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교수, 다발골수종 치료 시 이중특이항체 가치 조명
"기대여명 6개월 남짓 환자, 약 2년까지 생존기간 늘렸다"

다발골수종은 혈액암 중 두 번째로 흔한 암종으로, 환자의 대부분은 재발을 반복해 3번 이상 재발이나 치료 실패를 경험한 환자들이 전체 환자의 약 15%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테아좀억제제, 면역조절제제, 항 CD38 항체 등 기존 치료법에 재발을 반복 경험한 환자들은 예후가 극히 나빠 기대여명이 반년 남짓할 뿐만 아니라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 역시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런 환자들에서 CAR-T 세포치료제나 이중특이항체 치료제 등 면역치료 옵션이 제시되며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치료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 중 얀센이 개발한 '텍베일리(성분명 테글리스타맙)'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이중특이항체로서, 최근 프로테아좀억제제, 면역억제제, 항 CD38 단클론항체를 포함해 3차 이상 치료를 받은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 치료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이에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를 만나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 치료 환경과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도입된 '텍베일리'의 임상적 가치를 들여다보고, 국내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전망을 들어봤다.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정성훈 교수

- 텍베일리는 다발골수증의 어떤 특성을 타깃해 만들어졌나.

이중특이항체의 치료 원리는 CAR-T 세포치료제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부터 우리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증가시키면 암을 치료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다. 결국 암을 최종적으로 죽이는 면역세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T세포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죽일 것인지에 집중해 여러 시도들이 있어 왔다.

CAR-T 치료는 몸에 있는 T세포를 꺼내 'CAR'라는 유전자를 바꾸고 이것을 증폭시켜서 몸에 다시 주입하면 T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다발골수종 세포를 죽일 수 있다는 원리다. 반면 이중특이항체는 이미 개발돼 있는 단클론항체와 비슷하지만, 인식할 수 있는 부위가 하나 더 있다는 데 차이가 있다. 하나는 다발골수종 암세포를 인식하고, 다른 하나는 T세포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중특이항체가 우리 몸에 들어가 다발골수종 세포를 인식하면, 그 주위 T세포를 잡아 한 번 더 활성화시킴으로써 다발골수종 세포를 죽이는 원리다.

근래 들어 'BCMA'가 다발골수종에서 유용한 타깃이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텍베일리와 같은 이중특이항체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졌다. 타깃이 다발골수종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에도 발현할 경우 정상세포에도 손상을 입혀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데, BCMA는 정상적인 B세포에도 발현하지만 주로 다발골수종 세포에 발현하기 때문에 현재 이를 표적으로 한 이중특이항체나 CAR-T 치료제가 많이 나오고 있다.

CAR-T 치료제와 비교해 이중특이항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이미 기성 상품화 돼 있는 약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 바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CAR-T 치료제는 치료가 필요할 때 환자의 T세포를 뽑아 공장에 보내고 만들어서 가져오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환자가 약 한 달 반에서 두 달을 버텨줘야 한다. 이중특이항체는 CAR-T 치료제에 비해 임상연구에서 반응률이 조금 떨어지는 결과를 보이긴 했지만, 언제든지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강점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 텍베일리는 재발·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의 4차 이상 치료에 허가를 받았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급여 문제로 앞단에 사용되는 면역조절제제(IMiD), 프로테아좀억제제(PI), 단클론항체 등의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 텍베일리의 치료 전략이 궁금하다.

국내의 경우 사실상 보험급여에 따라 1~4차 치료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텍베일리는 주로 4차 치료에 쓰이는 단클론항체 '다라투무맙(제품명 다잘렉스)' 단독요법에 반응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5차 치료에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재발·불응성 환자 1차 치료에 VRd(보르테조밉 + 레날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이 보험이 되고 있어, 10명 중 8명은 해당 1차 요법을 받고 있다. 이후 2차 치료는 앞단에 썼던 약제를 다시 쓰는 것에 대해 고가 약제의 경우 보험 인정이 안 돼 삭감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대부분 Kd(카필조밉 + 덱사메타손) 요법을 받게 된다. 그런 식으로 3차 치료는 대부분 Pd(포말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또는 PCd(포말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4차 치료는 '다라투무맙' 단독요법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4차 치료 이전에 다라투무맙을 비급여로 사용한 일부 환자, 예를 들어 DVTd(다라투무맙 + 보르테조밉 + 탈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DRd(다라투무맙 + 레날리도마이드 + 덱사메타손) 또는 DVMP(다라투무맙 + 보르테조밉 + 멜팔란 + 프레드니솔론) 치료를 받은 환자라면 조금 더 빨리 텍베일리 치료를 받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 텍베일리 치료 대상이 되는 환자들은 기존에 어떤 의료적 미충족 수요를 가지고 있었나.

외국 보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면역조절제제, 프로테아좀억제제, 단클론항체 등 이렇게 세 가지 치료법에 불응성을 보이는 환자들의 경우 보통 평균 생존기간이 10개월 미만이고, 어떤 치료를 하든 효과가 4개월 미만이었다. 이런 환자들은 결국 기존에 받지 않았던 치료, 즉 효과도 떨어지고 독성도 높은 '독소루비신'이나 '빈크리스틴', 'VAD(빈크리스틴+독소루비신+덱사메타손)' 요법 또는 형질세포종이 많이 동반되고 골수 기능을 많이 억제시키는 치료법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4차 치료에서 반응이 없어졌다고 하면, 환자가 거의 버티기 어려웠다고 보면 된다.

- 그런 환자들에서 텍베일리는 어느 정도의 치료 성과를 가져왔나.

그것을 보여주는 임상시험이 MajesTEC-1 연구다. 평균적으로 다섯 차례의 선행요법을 받았던 환자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충분히 예우가 좋지 않은, 즉 결과적으로 무진행생존기간이 4~5개월 정도인 환자들이 포함됐다. MajesTEC-1 연구의 장기 데이터를 보면, 텍베일리 치료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은 약 11.3개월이었다. 반응이 있었던 환자들의 경우는 거의 22개월까지 반응을 유지했기 때문에, 기존 치료제의 개념을 뛰어넘는 약제라고 볼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들여다봐도 유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임상 연구가 아닌 동정적 지원프로그램으로 50명 정도가 텍베일리 치료를 무상으로 지원 받았는데, 각 기관에서 치료 반응이 보통 1개월 이내로 굉장히 빨리 나타나고, 면역글로불린 M단백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실제 우리 병원에서도 더 이상 치료법이 없어 오늘내일 하며 혼자 움직이지도 못했던 한 환자가 운 좋게 해당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텍베일리 치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텍베일리 치료를 받고 나서 약 3~4주 뒤에 퇴원해 지금까지도 수개월째 외래로 잘 다니고 있다. 2주만 늦게 치료 받았어도 사망했을 수도 있는 환자였는데, 굉장히 반응이 좋았던 경우다.

물론 모든 환자가 그렇진 않겠지만, 텍베일리의 등장은 더 이상 치료법이 없던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단순히 1~2개월 더 산다는 개념을 뛰어넘는 약제가 나온 것이다. 6개월도 바라보기 힘들었던 환자들이 약 2년까지 더 살게 된 것인데, 이것은 단순히 2년만 더 살게 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약제가 나온다면, 그 환자들은 더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 텍베일리의 용법과 이상반응이 임상 현장에서 치료 제한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진 않을지.

텍베일리는 처음에 일주일에 한 번씩 투여하도록 개발됐다. 현재 이중특이항체 치료제의 가장 큰 단점은 매번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처음엔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점점 시간이 가면 갈수록 피로도는 쌓이게 된다. 결국 이런 점 때문에 최근에는 만약 반응이 좋다면 1주에 한 번이 아니라 투약 주기를 2주에 한 번으로 늦추는 시도도 하고 있으며, 실제로 최근 임상 연구들은 2주에 한 번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상반응 측면에서 보면, 과거에는 이중특이항체의 사이토카인방출증후군(CRS)을 굉장히 두려워했다. 이것을 과연 컨트롤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실제 '블리나투모맙(제품명 블린사이토)'을 통해 많은 임상의들이 CRS 컨트롤 경험이 쌓이면서 이젠 이런 우려는 해소됐다. 현재 대부분의 임상의들은 CRS에 대한 걱정으로 치료제 투여를 못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여기고 있다. 실제 최근에 전문가 패널 미팅을 가졌을 때도 CRS가 두려워 치료를 걱정하는 임상의들은 별로 없었다.

다만, 이중특이항체에 대해 현재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이상반응은 감염이다. 왜냐하면 BCMA는 정상 B세포에도 존재해, 이를 타깃한 이중특이항체를 투여하면 몸 안에 정상적인 면역글로불린 면역단백질이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이미 나와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나 인플루엔자 등이 환자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연구 결과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결국 무서워서 못 쓰는 것보다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 텍베일리가 국내 임상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쓰이기 위해 개선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새로운 약이 나오고 새로운 가이드라인과 권고사항이 나오면 그에 따라 '관련 약제'들의 보험기준이 신속하게 따라와 줄 필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텍베일리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피검사를 했을 때 면역글로불린 수치가 400 미만이면 정맥 면역글로블린(IVIG)를 투여하도록 돼 있고, CRS도 '토실리주맙'이라는 약을 써야 한다는 게 이미 가이드라인으로 권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둘 다 보험 인정이 되고 있지 않다. 텍베일리와 같이 고가의 약을 쓰는 것에 비해서는 이런 관련 약제들의 가격은 높은 편이 아니며, 이 약들이 갖는 중요성은 굉장히 크기 때문에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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