도를 증가시키는 약물들로 직접 암세포에 작용해 독성을 나타내는 기존 약물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정상 세포에 직접 독성을 나타내지 않는 만큼 부작용이 적다. 암에 대한 인체 면역기능을 활성화시켜 종양에 대한 반응이 다른 약제에 비해 장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아직 한계도 있다. 면역기능이 과활성화되면 다양한 종류의 면역 관련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전문가의 주의 깊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진행암 환자 치료에 ‘세포독성 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면역관문억제제’로 다양한 종류의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환자에 따라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되는 약제 또는 그 조합을 찾아내어 선택하는 일은 중요하다.

암 종류와 특성‧질병 및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법은 개별‧세분화한다. 심지어 같은 암종이라도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현 여부 등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같은 4기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 환자라도 경구 표적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있고, 면역치료제를 투약받는 환자도 있다. 세포독성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환자도 있다. 특히 고형암 치료에 있어 유전자 정보 분석 기술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가 활발해 지면서 보다 전문적이고 개별화된 암 치료가 가능해졌다.

중앙대병원 암센터 오충렬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같은 암종이면 획일화된 약물로 동일하게 치료했던 과거와 다르게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검사 결과를 통해 암 조직에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찾아 투약하는 일이 현실이 되면서 암 환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이른바 ‘정밀의료’가 실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충렬 교수는 또 “암으로 진단됐다고 해서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 치료할 수 있는 만큼 바로 절망하지 않고, 암 전문 의료진과 치료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