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이범희 교수에게 듣는 '말판증후군'

큰 키에 손가락, 발가락이 긴 것이 특징인 유전성희귀질환 '말판증후군(Marfan syndrome, MFS)' 환자는 심장에 무리가 가는 행동은 일체 금해야 한다. 말판증후군은 우리 몸의 결체조직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단백질과 관련된 'FBN1(fibrillin gene) 유전자'의 문제로 인한 질환으로, 결체조직이 탄탄하지 못해 '대동맥' 부위가 넓어져 찢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과 이범희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의대도서관-[월간 이.범.희]'에서 "말판증후군의 원인 유전자는 FBN1 유전자"라며 이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인체 결체조직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단백질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혈관벽의 탄성을 잃어버려 대동맥이 쉽게 늘어날 수 있고, 이것이 대동맥이 찢어지는 '대동맥박리'로 이어질 수 있어 이 병의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말판증후군 환자에게 발생 가능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동맥박리와 함께 대동맥판막질환인데, 특히 대동맥박리는 급사를 초래할 수 있는 초응급질환다. 이외에 허리나 눈 주변의 결체조직이 단단하지 못해 척추가 휘거나 수정체를 잘 잡아주지 못해 벗어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말판증후군이 의심될 때는 병원 진료를 통해 확진 뒤 정기검진을 통한 치료·관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말판증후군은 어떤 때 의심할 수 있을까? 말판증후군은 진단검사법이 발전하지 못한 과거에는 환자의 특성을 보고 진단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키가 평균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말판증후군 환자의 특징은 평균 키가 남성은 191cm, 여성은 175cm 정도로 크다고 짚었다. 이외에 말판증후군 환자는 외관에 또 다른 뚜렷한 특징이 있다.

이범희 교수는 "얼굴이 갸름하고 광대뼈가 좀 들어가고 눈과 턱도 들어가 있다"며 또 다른 말판증후군 환자의 특징이 손가락이 긴 것이라고 지목했다. 만약 네 손가락으로 엄지를 잡았을 때 엄지손가락 끝이 새끼손가락을 넘어 삐져나오거나 반대편 손목을 움켜쥘 때 엄지손가락 끝이 새끼손가락의 손톱 전체와 겹치면 이 병을 의심할 수 있다고 짚었다.   

말판증후군이 의심되면 환자의 임상증상과 심장초음파검사, 안과진찰, 가족력, 유전자검사 등으로 점수를 매기는 겐트 진단 기준(Ghent criteria)을 통해 확진하는데, 이를 통해 명확한 진단이 어려운 때도 있다. 말판증후군이 확실해도 FBN1 유전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유전성희귀질환이지만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닌 환자 대에 돌연변이로 생긴 것일 수도 있다.

또 로이-디에츠증후군 같은 말판증후군과 유사한 질환도 있다. 이 교수는 "진료를 하다 보면 말판증후군 임상증상이 일부 있어서 긴가민가한 환자들이 있다. 유전자검사를 해보면 대개 (FBN1 유전자) 음성이 나오는데, 그런 환자들은 추적 관찰만 하는 경우들도 있고, (FBN1) 유전자는 안 나왔지만 말판증후군이 정말 확실한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심한 경우 말판증후군은 가족 중 급사 환자의 원인을 찾다가 가족검사를 통해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이범희 교수는 "제일 안 좋은 경우는 그냥 지내다가 급사하는 것으로, 급사의 원인은 대동맥 박리로 예상한다"며 "이 환자의 다른 가족들을 검사하다가 말판증후군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요즘은 검진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대동맥박리 진단 뒤 말판증후군을 진단받기도 하고, 말판증후군에 대해 많이 알려지면서 부모들이 아이가 키가 크고 좀 마르고 얼굴이 갸름하고 척추측만증이 있을 때 걱정돼 병원을 찾아와 진단되기도 한다. 또 태어날 때 힘이 없고 피부도 축축 늘어지고 심장판막에 이상과 함께 대동맥이 늘어난 것이 확인돼 출산 직후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말판증후군은 많은 유전성희귀질환이 그렇듯 증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데, 이는 같은 유전자 이상을 공유한 가족 간에도 통용된다. 이범희 교수는 "말판증후군 환자마다 증상 차이가 있다"며 "제일 조심해야 될 증상이 대동맥질환인데, 말판증후군 가족 내에서도 대동맥에 문제가 있는 환자가 있고, 없는 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까닭에 말판증후군이 확인되면 크게 4개 진료과를 정기적으로 다녀야 한다. 이 교수는 "말판증후군이 진단되면 크게 4개 진료과를 다닌다. 흉부외과나 심장내과, 정형외과, 안과를 간다"며 "(처음 말판증후군 진단 후) 검사하는 시점에 대동맥이 괜찮다고 해도 나이들면서 대동맥은 점점 늘어날 수 있다"고 꾸준한 정기 진찰이 필요한 이유를 짚었다.

이범희 교수는 "20~30대는 심장초음파를 보는 것도 중요한데, 대동맥CT도 많이 찍는다. 정형외과도 측만증도 있는데, 평발도 꽤 있어서 평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대퇴골과 골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안과는 수정체도 보는데, 망막 등에도 드물게 이상이 있을 수 있어서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말판증후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심장에 나타나는 문제를 조기 발견에 대처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치료 측면과 있고, 관리 측면도 있다. 이 교수는 "심장에서 대동맥이 좀 늘어나기 시작하면 지금 쓸 수 있는 약이 베타차단제 등인데, 그 약을 쓰면 조금 진행을 더디게 해줄 수 있다"며 "대동맥 직경이 5cm 넘으면 수술을 해야 되는 기준으로, 이땐 예방적 수술을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말판증후군 환자가 알아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심장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범희 교수는 "어떤 운동을 하던지 심장박동이 느껴질 정도의 심한 운동은 피하는 게 좋다"며 수영도 가볍게 해야 하고, 자세를 교정하는 필라테스 등 등척성 운동을 할 때도 너무 과도하게 몸을 젖히지 않고 관절·근육을 조금 더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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