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예방학회·금연운동협의회 이끌고 있는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
"흡연, 우리나라 10대 암 주요 원인 중 하나…담배값 인상 필요"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음식이나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금연과 절주, 그리고 육류 섭취를 줄이고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한편, 표준 체중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부터 대한암예방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는 코리아헬스로그와 만나 “간혹 TV나 유튜브 등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암이 좋아졌다,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말을 하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졌거나 플라시보 효과가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둔갑 해버린 것”이라고 일침했다.

암을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식단이나 방법은 없다면서 그나마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말할 수 있는 방법은 ▲금연 ▲절주 ▲표준 체중 유지 ▲규칙적인 운동 ▲너무 짜게 먹지 않기 ▲과일, 채소 골고루 먹기 ▲육류 섭취 줄이기 ▲B형간염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받기 ▲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 하기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보건 수칙 지키기 ▲암 검진 빠짐없이 받기 등 '10대 국민 암 예방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명 교수는 "흡연은 갑상선암과 일부 암을 빼고 우리나라 10대 암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며 ”금연은 폐암 뿐만 아니라 주요 암의 위험성을 줄이는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다.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금연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이기도 한 명 교수는 강력한 금연 정책으로 담배값 인상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4,000원으로 담배값을 인상한 뒤 9년이 넘은 현재까지 단 한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담배값이 인상되면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연구들은 이미 수차례 보고된 바 있다.

이에 명 교수는 “담배값 인상 시 1~2년 정도 흡연율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10년이 다 되었으니 이를 기점으로 담배값을 큰 폭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
국립암센터 명승권 교수

- 국민 10명 중 4명이 암에 걸린다. 그러다보니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음식이 정말 존재하나. 

치료제의 경우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비교 임상시험을 한다. 하지만 폐암의 원인이 무엇인가, 흡연이 폐암의 원인인가, 짜게 먹으면 위암에 잘 걸리나 혹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어떤 암을 예방할 수 있나 등은 임상시험을 하기 어렵다. 임상시험이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연구자가 사람들을 모집을 한 다음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가짜 약을 투여하고 한쪽은 약을 투여해서 결과를 비교하는 방법인데 암의 예방 측면에서는 그런 연구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생활 습관과 관련한 연구를 한다면 임상시험보다는 대개 관찰 역학 연구 방법을 활용한다. 집단을 대상으로 질병의 인과관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코호트 연구다. 수만, 수십만, 많게는 10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암의 발병에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 되는 여러 가지 생활 습관 요인의 정보를 입수해 10년이나 20년 뒤 그런 요인이 없는 사람과 암 발생률을 비교하는 연구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관찰 연구를 통해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이나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이 10% 내지 30% 적은 것을 알았다. 이유는 과일과 채소 안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비타민C, 비타민E, 베타카로틴, 셀레늄 등 항산화 물질이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비타민C가 풍부한 귤을 많이 먹으면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니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과일과 채소에는 다양한 항산화 물질이 있는 것은 물론 항산화제 외에도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물질들이 들어있다. 즉, 골고루 다양하게 과일과 채소를 섭취해야지 특정 음식만 많이 먹는다고 예방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학설이 변질 돼 암을 예방하는 특별한 과일, 특별한 채소, 특별한 식단이 있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는데, 골고루 다양하게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 하지만 TV나 유튜브 등에는 항암효과가 있다는 음식과 건강기능식품 등 무분별한 정보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암예방학회 회장으로서 이같은 정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국에서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섭외할 때도 어떤 음식을 먹으면 암 예방에 좋은지 특정 음식을 꼭 집어 이야기해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든 민간요법이든 질병에 위험 요인이 있다 없다, 혹은 치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자 할 때 첫째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는 위약 효과, 플라시보 효과다. 10명 중 2명 정도는 심리적 안정감을 통한 위약 효과가 있는데 그걸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즉, 암 환자들이 TV에 출연해 이것 먹고 좋아졌다고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졌거나 플라시보 효과가 마치 효과가 있는 것처럼 둔갑해 버린 것이다.

- 그렇다면 음식이든, 건강기능식품이든, 민간요법이든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음식이나 방법은 없다고 보는 게 맞는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으려면 최소한 200명에서 수천 명 정도, 그리고 한 건의 임상시험이 아닌 여러 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일관된 효과가 나와야 된다. 효과뿐만 아니라 안전성도 입증 돼야 한다. 그런데 항암 효과가 있다고 거론되는 여러 가지 치료법이나 음식, 민간요법들은 근거중심의학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까지 효과가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나마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 일관된 효과를 보인 것은 보건복지부가 ‘10대 국민 암 예방 수칙’으로 정한 금연과 금주, 과일과 채소 골고루 섭취하기, 표준체중 유지하기, 규칙적인 운동하기, 육류 섭취 줄이기, 너무 짜게 먹지 않기, B형간염과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받기, 안전한 성생활 하기, 암 검진 빠짐없이 받기 등이다. 

- 금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는 금연운동협의회 회장으로 임명됐는데.  

금연은 폐암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암 위험성을 줄이는 것으로 걸로 이미 밝혀져 있다. 갑상선암이랑 일부 암을 빼고 흡연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발생하는 10대 암의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도 설립됐다. 당시 남성 흡연율이 75%까지 올라갔다. 10명 중 7~8명은 담배를 피웠던 거다. 하지만 2023년 36%까지 떨어졌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이유가 있지만 지속적인 금연정책 때문이다. 금연정책을 세우는데 금연운동협의회의 역할도 컸다.

- (금연운동협의회의 역할이 컸던)대표적인 금연 정책은 어떤 게 있었나. 

담뱃값 인상이다. 그런데 2015년 1월 1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오른 뒤 9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 이제 오를 때가 됐다고 본다. 담뱃값이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떨어뜨려야 한다. 담배값이 인상되면 흡연율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나와 있다. 

이와 함께 금연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담배 같은 경우 마약이랑 다르기는 하지만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에선 마약과 크게 차이가 없다. 마약보다 더 건강을 해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대마초 같은 경우 마약으로 분류가 돼 있는데 사실 담배랑 비교하면 중독성은 담배가 더 크다. 해로움도 대마초 이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담배사업법 때문에 담배를 국가에서 장려한다. 담배사업법에 근거해 담배 사업을 보호하고 양성하고 있다. 시대착오적 법이라고 생각한다. 담배관리법을 제정해 마약처럼 관리해야 한다. 담배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궁극적 목표다. 

협의회는 지금까지 이러한 주장들을 해왔다. 회장이 된 만큼 임기동안 적극적으로 담배 제조 및 매매 금지 그리고 담배 없는 세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 만약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게 되면 담배 제조 농가나 흡연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이미 10여 년 전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께서 담배 제조 및 매매 금지 대책이라는 책을 통해 담뱃잎 경작 농가에 대한 보상대책을 포함해 여러 가지 대책들을 세운 바 있다. 무조건 규제만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위한 정책을 같이 펴서 그들이 다른 업종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최소한 5년에서 10년 정도 유예기간을 두고 그들이 업종을 변경할 수 있게 국가가 지원해줘야 된다.

흡연자들의 경우에도 당장 법을 시행하면 사실 못 끊는다. 때문에 흡연율 목표를 현재 36%에서 10% 초반까지 잡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금연에 도움울 줄 수 있는 정책들을 펴야 한다. 물론 그래도 못 끊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들에 한해서는 끊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의료적인 조치를 마련해 줘야 한다.

- 요즘 전자담배로 넘어간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한편으로는 전자담배가 입담배보다 덜 해롭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가 적지 않다.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되는 부분인데 흡연자들이 금연을 시도했을 때 성공할 확률이 3 내지 5% 밖에 안 된다. 100명의 흡연자 중 자신의 의지로 담배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이 5%가 안 된다.

그래서 나온 게 상담 요법이다. 카운셀링 전문가가 흡연자에게 ‘담배 끊으세요. 그래야 혈압도 줄고 당 수치도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8% 정도까지 늘어난다. 여전히 금연 성공률은 낮지만 이전보다 2배 정도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계속 끊으라고 해봤자 못 끊으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덜 해로운 담배로 바꾸면 되지 않냐 이런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담배 회사에서도 그런 정책을 계속 펴왔다. 담배 회사들이 자기네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른바 자신들의 고객들을 계속 유지시킨 것이다. 그러나 니코틴 함량이 줄었다고 해도 담배는 여전히 해롭다. (전자담배의 유해성)장기간의 연구가 아직까지 좀 부족한 상태라 초반 2~3년 동안 사람들이 그러한 주장을 했던 거다. 하지만 여전히 전자담배도 일부 질병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보고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 마지막으로 대한암예방학회를 이끌고 있는데 암예방학회는 어떤 학회이며, 임기동안 하고자 하는 사업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대한암예방학회는 암 예방과 관련해서 다양한 기초 및 임상 분야 연구자들이 모인 다학제 학회다. 의학, 약학, 간호학, 보건학 이런 분야만이 아니고 생명과학, 화학 등 기초와 임상 분야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목적은 암 예방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며, 지난 1996년 7월 창립됐다.  

가장 주요한 사업은 당연히 학술대회다. 젊은 연구자들 중심으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심포지엄과 늦가을 학술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임기 동안 이 두 개의 학술대회를 좀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외에는 암 예방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근거에 입각한 최신의 내용들을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할 수 있도록 출판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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