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 관련 '난청'

난청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자가면역 관련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캡스)'이다. 캡스는 NLRP3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체내 면역물질인 인터루킨-1베타(IL-1β), 사이토카인 등이 과다 생성돼 불필요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극희귀질환으로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나뉘어진다.

가족성한냉자가염증성증후군(FCAS)과 머클-웰스증후군(MWS), 만성영아신경피부관절증후군/신생아발현다발성염증질환(CINCA/NOMID, 신카노미드)인데, 난청이 일어나는 타입은 머클-웰스증후군과 신카노미드로 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가족성한냉자가염증성증후군도 청력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에서 "캡스에서 가장 심한 신카노미드와 머클-웰스증후군에서 굉장히 흔하게 존재하는 것이 난청"이라며 "가족성한냉자가염증성증후군은 난청이 없다고 돼 있지만, 경험에 의하면 고주파가 살짝 떨어지는 패턴을 보인다. 난청 때문에 이비인후과 외래를 찾지 않다보니 없는 것으로 돼 있기는 하지만, 경한 정도의 난청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짚었다. 

난청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자가면역 관련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캡스)'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난청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자가면역 관련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캡스)'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

캡스에서 난청이 가장 심하고, 가장 많이 나타나는 타입은 신카노미드이다. 실제 신카노미드는 캡스 중 증상이 가장 심한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태어날 때부터 열과 함께 발진이 있는 아기에게 제일 의심하는 병이 캡스인데, 이 유형의 캡스가 '신카노미드'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으로 캡스에서 난청이 많고 심한 유형이 머클-웰스증후군이다. 머클-웰스증후군은 10대 이후 열이 나서 몇 달에 한 번씩 발진이 약간 생기는 형태로 대개 증상이 오는 캡스 유형이다. 또 다른 캡스인 가족성한냉자가염증성증후군은 추위에 노출될 때만 화끈거리는 발진과 열, 두통, 메스꺼움, 눈의 충혈 등이 잠깐 생기고 그러다 다시 좋아져 진단이 안 되는 환자들이 꽤 될 것으로 여겨진다.

최병윤 교수는 "신카노미드는 청력이 굉장히 나쁘고, 머클-웰스증후군은 중간 정도되고, 가족성한냉자가염증성증후군은 고주파 쪽이 살짝 떨어지는 패턴"이라며 신카노미드 환자의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난청이 있고, 머클-웰스증후군 환자의 경우에는 3분의 2 정도에서 난청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족성한냉자가염증성증후군은 진단도 잘 되지 않고, 진단이 되도 이비인후과에 잘 오지 않기 때문에 난청이 있는 환자의 비율도 알기 어렵다. 

현재 캡스는 아나킨라로 주로 치료가 이뤄지는데, 청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 치료에는 제한점이 있다. 최 교수는 "지금 현재는 아나킨라라는 약을 쓰고 있는데, 이 약이 관절 염증이나 피부 염증, 발열 등을 조절하는데 주로 용량이 맞춰져 있어서 아주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는 달팽이관까지 약이 도달되는데는 좀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최병윤 교수는 "실제로 (캡스로 인해 나타나는) 다른 증상이 다 조절돼도 마지막까지 괴롭히는 증상이 난청"이라며 "난청까지 효과를 보려면 보통 때 쓰던 것보다 (아나킨라) 용량을 높여서 매일 주사해야 돼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여 말했다.

캡스에서 아나킨라의 치료 용량을 정할 때, 가장 예민한 지표로 청력검사 결과를 봐야 한다는 점도 최 교수는 짚었다. 최병윤 교수는 "다른 증상이 다 조절되지만 청력이 나빠지면 아나킨라 용량도 늘려 준다. 청력이 유지되면 아나킨라 용량을 그대로 유지한다"며 아나킨라의 용량을 조절할 때 가장 예민한 지표로 청력검사 수치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캡스로 인한 난청이 많이 진행된 상황이면 아나킨라로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렵다. 최 교수는 "아나킨라 용량을 잘 조절해서 쓰면 난청이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60~70데시벨을 벗어난 상태에서 아나킨라를 시작하더라도 청력은 계속 나빠진다. 이런 병들을 조기 진단해 약을 써야 청력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캡스를 조기 진단해야 하는 필요성이 이비인후과 측면에서 더 높다는 점을 역설했다. 

더불어 현재 캡스의 3가지 유형 외에 또 다른 유형도 있다는 점도 최병윤 교수는 짚었다. 최 교수는 "NLRP3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된 제4군의 질환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다른 증상은 없고 오로지 난청만 있는 것으로, 이것을 캡스 연관 자가염증성 난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세계에서 2번째로 캡스 연관 자가염증성 난청 환자를 발견해 보고한 바 있다고 최병윤 교수는 짚었다. 캡스 연관 자가염증성 난청 환자가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는 점도 최 교수는 지적했다.

최병윤 교수는 "청력이 떨어지면 보통 스테로이드를 쓰는데, 스테로이드를 썼을 때 반응이 없었던 여러가지 자가면역으로 생각했던 질환들의 절반 이상에서 실제로 IL-1β가 증가돼 있고, 또 그런 환자에서 IL-1β를 억제하는 약을 썼더니 난청 진행이 억제됐다는 논문이 예전부터 있었다"며 "그 당시에는 캡스를 몰라서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런 질환군이 실제로 우리 주변에 많이 있고, 조기에 NLRP3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하면 난청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환자들이 꽤 많을 수 있다는 근거를 얻게 됐다"며 "결국 이런 환자들에게 컨트롤할 수 있는 약을 쓴다고 했을 때, 현재는 신카노이드를 제외하고는 약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런 환자들이 향후 진단이 많이 될 때를 대비해 적절한 약물과 급여 제도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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