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의학한림원 권고문’ 공개
암 선별검사 PET-CT·비타민D 검사·뇌 MRI 등 지적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국내 무분별한 건강검진 정리에 나섰다. 암 건강검진과 일반 건강검진을 나눠 ‘권고하지 않는’ 검진행위를 선정해 공개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국립암센터는 지난 7일 국림암센터 국가암예방검진동 국제회의장에서 ‘우리나라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한 의학한림원 권고문’이 공개됐다. 국내 건강검진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인지한 의학한림원은 지난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권고문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의학한림원은 우리나라 건강검진의 문제점으로 ▲이미 진단받고 관리 중인 질환 보유자를 검사 ▲근거에 기반을 두지 못한 검사 ▲소득 수준에 따른 건강검진 불평등 ▲민간 건강검진 오남용 ▲건강검진 전문기관의 역할 정립 필요 ▲검진결과 상담 강화 필요 ▲정보 통합 기반 마련 필요 ▲검진결과 통보서를 의뢰서로 갈음 등을 꼽았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개선 방안으로는 ▲검진 전 주치의 선정 ▲근거에 바탕을 둔 건강검진 시행 ▲검진항목 근거 등급 표시 의무화 ▲검진 결과 설명은 주치의가 시행 ▲공인인증 건강정보망에 건강검진 결과 공유 등을 제안했다.
특히 슬기로운 건강검진을 위해 ‘권고하지 않는 암 건강검진’과 ‘권고하지 않는 일반 건강검진’을 선정했다.
권고하지 않는 암 건강검진에는 ▲암 건강검진 목적 갑상선 초음파 검사 ▲폐암 위험이 낮은 사람 대상 폐암 선별검사 목적의 저선량 흉부전산화단층촬영(LDCT) ▲무증상 성인 췌장암 선별검사 ▲무증상 성인 암 선별검사로 PET-CT ▲기대 여명이 10년 이하인 경우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선별검사 목적의 암 검진 등을 꼽았다.
권고하지 않는 일반 건강검진으로는 ▲주치의와 상의하지 않은 연례적인 건강검진 ▲건강검진 목적의 비타민D 검사 ▲건강검진 목적의 뇌 MRI 검사 ▲증상이 없는 노인에서 일상적인 치매 건강검진 ▲심혈관 위험도가 낮은 사람에서 건강검진 목적의 관상동맥 CT 검사 등을 꼽았다.
포럼에서 토론에 나선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 정부 관계자들은 건강검진 개선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김한숙 과장은 “(국내에 국가건강검진이 본격 도입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크게 발전된 부분이 없다. (정책 추진자 입장에서 볼 때) 건강검진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각자 입장이 있기 때문에 (개선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과장은 “최근 10여년 동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을 실행하면서 의료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보험재정이 타이트하게 관리되니 (의료계 입장에서) 그나마 건강검진 시장이 기댈 곳이 되는 모양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건강검진을 진단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주치의 개념으로 발전 방향을 잡으면 환자 개인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현실적인 부분도 지적했다.
김 과장은 “때문에 국가건강검진 개선을 논의할 때 조기 진단 후 예방이 목적인지 건강관리가 목적인지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충분하지 않아 혼선이 있는 것”이라며 “의학한림원 제안을 바탕으로 국가정책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 건강증진과 박지민 사무관은 “(국가건강검진 개선과 관련해)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면 각 학회별로 입장이 다 다르다”며 “우리나라는 전수조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특정 질환에서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할때) 가장 쉽게 생각하는 것이 국가건강검진에 태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건강증진과에 있는 동안 국가건강검진에 포함시켜달라는 제안을 수십가지 받았지만 2009년 이후 새롭게 도입된 검진은 없다”며 “절차를 정밀하게 관리하는 것인데 (국가건강검진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너무 추가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고도 했다.
박 사무관은 “이처럼 국가건강검진과 관련해 너무 다른 이야기들을 듣고 있어서 고민이 많다. 정책적으로 제안되고 권고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며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청 만성질환예방과 권상희 과장은 “건강검진 권고가 꼭 ‘장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권고를 ‘꼭 따라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며 “권고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대상자를 이해시키는 기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검진의학회 김원중 회장은 “검진기관들이 무작정 건강검진을 실시하지 않는다. 한림원 권고문에 있는 내용들은 사실 우리 학회와 큰 해당사항은 없는 내용”이라며 “주치의를 통한 건강검진에 대한 이야기도 항상 나오는데, 비용 등 그에 대한 논의는 전혀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건강검진은 꼭 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소비자 인식을 만드는데 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이 건강검진이 내게 꼭 필요한 것인지 평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또한 검진 후 결과 전달 방식도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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