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최은지 교수에게 듣는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급성골수성백혈병에선 일치와 반일치 결과 차이 거의 없어져

백혈병을 포함한 혈액암 치료법 중 하나인 '골수이식'은 병이 재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면역치료다. 골수이식의 정확한 용어는 '조혈모세포이식'으로, 과거 조혈모세포이식은 기증자와 공여자 간 조직적합성항원이 100% 일치해야만 안전하게 이식하고 치료받을 수 있었다. 요즘은 다르다. 

서울아산병원 혈액내과 최은지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아산병원'에서 "지금은 조직적합성항원이 50%만 일치하는 경우를 뜻하는 '반일치조혈모세포이식'이 가능하게 됐다"며 "의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했고 그로 인해 조직접합성항원 일부만 일치하더라도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미지 제공=개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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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반일치조혈모세포이식이 어떻게 가능해진 것일까? 먼저 조혈모세포이식이 어떤 치료인지부터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조혈모세포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조혈모세포는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우리 몸속의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골수, 혈액, 탯줄에 존재하는 조혈모세포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으로 최종 변화된다.

이 가운데 백혈구는 외부로부터 들어온 물질이나 암세포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세포다. 이같은 정상적인 역할을 못하는 비정상적인 백혈구가 증식하는 병인 '백혈병' 같은 혈액암이 생기면 우리 몸에는 당연히 감염 등의 치명적인 문제가 일어난다.

이때 1차적으로 항암제 같은 강력한 약물치료를 통해 비정상적인 백혈구를 없애고 정상적인 백혈구를 생산해내는 치료를 하는데, 이 치료로 성공적인 치료 상태에 이를 때를 관해라고 한다.

최은지 교수는 "조혈모세포이식은 관해 상태의 백혈병이 재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면역치료의 일종"이라며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건강한 환자에게 이식해 일부 남아있는 백혈병 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키고 골수에 생착을 잘 시켜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로 치환하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관해 상태에 이른 백혈병 환자에게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서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는 백혈병 세포를 추가적으로 없애고, 건강한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가 환자의 골수에 스며들게 해서 건강한 백혈구가 나오게 하는 것이 조혈모세포이식 치료다. 

이런 조혈모세포이식은 크게 동종과 자가 조혈모세포이식 치료로 나뉜다.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은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하는 것이고, 동종은 환자와 조직적합성항원이 일치하는 가족 구성원 또는 타인 공여자로부터 얻는 조혈모세포를 쓰는 것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백혈병을 포함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나 림프종, 다발골수종과 같은 악성혈액질환과 재생불량빈혈이나 유전질환 등을 포함한 다양한 양성 혈액질환을 치료하는데 쓰이는 매우 효과적인 면역치료이지만 그만큼 치료에 따르는 위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생착실패와 이식편대숙주질환이다. 최 교수는 "공여자의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몸에 생착하지 못하고 탈락해버리는 거부 반응인 생착실패"에 이어 "공여자의 세포가 환자의 피부나 장, 간과 같은 세포를 공격해서 일어나는 이식편대숙주질환이라는 병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병은 환자와 공여자 간 면역체계가 서로를 '남'으로 인식함으로써 반응하는 것이다. 최은지 교수는 "조직접합성항원은 인간의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세포막 단백질"이라며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바이러스나 세균, 암세포를 공격해야겠다고 인지하는 대표적인 기전이 이 조직접합성항원이 불일치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생착실패와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위험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거에는 환자와 공여자의 조직접합성항원이 일치하는 경우에만 이 치료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의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조직접합성항원이 일부만 일치해도 이식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그 방법도 다양하다. 최 교수는 "조혈모세포이식 전에 항암요법이나 방사선요법을 통해 환자의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든다든지, 이식 후 면역억제제 투여를 통해서 환자의 면역체계가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조절한다든지, 다른 세포치료를 통해 면역체계를 교정하고 이식받은 조혈모세포를 받아들이기 쉽게 만드는 등의 다양한 치료법들이 개발돼 있다"고 말했다. 

이 치료법 도입 초기에는 조직접합성항원 반일치에 따른 합병증 때문에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저강도 전처치요법을 이용한 반일치 동종조혈모세포이식 등을 통해 급성골수성백혈병과 같은 일부 질환에서는 공여자에 따른 합병증 측면에서 차이가 거의 없어졌을만큼 발전했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에서 1차 관해 상태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이식 후 생존기간에 있어서 조직접합성항원 '일치'와 '반일치' 공여자 간의 치료 성적 차이가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고 최은지 교수는 설명했다.

최 교수는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은 이식 전 처치나 이식편대숙주병의 예방 약제와 같은 보조적인 치료에 따라서 이식 후 성적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경험이 많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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