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선영 교수 "'급여기준 들지 못하는 환자들 선택 기회마저 잃어"
서울대병원 이혜승 교수, 현행 동반진단 급여수가 한계 지적

"옵디보는 PD-L1 발현율에 관계없이 1년 이상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과 높은 반응률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치료 반응을 보여, 모든 환자(all-comer)의 1차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허가됐다. 이 중 PD-L1 CPS 5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이번에 급여가 적용되면서 국내 위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향상됐다. 하지만 'PD-L1 CPS 5 이상'이라는 급여기준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환자들이 자비로 기존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화학요법과 병용 시 (화학요법마저) 비급여로 전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가중돼 선택의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이는 한국오노약품공업과 한국BMS제약이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진행성·전이성 위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것을 기념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가 지적한 내용이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라선영 교수

옵디보는 지난 1일부터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위식도 접합부 선암 또는 식도선암의 1차 치료에서 HER2 음성이며 PD-L1 CPS 5 이상인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HER2 음성 위암 영역에서 약 20년 만에 승인을 받은 1차 치료 옵션으로, 지난 21년 6월 면역항암제 최초로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선암, 위식도 접합부 선암 또는 식도선암의 1차 치료로서 플루오로피리미딘계 및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의 병용요법으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날 첫 번째 발표에 나선 라선영 교수는 국내 진행성 및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의 미충족 수요를 짚어보고, 옵디보가 향후 국내 위암 치료 성적 향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발표했다. 

라 교수는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의 약 80%는 HER2 발현이 낮은 HER2 음성 환자에 해당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옵디보 등장 전까지 HER2 음성 위암의 유일한 1차 치료 옵션은 화학요법으로, 치료 후에도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1년 미만에 불과했다"며 "다른 암종과 마찬가지로 위암에서도 새로운 표적치료제 개발이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대부분의 임상이 실패했다. 이렇게 실패를 거듭하던 중 옵디보가 CheckMate-649 임상에서 기존 화학요법보다 유의한 생존 개선 혜택을 입증하면서 새로운 HER2 음성 위암 1차 표준치료로 등극했다”고 전했다.

라 교수는 "4기 환자에서 위암과 마찬가지로 예후가 불량했던 폐암의 경우 그간 수많은 표적항암제 및 면역항암제들이 개발되며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크게 개선됐지만, 같은 기간 동안 위암은 HER2 양성 암종을 제외하고 정체기였다"면서 그 이유를 '이질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환자에서조차 암세포가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탓에 특정 표적이 되는 마커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 

때문에 옵디보 급여기준에 들어가지 못하는 PD-L1 CPS 1~4 구간 환자들 사이에서도 옵디보 병용요법에 반응을 보여 생존기간이 늘어나는 환자들이 있다고 했다. 

연세암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1~4 구간 환자 20~30명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현재까지 효과를 본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라 교수는 또 "현재의 급여기준은 면역항암제가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는 환자들이 급여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환자의 경우 면역항암제가 굉장히 좋은 효과를 보이는데, MSI-H와 PD-L1 발현율 간에는 연관성이 없어 자칫 PD-L1 CPS가 '음성'이거나 '5 미만'인 MSI-H 환자들이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옵디보의 급여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이 자비로 옵디보 치료를 진행할 경우 기존에 보험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화학요법마저 비급여로 전환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가중돼 치료 선택의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라 교수는 "유방암, 난소암, 두경부암 치료에서 병용투여하는 화학요법에 부분급여를 적용했듯 위암 환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서 "현재 학회에서도 이러한 현행 급여 체계를 개선, 기존 치료요법에 병용요법으로 신약이 추가되는 경우 기존 치료요법은 급여를 유지하고 신약에만 100/100(환자가 100% 부담)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부를 설득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이혜승 교수
서울대병원 병리과 이혜승 교수

한편, 두 번째 연자로 나선 서울대병원 병리과 이혜승 교수는 위암 치료 영역에서 병리검사 역할의 강화와 진단 플랫폼 간 호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바이오마커는 약제의 치료 반응 및 효과를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맞춤형 항암 치료를 가능케 하는 중요한 지표다. 최근 항암 신약의 급여 적용 과정에서 병리검사 결과가 기준으로 설정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병리검사가 치료 옵션 선택 및 치료 전략 수립 과정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옵디보 위암 1차 치료 급여 개시와 동시에 PD-L1 IHC 28-8 PharmDx 진단 플랫폼이 기존에 허가 받은 ‘동반보조진단’에서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요법 급여 대상 환자 선별을 위해 ‘동반진단 검사에 준하는 경우’로 사용목적과 수가가 변경됐다. 이번에 다행히 약제와 병리검사 급여 개정이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환자들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급여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최근 여러 암종에서 다양한 신약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시스템상 동일 암종에서 같은 바이오마커를 검사하더라도 각 약제별로 다른 진단 플랫폼과 진단 시약을 세팅해야 해 효율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 폐암에서 PD-L1 발현율을 기준으로 급여 대상 환자를 선별할 때 서로 다른 진단 플랫폼 간 호환을 인정한 사례처럼 위암을 포함한 다른 암종에서도 진단 플랫폼 간 호환 인정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국내에서는 약제별 임상연구 설계에 따라 허가 및 급여 기준을 설정하기 때문에 동일 암종과 동일 바이오마커에 대한 병리검사를 진행하더라도 각 약제마다 다른 진단 플랫폼과 진단 시약을 사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항체마다 개별적인 진단기기를 세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병리 및 임상 현장의 효율성 제고와 사회적 비용 경감을 위해서는 진단 플랫폼 간 호환 인정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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