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학회, 급여화 포함 비만 정책 개선 촉구
"수술 치료 국한된 수가 예방·관리까지 확대"
복지부 "사회적 합의 거쳐 단계적 추진"

대한비만학회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보험·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체계적인 비만 관리를 위해 정책 개선과 급여 확대를 요구했다. ⓒ청년의사
대한비만학회는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보험·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체계적인 비만 관리를 위해 정책 개선과 급여 확대를 요구했다. ⓒ청년의사

한국은 더 이상 비만 안전국이 아니다. 소아청소년기부터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환자로 치료받지 못한다. 사회도 정부도 '비만은 질병'이라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만 관리 정책 역시 개인과 사회, 미용과 치료 사이에 낀 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대한비만학회 보험·정책 심포지엄에서 김경곤 부회장(가천대길병원)은 "비만은 더 이상 개인 문제가 아니다. 질병이라고 제대로 인식하고 만성질환 관리 차원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한국 비만 유병률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 3월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중·고등학생 비만율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성인 남성 비만율도 지난 2011년 35.1%에서 2021년 46.3%에서 10년 사이 11.2%p 뛰었다.

비만으로 치료받는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비만 상병 청구는 지난 2020년 6만1,879명에서 2022년 7만303명으로 증가 추세다. 대부분 당뇨나 고혈압 환자가 비만 치료까지 받는 경우다. 정부도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비만도 만성질환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료계가 보는 현실은 다르다. 비만은 여전히 "개인의 자제력과 자기관리 문제"고 "질병의 치료가 아닌 미용·성형 일부"로만 여겨진다. 비만학회는 소아청소년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예방과 조기 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급여가 제한돼 "예방은 차치하고 치료도 제대로 못 하는 게 현실"이다.

비만 치료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급여화된 수술 치료도 지지부진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심평원이 공개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급여화 후에도 비만 수술 건수는 연간 2,000건 선에 머물고 있다. 2019년 2,154건에서 시작해 ▲2020년 2,292건 ▲2021년 2,283건 ▲2022년 2,256건 수준이다. 비만수술 통합진료료 청구 건도 지난 2019년 271건에서 ▲2020년 208건 ▲2021년 236건 ▲2022년 242건 수준이다.

그나마 수술은 2020년 기준 상급종합병원(27.5%), 종합병원(56.8%)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통합진료료 청구도 종합병원 이상이 100%다.

김 부회장은 "엄밀히 말해 현행 제도상 의료기관이 비만 자체만 다루지 못한다. 많은 의료기관이 비만 치료는 별도 차트로 관리한다. 환자가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동반질환이 없으면 스크리닝 검사도 어렵다. 이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상문 비만대사수술위원회 이사(서울의료원)는 "비만 수술하는 의사가 국내에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3차 병원에 외과, 내분비내과, 가정의학과를 막론하고 비만 치료와 수술을 담당하는 교수가 적다"며 "수술을 급여화해도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의사조차 부족한 게 한국 비만 치료 현주소다"라고 했다.

예방은 물론 치료도 어려운 현실…"급여 확대로 통합 관리해야"

수술 치료 전후 관리 체계도 부실하다. 수술 전 준비 단계를 제외하면 예방이나 관리에 적용하는 수가가 전무하다. 비만학회가 통합적인 비만관리체계를 수립하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종화 이사(부천세종병원)는 "비만대사 수술 급여 기준이 비수술적 치료도 효과가 없는 경우다. 그러면 수술 전 단계로서 생활습관과 행동 교정, 약물 치료 등 내과적인 치료에 대해서도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비만대사 수술도 활성화되고 비만 전후 관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홍용희 소아청소년위원회 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는 "비만에서 파생하는 각종 질환 치료비와 정신건강 문제 등 사회적 소요 비용을 따져봤을 때 소아청소년 시기부터 비만 상담 교육을 하고 합병증 검사로 조기 발견·개입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라고 했다.

비만 급여화 단계적 추진…政 "사회적 합의 선행해야"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관련 정책과 수가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청년의사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거쳐 관련 정책과 수가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청년의사

정부는 비만 관리와 치료 분야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정연희 건강증진과장은 "비만 관련 급여화는 관계 부서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모델을 만들고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는 된 것으로 안다. 세부적인 검토를 통해 우선순위부터 차례로 만들어 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과장은 "건강증진과도 관련 과와 꾸준히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의료계와도 함께 노력하며 지속적으로 정책을 개선해 나가겠다. 학회도 관련 데이터 확보와 연구에 힘써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심평원 박정혜 심사운영부장은 "행위별 수가제가 기본인 만큼 비만 치료·관리도 이 틀에서 검토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 비만 치료 급여화 논의가 더 진행되면 치료제까지 논의가 확장될 거라고 본다"며 "심평원은 중간점에 위치한 입장에서 임상 현장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 부장은 "다만 (비만 급여화의) 종합적인 검토는 또 다른 문제다. 여러 분야에서 의견을 내고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며 "최종 결정에서 국민 의견도 중요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절반이 소비자다. 사회적 합의점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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