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GO의 '부인암' Deep Dive]
대한부인종양학회 홍보위원회 어경진(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부인암은 여성의 생식기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이 중 자궁경부암, 자궁체부암, 난소암을 3대 부인암이라고 말한다. 저출산과 고령 임신, 서구화된 식생활 등의 영향으로 자궁체부암과 난소암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선별검사의 활성화로 조기발견율이 높지만 난소암의 경우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자궁체부암의 경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20~40대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부인암 전문가인 대한부인종양학회와 함께 <KSGO의 '부인암' Deep Dive>를 연재한다. 부인암의 진단과 치료에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에 실린 안젤리나 졸리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에 실린 안젤리나 졸리

할리우드 스타 배우, 영화 감독, 극작가, 유니세프 친선대사 등 여러 수식어가 붙는 안젤리나 졸리는 어머니가 유방암 및 난소암, 외할머니가 난소암, 그리고 이모가 유방암으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등 암의 가족력이 있었다. 2013년 유전자검사에서 스스로 BRCA1 유전자의 변이를 가진 사실이 판명되자 예방적 조치로서 권유 받은 수술, 즉 양쪽 유방 절제 및 난소/나팔관 절제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대중은 물론 의학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표지 기사에서 '안젤리나 효과(the Angelina effect)'로 불린 졸리의 영향은 BRCA 유전자 검사에 대한 '전 세계적이고도 지속적인' 증가를 불러일으켰다.

BRCA1 및 BRCA2 돌연변이란?

BRCA1과 BRCA2 유전자는 체내에서 손상된 DNA 수리를 돕는 역할을 한다. 손상된 DNA를 수리하여 복구하는 기전은 실로 다양한데, 그 중 가장 강력하고 정확하다고 알려진 상동 재조합(homologous recombination)의 과정에 BRCA1과 BRCA2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유전자들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면, 세포는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해 손상된 DNA를 복구하여 암 발생을 억제하지만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DNA 수리 기능이 저하되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고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손상된 DNA를 수리하는 상동 재조합 과정 
손상된 DNA를 수리하는 상동 재조합 과정 

연구들마다 차이는 존재하지만 BRCA1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은 평생 동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60~72%,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39~58%로 추정되며,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생 확률은 55~69%, 난소암 발생 확률은 13~29%로 알려져 있다. 일반 인구에서 유방암은 12%, 난소암은 1% 정도의 발병률을 보이는 걸 감안하면 각각 6~7배, 20~40배로 발병의 위험이 올라가는 샘이다.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의 중요성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은 BRCA1 또는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난소암 예방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수술을 통해 난소와 난관을 제거하면 난소암 발생 위험을 8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이 수술은 유방암 발생 위험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은 여성들은 유방암 발생 위험 또한 5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은 생존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수술을 통해 암 발병을 예방하거나 조기에 발견함으로써 치료가 가능해지고, 전체적인 생존율이 향상된 것이다. 따라서, BRCA1 또는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들에게 이 수술은 생명 연장의 중요한 방법으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통상적으로 난소암의 발병 시기와 출산 희망 등을 고려, BRCA1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의 경우에는 40세 이전,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은 45세 이전에 난소 난관 수술을 받도록 권유한다. 다행히 단일공 복강경 수술 등 최소침습수술의 발전으로 수술 자체는 매우 간단해졌다.

하지만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도 위험과 부작용이 따른다. 특히 수술 후 수술로 인한 조기 폐경으로 다양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조기 폐경은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은 정신적, 심리적 측면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술로 인해 생식 능력을 잃게 되는 것은 일부 여성들에게 큰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 전후로 충분한 상담과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다.

예방적 난소난관절제술 외에도 BRCA1 또는 BRCA2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예방 방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주기적인 유방암 및 난소암 검진, 호르몬 약물을 이용한 위험 감소 등이다. 모유 수유가 난소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러한 대안적 방법들은 개인의 상황과 선호도에 따라 선택될 수 있으며, 유전성 암에 대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최적의 예방 전략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적 수술을 받은 이후에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절제술과 난소절제술에 대해 '뉴욕 타임즈'에 기고문을 투고해 다른 여성들, 특히 예방적 수술로 여성성 상실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고위험 여성들의 현명하고 용기 있는 결정을 적절하게 도왔는데, 실제로 우리나라 부인과 진료실에서도 안젤리나 졸리의 예시는 매우 설득력 있는 살아있는 근거로 제시된다.

그리고 올해 49세가 된 안젤리나 졸리는 여전히 건강하게 선한 공적 활동을 이어가며 폭력에 노출된 여성과 아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전쟁에 반대하고 있다. 이글을 읽는 독자들, 특히 본인의 BRCA 유전자 변이를 알게 된 부인암 고위험 여성 모두 적절한 의사결정을 통해 한번 주어진 소중한 삶을 더욱 힘있고 가치 있게 누릴 수 있길 바란다.

유엔난민기구 특별대사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을 비판하는 안젤리나 졸리
유엔난민기구 특별대사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을 비판하는 안젤리나 졸리

어경진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산부인과를 수련했으며, 현재 용인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부인종양 분과 조교수로, 부임암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및 대한암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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