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로그 인사이트]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전영우 교수 인터뷰
재발률 높고 치료옵션 적은 '말초T세포림프종' 초치료 급여 확대를
혈액암 가운데 유달리 치료가 어려운 암이 있다. 말초T세포림프종(Peripheral T-Cell Lymphoma, PTCL)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말초T세포림프종은 다른 혈액암과 달리 치료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도 1980년대 쓰던 약들이 주요 치료법이다. 다른 혈액암에 비해 'T세포' 관련 림프종은 효과적인 신약 개발이 굉장히 어렵다. 혈액암에서 꿈의 치료제로 통하는 세포치료제 카티(CAR-T)도 T세포림프종에서는 아직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이뤄지는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의 3년 생존율은 50%안팎에 불과하다. 더구나 1차 치료 뒤 재발률도 높고, 재발 뒤 생존율은 다른 혈액암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진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많이 개발된 B세포림프종과 달리 T세포림프종은 재발 뒤 치료 옵션이 더 좁다. 때문에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전영우 교수는 "말초T세포림프종은 1차 치료에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를 쏟아부어 재발률을 낮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전영우 교수를 만나 '말초T세포림프종'의 치료 현실을 들여다봤다.
- 말초T세포림프종은 어떤 질환인가?
말초T세포림프종은 혈액암인 백혈병과 비슷한 경과를 보이는데, 재발이 무척 빠르며 치료 예후가 좋지 않은 편이다. 림프종은 크게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뉘는데, 말초T세포림프종은 비호지킨 림프종의 큰 축을 차지하는 유형의 하나로 T세포림프종을 통틀어 말초T세포림프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골수 바깥의 림프절이나 편도선 등을 말초라고 하는데, 단순히 B세포림프종과 구분할 경우에는 T세포림프종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비호지킨 림프종의 아형은 약 80개 정도 추산된다. 대부분 B세포림프종이며, 말초T세포림프종의 세부 아형은 15개 정도를 차지한다. 그 중 발현율이 굉장히 드문 피부T세포림프종과 같은 희귀 아형을 제외하고 주요 아형은 5개 정도로 분류 불가능한 말초T세포림프종, 비강형림프절, NK-T세포림프종, 혈관면역모구T세포림프종, 역형성대세포림프종 등이다.
- 여러 종류로 나뉘는 '말초T세포림프종'의 발병 원인은 무엇인가?
발병 원인이 알려진 것은 NK-T세포림프종과 피부T세포림프종 정도이고, 그 외에는 명확하지 않다. NK-T세포림프종의 원인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 감염이 잘 알려져 있고, 피부T세포림프종의 원인은 ‘접촉’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접촉이란 오랜 기간동안 면역학적 자극을 받은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오랫동안 수많은 저강도의 면역학적 자극을 받는 아토피피부염이나 류마티스관절염을 앓은 환자 중에서 피부T세포림프종 발병률이 높다는 것을 들 수 있다.
-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 증가 추이는 어떻고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는가?
통계 수치는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현재 해외 기준 말초T세포림프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비호지킨 림프종의 20% 정도로, 15%가량을 차지했던 10여 년 전에 비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과거 5%가량의 비율을 차지했던 것에 반해 2010년도의 발표자료에서는 15%로 증가했고, 최근에는 약 20%로 더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가 늘어나는데 대한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생활습관의 서구화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 말초T세포림프종의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면?
모든 림프종은 특징적으로 멍울이 만져지는 림프절 비대 증상이 있는데, 말초T세포림프종의 경우 다른 계통의 림프종에 비해 열과 부종 관련 증상이 도드라진다. B세포림프종은 특별한 증상이 없고 환자가 샤워 중 우연히 촉지로 멍울을 발견해 내원하는 경우가 다수인데, 말초T세포림프종은 열, 부종 등의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말초T세포림프종은 야간 발열, 발한이 있다고 알려져 있으나, 야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열이 많이 나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또 림프절이 커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이로 인해 내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멍울은 전신 어디든 발생 가능하지만, 흔히 환자가 멍울을 발견하는 부위는 목이나 겨드랑이다. 검사를 해보면 환자가 발견한 부위에만 멍울이 있지 않고 복강 내 또는 사타구니에서도 많이 발견된다.
-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보통 얼마나 병이 진행된 상태이고, 병기에 따른 치료 예후는 어떠한가?
말초T세포림프종은 1기부터 4기까지 구분되는데, 대부분 3기 이상 진행된 상태로 내원한다. 특히 T세포림프종 환자는 B세포림프종 환자 대비 늦게 내원하는 특징이 있어 치료를 위한 준비 단계 없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가 제법 많다. 1~2기 환자의 경우 항암제 치료만으로도 완치율이 높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3기 이상 진행된 상태로 내원하기 때문에 완치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기존 표준 항암제만으로 완치까지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그 수는 상당히 적다.
- 말초T세포림프종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발열과 림프절 대비 증상을 가진 환자가 모두 림프종 진단을 받지는 않는다. 대다수의 환자는 단순 목감기나 바이러스성 림프절 감염으로 동일한 증상을 경험한다. 이런 경우는 해열제를 통해 증상을 해결되거나, 2주 이상 아무 치료를 받지 않아도 증상이 호전된다. 반면, 치료 유무와 상관없이 발열과 림프절 비대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신속하게 CT촬영과 조직검사 등을 통해 림프종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암 진단에 속도를 내는 중요한 단서라고 생각한다.
말초T세포림프종은 워낙 공격적이고 빠르게 주변을 괴사시키다 보니 위치를 변경해 여러 번의 검사를 진행해도 괴사 부위를 통해 암을 추정할 뿐 ‘암의 근원 부위를 찾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말초T세포림프종은 B세포림프종에 비해 더 많은 검사를 요구하는 편이다. 대부분 한 번의 조직검사로 진단이 되지만, 암이 강하게 의심되는데 암의 증거를 찾지 못하는 특수한 경우에는 림프절이 비대한 부위에 대해 조직검사를 무조건적으로 재진행해야 한다.
- 말초T세포림프종의 진단 과정은?
촉지를 통해 림프종이 의심되는 부위를 확인하고, 이 부위의 CT 검사를 한다. CT 검사가 어려운 환경에서는 주로 초음파검사를 하는데, 초음파검사는 정확성이나 객관성이 떨어져서 단순 스크리닝 목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하고, 확진을 위한 검사를 위해서는 CT를 활용해 정확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림프종이 의심돼 CT 촬영을 했는데 간혹 간암이나 췌장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었다.
CT는 대개 림프종이 의심되는 비대 부위를 촬영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병이 의심될 때는 전신을 촬영해 가급적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편이다. CT를 통해 어느 부위에 림프종이 있는지 확인 가능한데, 이때 림프종 의심 부위가 전신이라고 해서 전신 림프절 모두를 조직검사하지는 않는다. 가장 우선순위로 검사하는 부위는 림프절이 모여 있는 곳이고, 두번째로는 검사자, 즉 영상의학과나 담당의가 접근하기 편한 부위를 택한다.
이처럼 CT와 CT 기반 조직검사는 필수적으로 진행하는 검사이고, 사실상 진단은 이 두 가지 검사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외 선택적으로 CT 검사와 함께 PET(양전자단층촬영)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PET 검사는 암과 염증을 구별할 수 있는 검사로, CT에서 암이 강하게 의심되면 PET 검사를 이어서 진행하는 것이 하나의 루틴처럼 활용되곤 한다. 또 다른 추가 검사로 MRI 검사가 있는데, 눈이나 연골 조직에 멍울이 발견되는 특수한 사례에 검사한다. 또한 림프종으로 확진된 이후에는 골수검사와 특수면역검사들을 기본적으로 진행한다.
- 현재의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환경은 어떠한가?
현재 B세포림프종 치료시장은 표적항암제 홍수를 경험하고 있지만, 말초T세포림프종은 그렇지 않다. 카티도 여러 연구를 통해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에는 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미국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의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도 30년 전과 비교해 차이가 거의 없다. 재발 방지와 유지 목적으로 면역조절제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를 추가한 정도다.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에 대해 임상연구를 진행하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B세포림프종에 비해 T세포림프종은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치료는 1980년대부터 쓰여온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인 CHOP (Cyclophosphamide+Hydroxydaunorubicin+Vincristine+Prednisone) 또는 CHOEP (Cyclophosphamide+Hydroxydaunorubicin+Oncovin+Etoposide+Prednisone) 등을 주로 쓰고 있다. 이외에 완치 목적으로 조혈모세포이식이 시도되기도 한다.
하지만 조혈모세포이식을 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는 환자가 적고, 이식까지 완수하는 환자가 드물어 이식을 배제한 치료법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65세 이하이면서 전신 상태가 우수하고 병기가 높은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로 1차 항암치료 후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는 편인데, 경험에 따르면 이식 여부에 따라 완치율이 20% 이상 차이가 나 개인적으로 환자들에게 이식을 권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에게 1차 약제로 항체약물결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신약 애드세트리스(성분명 브렌툭시맙 베도틴)를 사용하기도 한다.
- 애드세트리스가 CD30 양성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신약이긴 하지만 현재는 말초T세포림프종의 아형 중 하나인 역형성대세포림프종에만 급여가 되고 있다. 여러 말초T세포림프종 아형 환자에게 급여를 넓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고 실제 애드세트리스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애드세트리스의 경우 1차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된 지 얼마 안 돼 실제 쓰는 환자가 매우 적다. 즉, 애드세트리스의 효과를 현 시점에서 명확히 하기에는 사용한 기간이 8개월 정도로 짧기 때문에 데이터가 부족하다.
말초T세포림프종은 10명을 치료하면 6명 정도가 재발한다. B세포림프종의 2배가량 높은 재발률을 보인다. 말초T세포림프종은 재발할수록 다음 치료에 대한 기대치가 마치 계단처럼 급격히 감소한다. 한 번 재발하면 여명이 절반가량 준다. 더구나 2차 치료에서 말초T세포림프종은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1차 치료 때보다 더 제한적이다. 재발한 환자의 경우 조혈모세포이식 확률도 현저히 떨어진다.
효과적인 2차 치료 옵션을 확대하기 위해 면역관문억제제 등 신약 개발이 시도되고 있으나 한두 달의 무병 기간을 늘릴 뿐 큰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말초T세포림프종은 1차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치료 옵션을 활용해야 한다.
- 현재의 말초T세포림프종 치료 환경에서 어떤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나?
말초T세포림프종은 치료 옵션이 다양한 B세포림프종과 달리 재발 환자에 대한 치료 옵션이 매우 궁색하다. 재발한 말초T세포림프종은 이미 진 게임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들의 치료 목표를 ‘재발 방지’로 설정해 1차 치료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치료보다 1%라도 더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있다면, 그 약제를 사용해 재발을 초장부터 방지하는 것이 향후 T세포림프종 환자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CD30을 타깃한 애드세트리스를 더 많은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에게 급여 조건 하에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여 확대를 통해 더 많은 CD30 양성 말초T세포림프종 환자의 1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향상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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