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GO의 '부인암' Deep Dive]
대한부인종양학회 홍보위원회 어경진(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부인암은 여성의 생식기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이 중 자궁경부암, 자궁체부암, 난소암을 3대 부인암이라고 말한다. 저출산과 고령 임신, 서구화된 식생활 등의 영향으로 자궁체부암과 난소암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선별검사의 활성화로 조기발견율이 높지만 난소암의 경우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자궁체부암의 경우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로 20~40대 젊은 환자도 적지 않다. 이에 코리아헬스로그는 부인암 전문가인 대한부인종양학회와 함께 <KSGO의 '부인암' Deep Dive>를 연재한다. 부인암의 진단과 치료에 좋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주>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서 흔히 발생하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특히 자궁경부암과 연관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HPV는 적어도 100여 종 이상의 다양한 유형이 있으며, 그 중 14~15가지 정도의 고위험 HPV 유형이 자궁경부암, 항문암, 구강암 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실제로 HPV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가 곧바로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HPV 감염은 인체의 면역반응에 의해 자연 소멸되며, 일부만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전암병변 또는 암으로 진행하는 경로를 밟는다.

이번 칼럼에서는 HPV 감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자연 회복과 질병 진행과정을 살펴보고, 예방 및 관리에 대해 간단히 안내하고자 한다.

HPV 감염의 경로와 일반적 경과

감염 경로

HPV는 주로 성적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콘돔 사용을 통해 전파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으나, 바이러스가 성기 주변 피부 및 점막 접촉을 통해서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일반적인 경과

HPV에 감염된 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약 70~90%의 HPV 감염은 12년 이내에 자연 소멸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인체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인식하고 제거하는 과정 덕분이다. 실제로 이러한 자연 회복 경향 때문에 ‘HPV 감염=자궁경부암 발생’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그림과 같이 HPV 감염은 매우 흔한 현상이어서 감염 사실만으로 과도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생활을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HPV 감염의 누적 발생률(출처: Winer RL. Am J Epidemiol 2003)
미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성생활을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HPV 감염의 누적 발생률(출처: Winer RL. Am J Epidemiol 2003)

자연 회복과 질병 진행의 갈림길

자연 회복

면역 기능: 개인의 면역기능이 왕성할수록 HPV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

나이: 젊은 여성일수록 면역체계가 활발하여, HPV 감염이 자연 소멸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생활습관: 금연,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 등 건강한 생활습관 역시 면역력을 유지·증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질병 진행(자궁경부이형성증 및 암 등)

고위험 HPV 유형: HPV 유형 중 특히 16형, 18형은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속감염: 감염 상태가 2년 이상 장기적으로 지속될 경우, 자궁경부이형성증의 고등급단계(CIN 2~3단계) 등 전암병변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면역 저하 및 다른 위험인자: 면역력이 떨어져 있거나 흡연, 다른 성병 동반, 장기간의 호르몬 피임약 사용 등의 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암으로의 진행률이 상승할 수 있다.

지속적인 HPV 감염을 보인 환자 중 극히 일부가 전암단계 또는 암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출처: Schiffman M. N Engl J Med 2013)
지속적인 HPV 감염을 보인 환자 중 극히 일부가 전암단계 또는 암으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출처: Schiffman M. N Engl J Med 2013)

질병 진행 여부 판단과 관리

검진의 중요성

정기적인 자궁경부 세포진검사(Pap test), HPV 검사 등을 통해 암 전 단계 병변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의 경우 만 2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자궁경부암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추가로 고위험 HPV 유형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시행, 감염 여부 및 감염 유형을 평가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 원추절제술(출처: https://encyclopedia.pub/entry/history/show/77286)
자궁경부 원추절제술(출처: https://encyclopedia.pub/entry/history/show/77286)

이형성증(전암단계) 치료

검진 결과 자궁경부이형성증(CIN)이 진단되면 병변의 정도(CIN 1, 2, 3)에 따라 주기적인 관찰 또는 원추절제술(LEEP/LLETZ, Conization) 등을 통해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

CIN 1단계는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대개 경과 관찰을 시행하지만 CIN 2 이상이라면 적극적 시술이 권고된다.

백신 접종

HPV 백신은 고위험 HPV에 대한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현재 국내에서 2가, 4가, 9가 백신이 사용 중이며, 성별·연령에 따라 접종 권고 사항이 다르다. 권장 연령(주로 만 9~26세)에 접종 시 예방 효과가 가장 크지만, 이미 성 경험이 있는 성인에게도 백신 접종이 도움될 수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마치는 말

HPV 감염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체 면역 반응에 의해 자연 회복된다. 따라서 HPV 감염 사실만으로 심각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다만, 일부에서는 HPV가 지속감염을 일으켜 전암병변이나 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과 면역력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평소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전문의와 상의하여 적절한 검진 주기를 지키며, 필요한 경우 HPV 백신도 고려하기 바란다.

어경진 교수
어경진 교수

어경진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산부인과를 수련했으며, 현재 용인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부인종양 분과 조교수로, 부임암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및 대한암학회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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