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빠진 자리 ‘한정된 인력’…중증환자 진료도 ‘빨간불’
소청과 교수 “이대로는 의료 사고 날 수 있다는 두려움 커”
외과 교수 “이미 번 아웃된 교수들 쥐어 짤 순 없어 막막해”
‘빅5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예고되면서 벌써부터 현장에서는 ‘진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장에 남은 한정된 인력으로는 2차병원이나 지역병원의 중증환자 전원 수용 요청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공의들이 오는 19일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부터 병원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병원들도 다음 주 예정된 수술 중 응급 수술만 남기고 일정을 취소·연기하는 등 부랴부랴 수술 스케줄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응급책일 뿐 현장에서는 “일주일만 지나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외과와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전공의 수급이 어려운 필수과일수록 상황은 더 심각하다. 빈 전공의 자리를 채우며 당직을 서고 있는 교수들을 더 이상 쥐어 짤 수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빅5병원도 예외는 아니다.
빅5병원 소청과 A교수는 청년의사와 통화에서 “교수들이 돌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다. 이미 번 아웃된 상태”라며 “지역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소아 중환자는 빅5병원으로 몰리는데 인력 부족 상황에서는 정상 진료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조금만 중증도가 높아지면 빅5병원으로 전원을 보내온다. 그동안은 소아 중증환자를 수용해 진료했지만 전공의들이 빠지고 한정된 인력으로 당직을 서거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원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A교수는 “지금은 진료를 축소하지 않으면 의료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크다. 이대로는 일주일 정도가 한계”라며 “출구전략 없이 밀어 붙이는 정부 정책에 결국 소아 중환자들의 치료 길도 막히는 셈이다”이라고도 했다.
빅5병원 외과 B교수는 “전공의 특별법 제정 이후 교수들도 당직을 서고 있다. 특히 소청과의 경우 전공의들이 없으니 교수들이 당직을 선 게 2년이 넘었다”며 “이미 견딜 수 없을 만큼 번 아웃 됐다”고 토로했다.
B교수는 “전공의들이 없는 필수과 교수들이 다 마찬가지다. 의사라는 이유로 환갑이 돼서도 낮에 근무하고 밤에 당직을 선다. 직업적 소명의식으로 버틴다”며 “과로로 쓰러져도 책임 져줄 사람도 없다. 완전히 사지에 내몰린 기분”이라고 했다.
당장 대체 인력도 없는 상황에 정부가 출구전략도 없이 의료계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가 집단행동에 돌입할 경우 진료보조인력(PA) 활용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현실성도 없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공의 등이 파업해서 병원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면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PA 지원인력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B교수는 “정부에서는 전공의 파업 시 PA 간호사를 활용하겠다고 하지만 불가능하다”며 “PA 간호사를 대신 근무시켜 법원에 가면 명백한 실정법 위반인데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건가. 지금으로서는 인력 충원 방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B교수는 “과거 전공의들의 몸을 갈아 넣어 유지하던 의료 시스템이었지만 의료 환경이 바뀌었다. 이제는 의료 시스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단순히 인력을 많이 양성한다고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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