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부터 건강에 적신호…고혈압 극복 위해 생활습관 관리 중요
고혈압은 말 그대로 혈압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다. 대한고혈압학회 진료 지침에 따르면,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mmHg 이상(가정혈압 135/85 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분류한다. 수축기혈압이 130~139mmHg이거나 이완기혈압이 80~89mmHg인 경우는 고혈압전단계로 관리를 시작한다.
고혈압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를 보면, 2019년 고혈압 환자는 654만 2,792명에서 2023년에는 746만 6,596명으로 최근 5년 동안 14.1% 증가했다.
고혈압은 혈관 압력이 높은 것 외에는 증상이 거의 없고, 발병 원인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인도 모르고 증상도 없는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높은 혈압 자체가 여러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기 때문이다.
무증상 고혈압…심뇌혈관질환 합병증 위험 커져
혈압이 높은 상태가 장기간 지속하면 신체 여러 부위에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난다. 여기에는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처럼 치명적인 합병증도 포함된다. 혈관 압력이 높을수록 심장은 더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심장에 무리가 가면 심장벽이 두꺼워진다. 이 상태가 지속하면 심부전증이 나타날 수 있다.
높은 혈압은 온몸 혈관(동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콩팥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고혈압으로 콩팥이 손상돼 단백질이 소변으로 나오거나, 나중에는 결국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가족력‧비만‧흡연‧음주…고혈압 위험 요인
고혈압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가족력과 흡연‧비만, 고염분 섭취, 운동 부족 등이 혈압을 올리는 주요 위험인자로 손에 꼽힌다.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고혈압이 있는 경우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이 커진다.
비만이 심하면 순환되는 피의 양이 많아져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다. 술과 담배는 혈관을 수축시키고 피를 끈적하게 만들어 혈압을 올린다. 나트륨을 과다 섭취해도 혈압이 오른다.
여성 폐경도 고혈압 위험 요인
여성 고혈압도 적지 않다. 중년 여성의 고혈압은 폐경과 관련이 깊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관 확장 효과가 있다. 폐경으로 호르몬이 감소하면 혈관 확장 효과도 떨어져 상대적으로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압 증가로 이어진다. 여기에 폐경 이후 체중증가나 운동 부족, 나이로 인해 다양한 신체변화로 비만과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혈압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 관리는 우선 혈압을 정확히 재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을 잴 때마다 수치가 다르게 나와 내가 고혈압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이때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을 의심할 수 있다. 백의 고혈압은 실제 혈압은 정상이지만 의사를 만나면 긴장과 스트레스 때문에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병원에서 혈압이 높게 나온다고 무조건 고혈압이 아닐 수도 있고, 반대로 정상 수치가 나왔다고 해서 정상 혈압이 아닐 수도 있다. 실제 고혈압 환자 가운데 진료실과 가정에서 혈압 차이가 큰 경우가 있는 만큼 가정혈압을 잘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135/85mmHg 이상 일관되게 높다면…병원 찾아야
가족 가운데 혈압을 비롯한 심뇌혈관질환 병력이 있거나, 측정 혈압이 꾸준히 135/85mmHg를 넘게 나온다면 일단 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 일관되게 혈압이 높게 유지된다면 근처 병원 또는 보건소를 찾아 상담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특정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졌다고 병원을 반드시 찾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측정 혈압이 높고 두통‧어지럼증‧호흡곤란 등 다른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고혈압 치료에 약물요법이 필요하다. 여기에 일상생활에서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는 생활 습관 개선으로 혈압을 내릴 수 있다. 비약물요법을 통해 혈압을 내리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의사와 정기적으로 만나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물치료를 할 것인지 상의해야 한다.
한편 혈압약을 복용하니까 나쁜 생활 습관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약물요법은 생활요법에 추가되는 치료로 추가적인 강압 효과를 얻는 것이다. 생활요법을 통해 약 용량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고혈압은 약만 믿지 말고 적극적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고혈압 예방은 적극적 유산소 운동과 건강한 식단(저염식, 육류를 피하고 채소 위주), 체중감량‧금연‧절주 등 건강한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가능하다. 젊은 층은 고혈압‧심뇌혈관질환 가족력이 있고, 흡연‧비만‧고지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건강한 생활 습관 유지가 더 필요하다.
혈압을 자주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혈압이 있거나 정상 혈압(수축기혈압 <120mmHg 그리고 이완기혈압 <80mmHg)보다 높으면 고혈압 합병증을 예방하고, 고혈압 발생을 막기 위해 생활 습관 개선과 관리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손일석 교수는 “고혈압은 노년기 사망원인 가운데 가장 빈도가 높은 심근경색과 뇌경색‧뇌출혈 같은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손에 꼽힌다. 고혈압 자체는 증상이 없어도 발병 초기부터 철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히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지는 50대부터는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혈압관리가 더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 음식은 지방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며 싱겁게 먹는다.
•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해서 살이 찌지 않도록 체중을 유지한다.
• 담배는 끊고 술은 삼간다.
• 스트레스를 피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의사의 진찰을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