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형성이상증후군, 경과관찰만 하기도…백혈병으로 이행하기도
건강검진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같은 혈구 수치가 일부 떨어져 있는 데다 검진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면 으레 백혈병을 떠올리는데, 혈액암에는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별한 치료 없이 정기적으로 경과관찰만 하는 것부터 백혈병에 준하는 치료가 필요할 수 있는 '질병 스펙트럼이 넓은 혈액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가능성도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종양혈액내과 윤석윤 교수는 한국혈액암협회 유튜브 채널 'KBDCA'에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골수에서 형성 이상이 있는 사람이 전반적으로 포함되기 때문에 예후가 괜찮은 무증상 환자도 있고, 거의 급성골수성백혈병에 준하는 상황인 환자도 있는, 다양한 환자들이 들어가게 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골수의 전구세포 형성 이상으로 정상적인 혈구세포의 생성이 감소해 적혈구·백혈구·혈소판이 감소해 빈혈, 출혈 등이 생기는 병이다. 질병 스펙트럼이 넓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혈구세포의 생성 감소 이외에 염색체 이상, 아세포(미성숙세포)의 증가 3가지다.
윤석윤 교수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에서 혈구 생김새도 정상세포와 좀 다른 모양을 띄는 경우가 많다"며 "또 혈액을 만드는 세포의 염색체 이상이 동반되면서 비정상적으로 혈구세포를 만들게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염색체 이상은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기는 한데 염색체 이상을 동반한다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라고 꼽았다.
또 골수계 전구 세포의 형상 이상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넘어가게 되면 아세포가 증가하는데, 이 비율도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윤 교수는 "아세포가 골수에서 20%가 넘어가면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는 인구고령화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이 병은 여성보다 남성에 많고, 주로 50세 이상에게 발병한다. 윤석윤 교수는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고령에서 조금 더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지속적으로 국내에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은 질병 스펙트럼만큼 증상 스펙트럼도 넓다. 골수 전구세포의 형성 이상으로 인해 혈구 감소가 생길 수도 있지만, 증상이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실제 백혈구나 적혈구, 혈소판 감소가 혈액검사에서 확인되지만 증상은 딱히 없어서 건강검진을 통해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을 진단 받는 경우도 많다.
실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는 혈구 감소로 다양한 증상들을 겪기도 한다. 윤 교수는 "백혈구 감소로 감염이 생길 수도 있고, 적혈구 감소로 인해 빈혈이 생길 수도 있다. 빈혈은 호흡곤란이나 기력 저하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또 혈소판 감소로 출혈이 생길 수도 있다. 피부에 점상출혈이 생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진단 기준은 명확하다. 지속적인 혈구감소증이 확인된다고 해도 그 원인이 HIV 같은 감염증이나 약물, 영양소결핍, 알코올, 자가면역질환·유전성골수부전증후군·재생불량빈혈·T세포 대형과립세포백혈병 같은 질환이 아닌 것도 확인해야 한다. 사실 혈구감소증이 있어도 진단 과정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상태인 것을 확인하는 경우도 많다.
윤석윤 교수는 "백혈구가 떨어져 (혈구감소증으로) 외래에 오는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다"며 "다른 혈구 감소를 유발시킬 감염, 약물, 알코올, 다른 질환 등에 의해 떨어진 것이라고 하면 당연히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 뒤에는 골수검사로 혈구의 형태학적 이상을 구체적으로 파악해 이 병을 최종 진단한다.
골수 내 적혈구계, 과립구계, 거대세포계 중 최소 1개 이상 조혈계에서 10% 이상 형태학적 이상을 보이는 경우, 고리철적혈모구가 15% 이상이거나 SF3B1 변이와 함께 5% 이상의 고리철적혈모구를 보이는 경우, 조혈모세포의 형태학적 이상을 동반한 골수 내 5~19%의 골수계아세포 증가를 보이는 경우, 말초혈액도말검사에서 2~19%의 골수계아세포가 관찰되는 경우,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연관된 다양한 염색체나 유전자 동반되면 이 병을 확진한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진단은 사실 요즘 이 보다 더 세밀하게 발전했다. 윤 교수는 "최근에는 염색체 이상 외에 유전자의 돌연변이도 의학이 발전하면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에서 많이 확인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점점 많이 밝혀지고 있다. 이것은 NGS검사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부 혈액암에서 요즘 잘 하지 않는 '골수검사'도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의 진단과 함께 경과를 확인하는데도 꼭 필요한 검사로 꼽힌다. 윤석윤 교수는 "혈액검사를 통해서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만 확인되고, 실질적으로 피를 만드는 공장에서의 상황은 말초혈액에서 확인이 안 된다. 치료 반응 평가, 현재 질병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골수검사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처럼 검사를 통해 환자를 파악하면서 예후가 굉장히 다양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를 크게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나누고, 여기 더해 환자의 기저질환, 나이 등을 파악해 치료 컨디션을 봐가며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윤 교수는 "(무증상) 저위험군은 치료하지 않고 우선 지켜보는데 많은 환자들이 저위험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증상이 있는 저위험군은 증상 조절을 위한 치료에 집중하게 된다. 윤석윤 교수는 "무증상 및 혈구 감소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외래에서 혈액검사를 하면서 경과관찰을 한다. 혈구 감소가 제법 있을 때, 빈혈이 있으면 적혈구생성자극인자인 '에리스로포이에틴'을 근육주사를 맞는 환자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증상 조절 치료를 해도 혈구감소증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실제 에리스로포이에틴으로 해결되지 않는 빈혈 증상의 환자는 조혈제인 루스파터셉트(luspatercept)를 사용해볼 수 있지만, 치료에 제한이 있다. 윤 교수는 "이 약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보험이 되지 않고 있어서 적극적인 처방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현재는 에리스로포이에틴으로 조절이 안 되면 면역억제제나 다나졸, 스테로이드 같은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절이 안 되는 혈구감소증에는 수혈을 한다. 윤석윤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혈이나 혈소판감소증이) 조절이 안 된다고 하면 적혈구나 혈소판을 수혈한다"고 말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일부 환자는 해결되지 않는 혈구 감소를 위해 저메틸화약물(azaciditine, decitabine), 레날리도마이드를 쓰기도 한다. 윤 교수는 "레날리도마이드는 5q 결실이 있는 아주 극히 일부의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면서도 현실은 많은 환자들이 결국 수혈하고, 이때엔 적절한 수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 고위험군은 환자가 치료를 견딜 수 있다면 강력한 치료가 이뤄진다. 바로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하는 것이다. 윤석윤 교수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은 현재까지 개발된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치료 중 유일하게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라면서도 다른 조혈모세포가 내 몸에 들어와 자리를 잡기 때문에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단점을 짚었다.
이런 거부 반응 때문에 면역억제제도 많이 사용해야 되고,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다보면 감염이 생길 수도 있다. 윤 교수는 "이 병과 상관 없이 치료 관련해 어느 정도 사망 사건이 생길 수 있다"며 "이 병의 기전을 보면 다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이라고 판단되고, 이식을 받을만한 컨디션인 환자에게만 권한다"고 말했다.
고위험군이어도 신체 컨디션이 안 되거나 이식이 어려울 때는 저메틸화약물 같은 저위험군에서 쓰이는 치료를 통해 혈구감소증을 해결한다. 그러나 에리스로포이에틴으로 빈혈이 조절되지 않아도 루스파터셉트는 고위험군에서 쓰지 않는다. 윤석윤 교수는 "루스파터셉트 같은 경우는 아직 고위험군에서는 근거가 많지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 환자의 일상 건강관리에 아주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독감 예방접종을 매년 꼭 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독감 예방접종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매년 맞아야 한다"며 이외에 폐렴구균백신, 대상포진백신은 담당주치의와 상의해서 필요한 경우에 예방접종을 진행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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