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 교수
"모든 혈당 변화 눈으로 확인…자가관리 능력 키워"
“당뇨병 진단 초기부터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권장”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인 우리나라에선 그 어느 때보다 주지해야 할 사실이기도 하다.
혈당 측정을 통해 혈당 변동 패턴을 파악하고 약물치료와 식이조절, 운동 등 전반적인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는 연속혈당측정기(CGM)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CGM을 통해 당뇨병 환자들이 정확한 혈당 수치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맞춤화된 당뇨병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이전 보다 용이해졌기 때문.
이에 건국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송기호 교수를 만나 연속혈당측정기의 효능과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본 연속혈당측정기의 혈당 관리 효과에 대해 들었다.
- 최근 수년 새 국내에서 당뇨병 관리에 연속혈당측정기가 본격적으로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볼 때 국내 환자들에게 연속혈당측정기는 어떻게 사용되고 있나.
1형 당뇨병 환자들 같은 경우,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에 보험이 적용되면서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 한 번 써 본 사람들은 계속 쓰는 등 1형 환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된 모습이다.
인슐린을 투여하는 2형 당뇨병 환자들도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이 (당뇨병 관리에) 도움이 되는데, 아직 1형 환자들만큼 활발하게 쓰이진 않고 있다.
- 당뇨병 환자는 개개인마다 다른 혈당 변동 요인, 치료법으로 인해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연속혈당측정기가 당뇨병 관리에 주는 이점은 무엇인가. 기존 자가혈당측정기와 차이는.
당뇨병 관리, 혈당 조절에서 우리가 가장 많이 보는 지표는 당화혈색소다. 당화혈색소는 3개월 동안의 평균적인 혈당을 보는 지표로, 그동안의 가이드라인은 당화혈색소를 얼마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얼마까지 조절해야 한다고 제시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의 당화혈색소 측정의 단점은 2~3개월의 평균치였다는 점이다. 혈당은 식전, 식후,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 운동을 했냐, 안 했냐에 따라 변동이 있다. 당화혈색소 평균치만 반영해 이런 변동을 보여주지 못한다. 또 기존 자가혈당측정기는 내가 궁금할 때 혈당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딱 그 시점에서의 수치이기 때문에 혈당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알 수 없었다.
반면, 연속혈당측정기는 환자의 하루 혈당 변동을 보여준다. 음식, 활동, 운동에 따른 모든 혈당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제적인 혈당 변화를 확인한다는 의미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이러한 수치들을 직접 보면서, 이런 식단이나 운동은 나한테 도움이 되는구나, 이건 내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구나 등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배가 된다.
또 인슐린을 투여해야만 하는 1형 당뇨 환자들의 경우에는 인슐린 용량을 조절할 때 연속혈당측정기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특히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들은 연속혈당측정기와 펌프를 연동해, 식사량에 따라 인슐린 투여량을 계산하는 게 훨씬 편해졌다.
- 연속혈당측정기는 미국 당뇨병학회(ADA) 2024년 표준치료 지침으로 권고되고 있다. 국내 지침은 어떠한가.
미국 당뇨병학회의 지침에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연속혈당측정기를 꼭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치료라고 보는 거다. 2형 당뇨병 환자도 인슐린을 투여하는 경우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국내 가이드라인도 2023년부터 1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도 1형 당뇨병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이 표준치료이란 뜻이다.
-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이 우선적으로 필요한 환자는.
1형 당뇨병 환자들은 당연히 사용해야 한다. 1형 당뇨병은 워낙 혈당의 변동성이 크고 저혈당 등의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1형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인슐린을 투여하는 사람들, 저혈당이 잘 생기는 사람들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혈당이 떨어지는 추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혈당을 철저하게 조절해야 하는 임신성 당뇨병 환자나 2형 당뇨병 환자 중에서도 약물 조절을 하고 있음에도 혈당 조절이 힘든 환자들에게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게 해 혈당 조절을 하도록 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런 식으로 연속혈당측정기의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질 것이다.
- 최근 다양한 연속혈당측정기가 출시되고 있다. 알람 기능 등 새로 추가된 기능들이 당뇨병 관리에 주는 이점은 무엇인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장점 중 하나는 저혈당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알람 기능이 있으면 저혈당이 왔을 때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저혈당을 반복해서 자주 겪게 되면 혈당이 낮은 상태에 익숙해져 저혈당 증상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저혈당 무감지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전조증상 없이 어느 순간 갑자기 의식 혼란, 발작, 혼수상태 등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의 알람 기능은 이런 상황을 예방해 줄 수 있으니, 굉장한 장점이다.
또 저혈당 무감지증이 있는 환자들은 언제 저혈당이 올지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연속혈당측정기의 알람 기능이 그런 불안감을 해소해 줄 수도 있다.
- 연속혈당측정기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약 10.7%만이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연속혈당측정기 확산이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또 연속혈당측정기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
예전에는 연속혈당측정기가 고가였으나, 지금은 가격이 많이 내려갔는데도 불구하고 연속혈당측정기의 사용률이 낮다. 환자들이 내 몸에 뭔가를 부착하는 것에 대한, 또 새로운 기기에 익숙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사용률이 낮은 게 아닌가 싶다.
또 적당히 타협하려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당뇨병에 익숙해져 경각심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의사들의 권고를 잘 안 듣는다. 어느 수치 이하로 혈당 조절을 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1형 당뇨병 환자들의 경우 혈당 수치가 200mg/dL, 300mg/dL이더라고 그런 상황에 내성이 있다 보니 권고를 잘 따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당뇨병 진단 초기에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게 해 익숙해지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환자들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혈당 조절이 수월하다는 것을 바로 바로 체감해 연속혈당측정기를 훨씬 더 잘 사용한다.
-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권할 때 어려움은 없나.
당뇨병을 스스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환자들한테는 아무리 좋은 치료법을 권해도 잘 안 듣는다. 의사들이 환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워야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연속혈당측정기를 경험한 환자 중 혈당 관리가 개선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더 많은 교육이 필요하고, 경험을 통해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 앞으로 당뇨병 관리법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점점 AI 등 기술의 도움을 많이 받을 것이다. 연속혈당측정기에 인슐린 펌프를 연동해 이제 정말 인공췌장이라 할만한 수준의 시스템까지 도달했다. 앞으로 기술의 도움을 많이 받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사실 환자의 생활 습관 변화다. 생활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동기가 있는 사람들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해 자신의 혈당 변화를 보고 나면 확 달라진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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