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순 교수 "백신 효과성·안전성 소통 체계 구축해야"
전문가들, 백신 소통 부처 신설, 특별법 제정 등 제안
政 "국민 연령대 등 고려한 소통 전략 강화하겠다"
코로나19 백신 동절기 접종 시기가 다가오며 다시금 백신 접종과 관련한 국민 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향후 발발할 수 있는 신종 감염병 사태를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정부가 백신 소통 거버넌스를 구축해 백신 접종의 안정성과 효과성에 대한 국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7일 종로 YWCA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경험과 넥스트 펜데믹 대응전략’ 심포지엄에서는 백신 접종에 대한 대국민 소통 강화를 위한 방안이 쏟아져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이 약 87%에 달하는 높은 코로나19 백신 기초 접종률을 달성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접종에 대한 국민의 수용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유 교수가 지난 2020년 12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조사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향 설문에 따르면 2021년 3월에 66.2%가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2023년 3월에는 44.6%로 감소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백신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수용도가 점점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유 교수의 지적이다.
유 교수는 “초기에 기초 접종 단계에서 질병관리청을 비롯해 정부 당국이 행정력을 동원한 결과 단시간에 국민 대상 대규모 백신 접종을 시행했고 실제 성과가 있었다”며 “그러나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하락하는 현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예방접종은 선택의 문제라는 반응이 나오는 동시에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이에 정부가 나서 감염성 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언론, 미디어, 전문가, 의료현장 등을 포괄하는 '백신 소통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근거를 기반으로 백신 접종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
유 교수는 “위기 소통이 중요하다 강조하나 정작 백신 소통과 관련한 거버넌스가 없는 상황”이라며 “백신과 관련된 소통을 단순히 보도자료 배포 등 담당 부서의 기능 중 하나로 봤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 단순히 업무 매뉴얼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개인의 사회심리적 요인과 건강에 관한 담론, 지역사회 공중 보건 정책을 함께 담은 백신 소통 체계가 필요하다”며 “근거에 기반한 자료를 의료현장에 제공해 의사들이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권고할 때 가이드라인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오정보, 정보 왜곡 사례 등을 체계화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독립 기구, 특별법 등 백신 안전성 설득 거버넌스 필요"
전문가들도 독립된 기구 창설, 특별법 마련 등으로 백신의 안전성과 이상반응 등에 대해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소통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감염병재난대응특별위원회 이종구 위원장은 “향후 등장할 미지의 감염병인 ‘Disease X’에 대비하려면 인구 집단의 조사를 넘어 개별적인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인과성을 파악해야 한다. 특별법을 제정해 본격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소아감염학회 박수은 회장(부산대양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소아 환자들의 보호자들은 대학병원의 주치의로부터 백신 접종을 권고 받았다. 그러나 막상 백신을 접종하러 동네병원에 가서 ‘조금 더 생각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이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중증소아환자가 늘게 됐다”고 했다.
박 회장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 접종 후 이상반응 등을 연구해 대처하고 국민을 향한 소통의 창구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보호자의 의사 결정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의사다. 일선 의사들에 충분한 교육과 자료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감염학회 김남준 이사장은 "(백신에 대한) 다양한 팩트(fact)가 사회에 반영되도록 연결하는 '소통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질병청에서 소통 전문가를 채용해 이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정부는 현장 의료진뿐 아니라 국민을 향한 백신 소통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특히 오는 10월로 예정된 동절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사실상 백신 접종 연례화의 시작인만큼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질병청 권근용 예방접종기획과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업무에서 가장 힘들었던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선택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며 “특히 젊은 연령층에 접종을 권고하고 시행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기에 국민과 의료진에게 어떤 메시지로 전달할지 섬세히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권 과장은 “우선 동절기 접종에 대비하고자 의사회 학술대회에서 백신 접종의 필요성과 효과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대한의사협회 보수교육에도 백신 접종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교육을 만들어 의료진들부터 접종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연령대는 치명률이 낮기에 접종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게 합리적일 수 있으나 고령층, 면역저하자의 인식도 덩달아 낮아지면 큰 문제”라며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소통뿐 아니라 백신 접종이 필요함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국민, 연령대 등을 고려한 다양한 소통 전략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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