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문용화 교수, 백금계 항암제·탁산계 항암제 지목
운동신경·감각신경·자율신경 손상시켜 '말초신경병증' 초래
말초신경병증 증상 발생 시 의료진과 상의 뒤 진단·치료해야
단추 못 끼거나 못 걸으면 항암제 용량 크게 낮추거나 중단도

항암치료와 관련된 말초신경병증의 주범은 백금계 항암제와 탁산계 항암제 2가지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항암치료와 관련된 말초신경병증의 주범은 백금계 항암제와 탁산계 항암제 2가지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항암치료의 흔한 부작용 중 하나는 손발저림이다. 항암치료 중이거나 끝난 뒤 '손발저림'이 나타나는 근원은 말초신경병증이다. 운동신경·감각신경·자율신경 3종으로 구성된 '말초신경'은 신경공이라고 불리는 척추뼈 사이의 작은 구멍을 통해 나와 팔, 다리, 몸통 등 온몸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데, 이들을 항암제가 암세포와 같이 공격해 '말초신경병증'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항암제가 말초신경병증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문용화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차병원'에서 항암치료와 관련된 말초신경병증의 주범은 두 가지라며 백금계 항암제와 탁산계 항암제를 지목했다. 백금계 항암제와 탁산계 항암제가 말초신경병증을 초래하는 이유가 있다. 

문 교수는 "시스플라틴, 카보플라틴, 옥살리플라틴 등 '플라틴'이라는 말이 붙은 항암제가 '백금계 항암제'인데, 백금계 항암제는 암세포의 DNA를 직접적으로 공격해 손상을 줘서 암세포를 죽이는 역할을 한다"며 "신경도 하나의 세포이다보니 신경이 많이 모여 있는 후근신경절에 있는 신경세포들에 백금계 항암제가 손상을 가해 말초신경병증 증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초신경병증의 두 번째 주범은 탁산계 항암제로, 파클리탁셀(제품명 탁솔)이 대표적인 항암제다. 문용화 교수는 "주로 유방암이나 부인암 환자들이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 항암제인 파클리탁셀은 암세포가 둘로 분열하게 되는 과정에서 방추사라고 하는 실 같은 게 나와서 둘로 나눠지게 되는데, 그 방추사에 손상을 가하는 항암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방추사에 손상을 주는 기전의 탁산계 항암제가 말초신경병증을 초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 교수는 "가느다란 신경섬유들이 많이 모여서 '신경'을 이루고 있는데, 이러한 신경섬유도 방추사와 같은 물질로 이뤄지기 때문에 신경섬유가 다치게 되는 것"이라며 "그래서 여러가지 저린 증상들이 발생하게 된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항암치료로 인한 말초신경병증 주범들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문용화 교수는 "파클리탁셀을 사용할 때 약 30% 이상 말초신경병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며 "의료현장에서 보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저린 증상을 호소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운동신경·감각신경·자율신경 3종으로 이뤄진 말초신경에 나타난 '말초신경병증'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문 교수는 "말초신경병증 증상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한다"며 "첫 번째가 감각신경의 이상이고, 두 번째는 균형감각이나 위치감각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 세 번째는 운동신경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문용화 교수는 "감각신경의 이상이 발생하면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 저린 증상이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 시린 느낌"이라며 "또한 살짝만 닿아도 굉장히 아프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감각을 아예 느끼지 못하는 아주 심한 경우까지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균형감각이나 위치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도 흔한데, 이때는 평소처럼 걷는데도 '모래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환자들은 표현한다. 또 운동신경의 이상은 근력 약화로 나타난다.

운동신경이 악화됐을 때 최악은 상황은 무엇일까. 문용화 교수는 "걷는 기능이 많이 떨어지기도 한다"며 "이것은 굉장한 심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교수는 "말초신경병증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의료진에게 말을 해줘야 한다"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말초신경병증을) 잘 치료 받으면 항암치료를 받는데 크게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말초신경병증이 심하면 때에 따라서 항암제 용량을 아주 크게 줄이거나 중단하기도 한다. 말초신경병증의 심각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기준이 있는데, 단추를 끼울 수 있느냐, 걸을 수 있느냐가 그것이다. 단추를 끼울 수 없거나 걸을 수 없다면 굉장히 심각한 단계다.

문 교수는 "이때는 항암제를 중단할지 아니면 항암제 용량을 많이 줄여서 계속 투약을 할지 고민하게 된다"며 "이러한 판단은 항암제가 환자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서 결정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술 뒤 재발 방지를 위한 '표준치료'로 백금계 항암제와 탁산계 항암제를 쓸 때는 용량을 줄이거나 끊는 것이 쉽지 않다. 유방암 수술 뒤 파클리탁셀을 1주 단위로 12번 사용하는 치료나, 난소암 수술 뒤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 병합제를 3주 단위로 해서 6번 사용하는 치료가 대표적인 표준치료인데, 암치료의 효과를 위해서는 최대한 끌고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문용화 교수는 "아주 중요한 재발 방지 역할을 해서 이러한 경우는 사실 환자가 증상을 호소해도 '웬만하면 끝까지 좀 참고 해보자'라고 격려를 하고 투약을 하도록 하는데 너무 심한 경우는 조치를 취해야 된다"며 "단추를 끼울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증상이나 걷기 못하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항암제 용량을 굉장히 많이 줄이거나 다른 항암제로 대체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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