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GO의 '부인암' Deep Dive]
대한부인종양학회 홍보위원회 이은주(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부인암은 여성의 생식기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이 중 자궁경부암, 자궁체부암, 난소암을 3대 부인암이라고 말한다. 저출산과 고령 임신, 서구화된 식생활 등의 영향으로 자궁체부암과 난소암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선별검사의 활성화로 조기발견율이 높지만 난소암의 경우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자궁체부암의 경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20~40대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부인암 전문가인 대한부인종양학회와 함께 <KSGO의 '부인암' Deep Dive>를 연재한다. 부인암의 진단과 치료에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자궁내막암은 최근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여성암으로 중앙암등록본부 발표에 따르면 여자 암환자의 2.7%를 차지한다. 다양한 발생 기전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전통적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불균형적인 과다노출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전성 자궁내막암이 주목 받고 있다. 가족 중에 유독 대장암, 자궁내막암 환자가 몰려있다면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19세기 미국 미시건대학교의 병리학자 Aldred Warthin 박사는 지인의 가족 구성원이 유독 위장관 암, 부인과암 환자가 많다는 사실로 그 지인도 암이 발생할 것을 예측하면서 처음으로 암이 유전된다고 말했다. 20세기 중반, Henry T. Lynch 박사는 특정 가족에 암환자 발생이 많았고, 특히 대장용종이 동반되지 않는 대장암이 발생된다는 것을 보고했다. 이러한 경험과 이론은 1980년대 유전적 요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지면서 린치증후군으로 부르게 됐다.

’린치증후군‘은 DNA 복제 시에 발생하는 손상을 복구하는 불일치 복구 유전자(MMR 유전자, MLH1, MSH2, MSH6, PMS2)의 돌연변이가 부모로부터 유전되어  발생하는 유전성 암 증후군이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나 결실로 인해 정상적인 기능이 수행 되지 않아 발생한다. 279명 중 1명의 유병률을 보인다. 젊은 나이에 대장암과 자궁내막암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난소암, 위암, 요로계(신장, 신우, 요관, 방광, 전립선)암, 췌장암, 소장암, 뇌암, 여성유방암 등의 위험성도 증가한다. 

불일치 복구 유전자들이 돌연변이로 인해 비활성화되면 DNA 합성 과정에서 현미부수체(Microsatellites)라고 불리는 반복되는 염기서열이 있는 부위에서 정상적으로 생기는 오류를 고치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반복되는 염기서열의 길이가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이라고 한다. 

린치증후군, 어떻게 진단하나

린치증후군은 이들 유전자들의 돌연변이나 단백질 발현, 그리고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부모 중 한명이 돌연변이를 지녔다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다. 여성의 경우 대장암의 발생 위험도가 40~60%, 자궁내막암 40~60%, 유방암 5~20%로 매우 높다. 

그렇다면 자궁내막암 환자군에서 린치증후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자궁내막암 환자 중 25~30%에서 이들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며, 이는 다른 인종과 비슷한 수준이다. 

린치증후군과 관련된 유전자 돌연변이를 진단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첫째 불일치 복구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의 발현을 조직면역염색을 통해 확인, 한가지라도 관찰이 안된다면 불일치 복구 유전자의 결핍이라고 진단한다. 

둘째 현미부수체 불안정성 PCR 방법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현미부수체에서 발생된 오류로 인해 달라진 길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총 5개의 표지자를 이용하여 검사한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검사(NGS)를 이용할 수도 있다.

린치증후군을 의심해야 되는 가족력을 알아보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먼저 개정된 베데스타 가이드라인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다음 중 1개 이상에 해당되면 의심해야 한다. 

1) 대장암 진단 당시 50세 미만인 경우 2) 대장암 진단 당시 60세 미만이면서 병리학적으로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 발견되었을 때 3) 동시 또는 여러 번 걸쳐서 2개 이상의 대장암 또는 린치증후군과 연관된 암이 발생된 경우 4) 본인의 형제, 자매, 자녀 중 1인 이상이 50세 미만의 나이에 대장암 또는 린치증후군 연관 암을 진단 받은 경우 5) 본인의 형제, 자매, 자녀 중 2인 이상이 대장암 또는 린치증후군 연관 암을 진단 받은 경우다.

또한 암스테르담 기준을 적용하여 가족 중 3명 이상이 대장암 또는 린치증후군 연관 암으로 진단된 경우 중에서 1) 1명 이상이 다른 2명의 형제, 자매, 자녀 관계에서 2) 1명 이상이 50세 이전에 진단되어야 하고 3) 2세대 이상에 걸쳐서 발병될 경우 4) 가족성 용종 증후군이 아닌 경우다.

린치증후군이라는데…예방 및 치료법은?

가족력을 바탕으로 린치증후군이 확인된다면, 젊은 나이부터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거나 발생 전에 예방을 해야 한다. 자궁내막암, 난소암의 예방을 위해서는 30세부터 매년 초음파검사, 종양표지자검사, 필요하다면 자궁내막조직생검을 시행해야 하며, 출산 종료 후에는 자궁절제를 고려할 수 있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20~25세부터 혹은 가족 중 대장암 발생연령이 가장 어렸던 나이를 고려한 시점부터 매 1~2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며, 아스피린을 2년 이상 복용하여 예방할 수 있다. 그 외에도 30~35세부터 매 1~3년 간격으로 위내시경, 소변검사를 시행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으며, 금연도 권고사항이다. 이들 검사들은 주치의와 상의하여 검진 시작 연령과 검진 간격 및 종류를 상담 후 환자 맞춤 스케줄을 결정하는 것을 권유한다.

린치증후군 여성의 자궁내막암의 일차적 치료는 기존과 다르지 않으며 병기 1기에 발견되었을 때는 대부분 성공적으로 치료된다. 하지만 진행성 또는 재발성 암은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데 최근 연구들의 축적과 새로운 암치료제 개발로 치료법에 획기적인 발전이 있었다. 바로 면역치료제의 사용이다. 불일치 복구 유전자의 결핍(MMRd)이 확인되거나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 높게 확인(MSI-H)된 환자에서 면역치료제를 사용했을 때 우수한 치료효과들이 확인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허가 및 일부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면역치료제는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 상품명 키트루다)과 도스탈리맙(Dostarlimab, 상품명 젬퍼리)이다. 

펨브롤리주맙 추가요법은 Keynote-868임상연구에서 자궁내막암 환자의 암사망 위험률을 36% 감소시킨 우수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도스탈리맙은 RUBY 임상연구, GARNET 임상연구를 통해서 불일치 복구 유전자의 결핍이 확인되거나 현미부수체 불안정성이 높게 확인된 자궁내막암에서 사용했을 때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72% 낮추는 등 우수한 효과를 보여줬다. 

진행성 암의 경우 수술 후에 기존 항암제와 면역치료제를 병용 투여하며, 6회 항암화학요법을 마친 후 유지요법으로 6주마다 면역치료제만 단독 투여하는 스케줄이다. 

재발암의 경우 이전에 면역치료제를 사용한 적이 없다면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1차 치료에 사용은 허가는 됐으나 건강보험의 적용은 안되기 때문에 비용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

항암제와 병용투여 시 1회에 펨브롤리주맙은 약 420만원, 도스탈리맙은 약 380만원이며, 6주 간격으로 유지요법에 투여 시 1회에 펨브롤리주맙은 약 840만원, 도스탈리맙은 약 76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도스탈리맙의 경우 면역치료제를 이전에 사용한 적이 없는데 재발을 한 경우에서 현재 건강보험 적용이 되어 1회 투여 시 기존 가격의 5%, 약 19만원 정도로 부담이 많이 낮아졌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혹은 대장암 진단 후 발견된 린치증후군 유전자 소인을 가진 여성이라면 의사와 상담하여 적극적인 관리로 암 발생을 미리 예방 및 관리하면서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지켜나가길 바란다. 

이은주 교수
이은주 교수

이은주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부인종양 임상강사를 거쳐 현재는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M.D. Anderson 암센터, Sidney Kimmel 암센터,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에서 연수했으며, 난소암 항암제 저항성 기전 및 복막전이 연구를 하고 있다. 난소암 PARP 저해제 관련 임상연구 PI로 연구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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