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회로 대사이상 질환' 가능성 있어…놓치면 심각한 뇌손상 초래
태어난 지 1~2일된 아기에게 급격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체내에서 독성 물질 '암모니아'를 요소로 전환시키는 '요로회로 대사' 과정에 이상이 초래되는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이 그것이다. 요로회로 대사이상이 생기면 결과적으로 암모니아가 몸에 축적되며서 뇌를 파괴시키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온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이범희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월간 이.범.희]'에서 "암모니아는 대표적인 뇌독성을 가진 물질"이라며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은 신생아스크리닝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다. 문제는 아이들이 증상이 생기는 것은 생후 1~2일인데, 신생아대사이상검사 결과는 약 1주일 후에 나온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때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 증상은 신생아패혈증과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범희 교수는 "신생아가 태어났을 때 일단 잘 안 먹으면 신생아패혈증이 대표적인 원인"이라며 처음에는 신생아패혈증을 의심해서 소아과 의원이나 2차병원으로 가게 되는데, 그때 암모니아검사를 하지 않으면 요로회로 대사이상질환을 놓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병원에서 단순 패혈증이 아닌 것 같고 점점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면 암모니아 수치를 재보면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의식이 떨어지고 토하는 증상으로 인해 뇌수막염 등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뇌척수액 검사를 하면서 암모니아를 안 재면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을) 놓쳐버린다"고 말했다.
신생아패혈증이 의심될 때 증상이 조금 심하면 암모니아검사는 필수다. 이범희 교수는 "패혈증이 의심되는데, 아기가 조금 증상이 심하면 무조건 암모니아검사를 해야 한다"며 "신생아 때 병이 발현하는 아이는 하루이틀이 그 아이의 평생을 결정한다. 한 번 암모니아가 높았던 환자들은 치료해도 뇌 손상이 너무 심하다"고 그 까닭을 짚었다.
국내 요소회로 대사이상 질환을 앓는 환자는 약 300명으로 추정되는데, 이 질환은 단일 질환도 아니다. 암모니아가 요소로 변화되기 위해서는 몸 안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각 과정과 관련된 효소들이 있고 그 효소들과 연관된 OTC결핍증, CPS1결핍증, 시트린결핍증 등을 모두 통틀어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이라고 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유전방식도 다르다. 대부분은 상염색체 열성유전을 하지만, 그 중 OTC결핍증은 X염색체 연관 열성유전을 한다. 또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은 결핍 효소에 따라 조금 다른 특성을 보이지만 뇌에 독성을 초래하는 암모니아 수치가 올라가면서 졸리고 헛구역질을 하다가 반복적으로 토하고 혼수상태에 빠지며 경련하는 공동된 특성을 보인다.
이 병은 대개 신생아기 때 진단되지만, 효소가 어느 정도 있어 요소회로가 어느 정도 돌아가는 환자 같은 경우에는 청소년기에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이 교수는 "시험, 심한 변비, 교통사고 등 각종 스트레스 상황에서 암모니아가 갑자기 올라가면서 막 토하고 아이가 자려고 해서 12살쯤 응급실로 와서 이 병이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은 신생아대사이상검사로 스크리닝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때 발견이 안 됐다고 해서 완벽히 안심할 수 없는 질환이다. 이범희 교수는 "신생아대사이상검사에서 처음에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컨디션이 좀 나쁠 때 하면 그때 잡히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의심되는 아이들은 다시 검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일 때는 어떤 치료가 이뤄질까? 이 교수는 "암모니아가 높고 신경학적 증상이 심한 아이들은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서 혈액투석을 하도록 돼 있는데, 신생아에서 혈액투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짚었다. 우선 투석을 위한 혈관주사 부위를 잡기도 신생아는 쉽지 않다. 또 다른 리스크도 있다.
이범희 교수는 "CRRT를 24시간 정도 돌리면 암모니아가 쭉 떨어지는데, CRRT가 막히지 않고 잘 돌아가야 한다. CRRT가 한 번 막히면 난리가 난다. 그것 때문에 암모니아 안 떨어지고 아기 바이탈(체온, 맥박, 혈압)이 흔들리고 치료가 너무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석으로 암모니아 수치가 안정화된 뒤엔 다양한 접근의 치료가 이뤄진다.
이 교수는 "혈액투석을 해서 안정화가 되면 (약물치료를 한다.) 암모니아를 요소회로를 지나가기 전에 끌고 소변으로 끄집어내는 물질이 있다. 소듐 벤조에이트(sosium benzoate)라는 것인데, 그것은 약으로 나와 있지 않다. 환자 모임에서 단체로 소듐 벤조에이트라는 화학물질을 공동구매해서 나눠서 먹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소듐 벤조에이트보다 조금 더 효과적으로 암모니아를 떨어뜨리는 페닐부틸레이트(phenylbutyrate)라는 약도 있다. 이범희 교수는 "국내에서는 '페부레인'이라는 약이 암모니아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페부레인으로 조절되는 환자는 그것을 먹고, 여기에 소듐 벤조에이트까지 필요한 환자들은 그것까지 같이 먹인다"고 설명했다.
페부레인, 소듐 벤조에이트에 더해 요즘 건강기능식품으로 핫한 '아르기닌'도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 환자에게 필요하다. 이 교수는 "요소회로에서 끝에 나오는 아미노산이 아르기닌"이라며 "요소회로에서 필요한 게 아르기닌인데, 그것도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 환자에게 먹이고 있다"고 말했다.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 환자는 여기에 더해 평생 식습관조절도 필요하다. 암모니아는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물질이기 때문에 '저단백식이'가 필요한 것이다. 이범희 교수는 "식이조절이 굉장히 중요하다. 고기를 먹을 수는 있는데, 하루에 총량을 정한다"며 "심한 경우에는 단백질을 성인 같은 경우도 하루 15g으로 제한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 환자가 단백질을 아예 안 먹는 것은 안 된다. 이 교수는 "(아예 단백질을 안 먹으면) 체단백이 분해돼 암모니아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라며 "필수아미노산을 주고 체단백이 분해되지 못하게 한다. (환자에게) 최소한의 단백을 주면서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좀 더 주는 것"이라고 식이요법을 설명했다.
아기의 경우에는 단백의 양이 적거나 없는 특수분유를 먹인다. 현재 매일유업에서 생산하는 UCD(Urea Cycle Disorder) 분유나 무단백 분유 등이 그것인데, 무단백 분유는 일반 분유와 섞어서 먹인다. 밥 먹는 시기의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 환아들에게는 CJ제일제당에서 만드는 '저단백햇반'이 도움된다.
이범희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는 저단백 너겟, 저단백 파스타, 저단백 피자, 저단백 쿠키 등 굉장히 종류가 많다. 이런 것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좋지만 비싸다"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상품화가 되려면 사실 국가에서 지원을 안 해주면 어렵다"고 현실을 짚었다.
만약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 환자가 식이관리에 실패하면 결국 간이식을 해야 하는데, 그 첫 고비가 이유식 시작 시기다. 이 교수는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다가 이유식을 시작하면 그것이 굉장히 큰 고비다. 그것이 잘 안 되면 암모니아가 계속 올라가서 입원하고, 그런 경우에는 간이식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간이식이 이때 도움이 되는 이유가 있다. 이범희 교수는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에 속해 있는 것 중 상당수가 간이식을 하면 이 질환 자체는 해결된다"며 "요소회로는 대부분 간에서 이뤄진다. 간을 교체를 해주면 암모니아를 어느 정도 처리를 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이식이 갖고 있는 여러 위험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이지만, 단백 대신 탄수화물을 제한해야 하는 유형도 있다. 바로 시트룰린혈증2형이 그것이다. 이 교수는 "시트룰린혈증2형은 요소회로 약간 옆에 있는 것인데, 이 질환은 단백을 제한하지 않고 탄수화물을 제한한다"며 수많은 요소회로 대사이상질환 중 어떤 병인지 감별해 치료 접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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