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최병옥 교수에게 듣는 '샤르코마리투스병'
전세계 약 300만명의 인류가 앓는 유전성희귀질환 '샤르코마리투스병'을 극복하는 것이 "시간 문제"라는 전문 의료진의 긍정적 예견이 나왔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이 손상되면서 근육 약화가 일어나는 병이다. 신경을 만드는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원인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샤르코마리투스병' 환자를 진료하는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최병옥 교수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유튜브 채널 '엔젤스푼TV'에서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전자를 바꾸면 치료된다"며 "유전질환들은 시간 문제이지 앞으로 치료약이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샤르코마리투스병에 긍정적 임상연구 결과가 나온 약제도 3종이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후보물질은 국산 유전자치료제인 툴젠의 '유전자 가위'다.
최 교수는 "DNA를 교정하는 유전자치료로 툴젠에서 샤르코마리투스병 1A형을 교정하는 유전자 가위를 만들었다"며 "실제 쥐실험에서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에 세 가지 종류의 쥐를 대상으로 했을 때도 상당히 효과가 좋았다. 이제 임상에 들어가 진행하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기대를 모으는 샤르코마리투스병 신약 후보물질은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에서 개발한 RNA치료제인 'siRNA치료제'이다. 최병옥 교수는 "siRNA치료제가 상당히 효과적인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줄기세포치료제도 샤르코마리투스병의 치료 옵션으로 긍정적 결과를 내고 있다. 최 교수는 "줄기세포치료는 우리나라에서 임상이 이미 진행됐고, 효과가 상당히 좋았다"며 "줄기세포주사를 맞고 나서 일주일 정도 지난 다음 환자의 걷는 게 상당히 좋아졌다"고 평했다.
이어 "걷는 게 굉장히 안정적이고, 걸을 때 힘이 나는 것 같고, 계단을 오를 수 있게 됐다고 얘기하는 샤르코마리투스병 환자가 있었다"며 "개인마다 좀 많이 다른데, 좀 심한 경우보다는 증상이 가벼운 쪽이 좀 더 좋아졌다"고 짚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에서의 희망은 이것만이 아니다. 최병옥 교수는 "현재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임상시험 10개가 진행되고 있는데, 지금 하다가 중단된 것도 5개 정도이고, 앞으로 대기 중인 연구도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치료제가 없는 샤르코마리투스병에 신약은 언제쯤 나올까? 최 교수는 "(임상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야 되고, 사람은 결코 실험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으면 사람한테 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해질 수 있는데까지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며 "5~10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치료제만 있으면 샤르코마리투스병 극복은 어렵지 않다. 일단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진단이 어려운 대부분의 희귀질환과 달리 진단은 쉽다.
최병옥 교수는 "신경전도검사(팔 혹은 다리의 운동감각 신경 상태를 측정하는 검사)를 하는데, 측정해보면 샤르코마리투스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신경 전도 속도나 신경의 능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다. 그러면서 가족력이 있다면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원인 유전자 140개 이상이 현재 알려져 있는데, 어떤 원인 유전자가 손상이 있는가를 유전자검사로 확인하면 앞으로 환자에게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형이 다양한데, 병리학적으로 탈수초형, 축삭형, 중간형 3가지로 나눈다. 최 교수는 "탈수초형은 수초가 탈락되는 병이고, 축삭형은 신경세포의 축삭이 손상되는 병이다. 중간형은 탈수초형과 축삭형이 믹스돼 있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최병옥 교수는 "탈수초형은 수초가 탈락되면서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수초가 손상되면 원래 신경은 초속 50m의 속도가 보통인데, 초속 10~20m로 떨어져서 말단 부위 근육이 손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축삭형은 신경의 축삭이 망가져서 고속도로에 폭탄테러가 난 것처럼 아래로 내려갈 수 없어 근육이 손상된다. 중간형은 두 가지가 같이 나타날 수 있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신경 전달 속도가 늦어지고, 신경 전달로가 끊기는 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의 대표적 증상은 운동신경 손상, 팔과 다리의 반사 저하, 감각장애다. 최병옥 교수는 "첫 번째로 운동신경이 손상돼 근력 약화, 근위축, 보행장애가 나타난다"며 "반사신경이 소실돼 팔과 다리의 반사가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 최 교수는 "감각장애로 균형을 잡을 수 없다"며 "손과 발에 감각이 떨어져서 발 쪽에 서 있다는 것을 느끼는 감각이 소실돼 스펀지를 밟은 것 같고, 발바닥 감각을 잘 못 느껴서 몸이 흔들흔들 거린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탔을 때 균형을 잡기 힘들고, 횡단보도에 서 있을 때 빨간불일 때 몸이 흔들거린다. 또 걸을 때 균형을 잡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샤르코마리투스병으로 인해 실명할 수도 있다. 칠판 글씨가 잘 보이다가 갑자기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콩팥손상으로 장기이식을 해야 할 수도 있고, 호흡근육 약화로 호흡곤란이 올 수도 있으며, 성대근육 약화로 성대마비가 생길 수도 있고, 기억장애와 치매가 올 수도 있다.
또 청각장애도 발생할 수 있다. 최병옥 교수는 "조용한 곳에선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데, 좀 시끄러운 곳에서는 정확하게 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며 "심해지면 보청기를 껴야 되고, 더 심한 경우 인공와우수술까지 해야 되는 타입이 있다"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조기 진단되면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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