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적혈구증가증·본태성혈소판증가증·골수섬유화증
암 전단계 '질환'으로 분류…혈액암·고형암 발병 위험↑ 

암과 같은 증식성 질환이지만 암 전단계로 분류되는 질환이 있다. 바로 '골수증식종양'이다. 골수증식종양은 진성적혈구증가증, 본태성혈소판증가증, 골수섬유화증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후천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되면서 발병한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홍준식 교수는 한국혈액암협회 유튜브 채널 'KBDCA'에서 "골수 안에서 혈액세포들이 과다하게 늘어나는 질환이 골수증식종양"이라며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를 실제적으로 높이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세포를 끊임없이 성장하도록 자극하는 신호들이 멈추지 않고 생기기 때문에 백혈구, 적혈구 등의 혈구 수가 늘어나서 병이 생긴다. 홍준식 교수는 "이런 유전자의 변이는 후천적인 것"이라며 "태어나서부터 그런 것이 아니라 나이를 먹으면서 후천적으로 발생을 한다"고 짚었다. 

골수증식종양의 드라이버 유전자 변이(유발 유전자 변이)는 대표적으로 JAK2, CALR, MPL 세 가지가 있다. 홍 교수는 "JAK2는 대부분이 V617F 변이이고 드물게 JAK2 엑손 12 변이"라며 "JAK2보다는 좀 드물게 CALR 변이나 MPL 변이가 있다"고 말했다. 

골수증식종양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이외에도 여러 개가 있다. 홍준식 교수는 "이런 유전자 변이 중에 드라이버 유전자 변이가 아닌 다른 유전자변이들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그런 유전자 변이들이 많이 동반되어 있으면 병이 진행할 위험도 높고 예후가 좋지 않다는 정보들이 많이 알려지고 있다"며 전체 유전자를 살펴볼 수 있는 NGS 검사가 이 병에서 일상검사로 자리를 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암과 같은 증식성 질환이지만 암 전단계로 분류되는 질환이 있다. 바로 '골수증식종양'이다. 골수증식종양은 진성적혈구증가증, 본태성혈소판증가증, 골수섬유화증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후천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되면서 발병한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암과 같은 증식성 질환이지만 암 전단계로 분류되는 질환이 있다. 바로 '골수증식종양'이다. 골수증식종양은 진성적혈구증가증, 본태성혈소판증가증, 골수섬유화증으로 구성되는데,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후천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되면서 발병한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골수증식종양,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 위험 높아

골수증식종양은 각 병마다 특징이 조금 다르다. 먼저 진성적혈구증가증은 이름 그대로 적혈구 수치가 높은 질환으로, 대부분의 환자가 JAK2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진성적혈구증가증일 때는 혈액검사에서 적혈구의 간접적 수치인 헤모글로빈, 혈색소, 헤마토크릿 등이 올라가 있다.

홍 교수는 "골수검사에서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세 가지 계열의 세포들이 많이 늘어나 있는데, 특히 적혈구가 늘어난 경우일 때 진성적혈구증가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태성혈소판증가증도 병명 대로 혈소판 수치가 지나치게 높은 질환이다. 다만, 진성적혈구증가증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세 가지 세포가 다 같이 늘어나는데 반해, 본태성혈소판증가증은 특징적으로 혈소판만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변이도 JAK2가 가장 많기는 하지만 CALR, MPL의 변이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처음부터 골수섬유화증으로 진단되는 1차성 골수섬유화증은 본태성혈소판증가증과 비슷하게 혈소판 계통의 이상이 골수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혈소판 전단계의 세포인 '거대핵세포'의 모양에 문제가 있느냐에 따라서 두 질환으로 나뉜다. 

홍준식 교수는 "거대핵세포가 늘어나 있으면 본태성혈소판증가증이고, 골수섬유화증은 거대핵세포가 늘어날뿐만 아니라 모양도 좀 이상해지는 병"이라며 "우리 몸 안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들, 사이토카인이 과다하게 분비가 돼 골수가 과다하게 자극이 돼서 섬유화가 되는 질환이 골수섬유화증"이라고 말했다. 

골수섬유화증일 때는 백혈구 수치가 높다. 약간의 빈혈도 보이다. 혈소판 수치는 크게 높지 않은 경우도 있다. 또 정상적으로 많이 보이지 말아야 될 약간 미성숙한 세포들이 보이고 골수 내 아세포라는 세포들이 관찰되는 경우도 많다. 

골수섬유화증은 섬유화 전단계의 골수섬유화증도 있다. 홍 교수는 "섬유화는 없는데 거대핵세포의 모양이 골수섬유화증 환자처럼 이상하다"며 "완전히 섬유화되기 전 단계의 골수섬유화증이고 사실 예전에는 본태성혈소판증가증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태성혈소판증가증과 골수섬유화증의 중간 단계 정도 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골수증식종양은 어떻게 보면 암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암이 아닌 질환이다. 현재 질병분류체계에서는 암이 아닌 질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홍준식 교수는 "비정상세포들이 조절되지 않게 멈추지 않고 많이 자라서 신체에 분포하는 질환을 암이라고 했을 때, 정상적인 세포들은 아닌 경우가 많고 많이 자라는 점에서 암이 맞다"며 "상대적으로는 좀 드문 만성백혈병 형태의 혈액암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질환들은 현재 암의 전 단계로 받아들여진다. 홍 교수는 "세 가지 질환 모두 빈도가 많지는 않지만 일반인들보다는 더 높은 위험을 가지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행을 할 수 있다"며 "적혈구증가증이나 혈소판증가증은 2차적으로 골수섬유화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중한 암의 전 단계인 전암 병변, 암 전단계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심근경색·뇌경색·정맥혈전증·폐색전증 위험 상승

골수증식종양의 공통된 문제는 혈관막힘 합병증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홍준식 교수는 "심근경색, 뇌경색 같은 동맥혈전질환이 일반인에게 생길 위험이 1이라고 하면 골수증식종양 환자는 진단 시부터 위험도가 3배 이상 높다"며 "약을 써서 잘 치료하면 줄어드는데 정상인 대비 시간이 지날수록 꾸준하게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위험이 2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동맥혈전질환만이 아니라 정맥이 막히는 정맥혈전질환의 위험도 높다. 홍 교수는 "정맥혈전질환 같은 경우에는 진단 시부터 일관되게 일반인들보다는 3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며 "병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뇌경색, 심근경색, 정맥혈전증, 폐색전증 문제들이 일반인들에 비해서 많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험도 있다. 홍준식 교수는 "2차 혈액질환으로 2차성 골수섬유화증이나 급성골수성백혈병이 될 위험도 있고 다른 형태의 일반적인 고형암인 위암, 대장암, 폐암 등도 일반인들에 비해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며 "진단받은 사람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건강검진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료 시 대체로 치사율 높지 않다…골수섬유화증은 경과 다양

골수증식종양은 관리가 잘 안 됐을 때 생존율이 많이 떨어지지만, 치료를 시작하면 대체로 생존율 기울기가 일반인과 큰 차이 없는 수준으로 관리된다. 홍 교수는 "초기에 치료가 잘 되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면 치사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며 "적혈구증가증이나 혈소판증가증은 만성 경과를 보이고 상대적으로 골수섬유화증은 두 가지 질환보다 조금 더 진행한 병으로 경과는 다양하지만 어떤 경우는 생존율의 제약이 많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골수증식종양은 모든 환자들을 다 똑같이 치료하지는 않고 위험도를 나눠서 고위험군을 더 적극적으로 치료한다. 홍준식 교수는 "예를 들어서 진성적혈구증가증인 경우 나이가 들면 일반적으로 혈관막힘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나이가 많거나 과거에 혈전증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위험도가 높다고 보고 혈구수를 낮추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한다"며 "본태성혈소판증가증도 대체로 비슷한 원칙을 따른다. 또 당뇨병이 있다든지, 흡연을 한다던지 하면 혈관막힘 합병증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적혈구증가증이나 혈소판증가증 환자들이 거의 빠지지 않고 대부분 복용하는 게 저용량 아스피린이다. 피를 묽게 해서 혈관막힘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이 권유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의 연구결과를 보면 아스피린만 매일 하루에 한 알씩 잘 복용해도 복용하지 않은 경우보다 혈관막힘 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40% 정도 수준으로 감소한다"며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같은 큰 문제가 생길 위험을 거의 절반 가까이 뚝 떨어뜨려주는 중요한 약이니 빠뜨리지 않고 잘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골수증식종양 '고위험군'에 속하는 환자는 혈구수 수치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 홍준식 교수는 "예전의 연구를 보면 수치가 조절이 잘 안 되면 결국 혈관막힘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과 사망률이 거의 4배 가까이 높아진다"며 혈구 수치를 낮추는 치료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혈구 수를 조절하기 위해 쓰는 대표적인 약제가 히드록시유레아와 아나그렐라이드다. 히드록시유레아는 혈색소, 혈소판 이외에도 다른 수치들, 즉 떨어지길 원치 않는 다른 수치들까지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실제 용량을 높이면 백혈구가 아주 많이 떨어진다. 

아나그렐라이드는 백혈구 수치를 낮추지 않으면서 혈소판 수치를 선택적으로 낮추는 경구약이다. 홍 교수는 "아나그렐라이드는 혈소판만 선택적으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특정한 경우에는 이 약을 더 선호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 약제의 부작용은 적지 않다. 히드록시유레아의 경우 입안이 헐고 오심, 설사, 변비가 있을 수 있으며 탈모도 생길 수 있다. 또한 피부에 발진이 생기거나 색소가 침착하는 경우부터 심한 경우에는 궤양이 생겨서 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아나그렐라이드는 두통도 생기고, 설사 문제도 굉장히 잦다. 홍준식 교수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일종의 부정맥 같은 것들이 생기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호소하는 경우"라며 "이게 너무 잦거나 증상이 심하면 약을 복용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골수섬유화증은 말그대로 골수가 섬유화되기 때문에 골수의 기능을 대신해주는 장기인 비장이 비대되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생긴다.

홍 교수는 "비장이 조금 커지면 괜찮은데 어쩔 때는 너무 커져서 장을 옆으로 밀어내서 소화가 안 되고 몸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정말 어쩔 때는 비장이 터지는 것을 걱정해야 될 정도의 경우도 있다"며 "JAK억제제가 나오고 나서 그런 중중 환자가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비장 비대와 연관된 증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있다"고 짚었다.

골수섬유화증은 현재 JAK억제제인 자카비(성분명 룩소리티닙인산염)로 치료하며, 다른 질환들처럼 위험도를 나눠서 치료한다. 나이(65세 이상), 혈색소 수, 백혈구 수, 빈혈 여부 등 증상이 있는지, 말초혈액에 백혈병 세포가 있는지 등 몇 가지 지표를 가지고 위험도를 나눈다. 요즘은 유전자검사 등을 통해 보다 정교한 예측 시스템도 많이 나와 있다. 

후속 신약들 등장…골수증식종양 치료 성적 향상 기대

골수증식종양은 새로운 치료제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치료 성적이 더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비장비대증이 없는 진성적혈구증가증에 베스레미(성분명 로페그인터페론 알파 2b)라는 인터페론 피하주사제가 나와있다.

홍준식 교수는 "이 약은 2주에 한 번씩 주사를 해서 수치를 조절하고 나중에 잘 조절이 되면 3주나 4주 간격으로 약을 사용할 수 있다"며 "이전 약들이 단순하게 세포를 파괴해서 수치만 조절하는 것에 비해 베스레미는 골수 내의 드라이버 유전자 변이를 제거해주기 때문에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를 통해 베스레미가 드라이버 유전자 변이인 JAK2 변이의 양을 꾸준히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확인됐다. 홍 교수는 "국내에서도 연구가 돼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됐고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은 되었는데 급여가 되지 않아서 일반적으로 쓰기는 부담스럽지만 점점 치료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진성적혈구증가증에서 2차로 골수섬유화증이 있을 때는 자카비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외에 골수섬유화증으로 진행됐을 때 써볼 수 있는 후속 세대 약제들도 등장하고 있다.

홍준식 교수는 "골수섬유화증에서도 자카비보다 더 발전한 후속 세대의 JAK억제제들이 많이 연구도 되고 출시도 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인레빅(성분명 페드라티닙)은 혈구 수를 높이는데 많이 기여하는 JAK2에 더 선택적으로 잘 작용을 해서 좀 더 효과적으로 병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약제도 현재 국내 도입이 되어 있으나 급여 문제가 있어서 지금 당장 사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홍 교수는 "자카비로 충분치 않거나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이 심한 경우에는 이런 새로운 JAK억제제들을 시도해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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