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정민 교수
합병증 징후 조기 발견해 치료·관리해야
저신장을 초래하는 200종 이상의 희귀질환 중 적지 않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골무형성증은 장애를 얻는 게 당연한 병이 아니다. 합병증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치료, 관리만 잘 해주면 장애 없이 살 수 있는데다 1~2년 내 치료환경 변화도 예고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정민 교수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유튜브 채널 '엔젤스푼TV'에서 "연골무형성증은 질환 자체만으로 발달지연을 초래하거나 퇴행을 초래하는 신경학적인 합병증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질환은 아니다"라며 연골무형성증은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질환의 범주에 있다고 짚었다.
저신장 문제도 치료 가능 영역으로 곧 넘어올 것으로 알려진다. 고정민 교수는 "외모 상 티가 안 날 수 없는 저신장이 (연골무형성증에서) 중요한데, 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1~2년 안에 약물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수술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골무형성증은 전 세계적으로 2만명에 1명 꼴로 발생하는 골격계희귀질환이다. 이 병의 가장 대표적 증상은 저신장이다. 고 교수는 "연골무형성증 증상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신에 걸쳐 나타날 수 있는데, 제일 대표적인 것이 저신장"이라며 성인 남자는 130cm 전후, 성인 여성은 120cm 전후의 저신장을 보인다고 말했다.
연골무형성증의 원인은 유전자 돌연변이다. 고 교수는 "연골무형성증 원인은 대부분 FGFR3 유전자의 점돌연변이"라며 "연골 성장이 저해되고 세포 분열이 억제돼 짧은 팔과 다리, 상대적으로 큰 얼굴과 머리를 갖게 된다"고 했다. 또 "상대적으로 두개골 발달은 지연되지 않아 머리는 크고, 머리와 척추를 연결하는 공간이 좁아져 척수 신경의 눌림으로 인한 사지마비나 위약감, 수두증 같은 것을 동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척추질환에도 연골무형성증 환자는 취약하다. 고정민 교수는 "척추 자체에도 성장판이 있는데, 그것이 자라지 않아 장기적으로 성인에서 척추관협착증과 이와 동반되는 디스크 증상인 사지 통증, 위약감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외에도 머리뼈의 독특한 형태 등에 의해 중이염이나 청력이상이 동반될 수 있다"고 했다.
연골무형성증 환아는 영아돌연사증후군 위험도 높다. 고 교수는 "이마가 돌출되면서 안면의 중간 부위 뒤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도가 상대적으로 좁아지게 돼 수면 시 무호흡 등을 동반할 수 있고, 이것은 영아돌연사증후군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한 살 이전의 시기에는 머리가 굉장히 크면서 척수관이 좁아져서 오는 척수눌림증과 그것과 동반돼 머리에 뇌척수액 흐름에 방해를 받아서 수두증이 동반될 수 있다.
고정민 교수는 "이런 것들이 사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사지근육의 발달과 연관되기 때문에 특히 영아기에는 신경외과, 정형외과 의료진과의 협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폐쇄성수면무호흡증, 즉 기도가 좁아져 공기 흐름이 방해받아 문제가 되는 타입보다는 영아기에는 수두증이나 척수눌림증과 동반된 중심성무호흡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코골이 없이도 무호흡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합병증을 동반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영아기 연골무형성증 환아는 뇌척수액이 빠져나가는 통로인 후두공이 좁아져 호흡마비,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합병증인 후두공협착증 위험에 노출된다. 고 교수는 "후두공협착증 합병증은 약 30~40%의 환자가 바로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협착을 갖고 있었다. 이런 것이 치료나 관리 없이 방치되면 영구적 신경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며 생후 6개월 전 머리 후두공 MRI를 찍어 후두공 크기와 눌림 정도를 보고 걷기 전 수술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두공협착증 합병증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생후 6개월 전 MRI를 찍는 것이 권고된다. 만약 후두공협착증으로 진단하기 애매하거나 수술을 피할 수 있는 정도까지 생각하는 연골무형성증 환아들은 몇 번의 MRI 재검사를 하게 된다. 고정민 교수는 "그러다 특정 크기보다 작은 후두공을 보이는 경우, 많이 눌리는 경우, 이미 MRI에서 변화를 보이는 경우는 급하게 수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허리가 튀어나오는 척추후만증이 생길 수도 있다. 고 교수는 "척추후만증은 대부분 3세 이전에 펴지게 되지만 안 펴지고 끝까지 후만증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환자들은 나중에 성인기 이전에 척추관협착증의 디스크 증상과 징후의 리스크가 높다"며 "그렇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재활치료, 정형외과적인 가이드 등을 받아서 최소한의 합병증만 남기고 자랄 수 있도록 하거나 합병증을 없앨 수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산전검사나 출산 뒤 아기가 연골무형성증 진단을 받는다면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빠르게 인지하고, 조기에 치료·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고 교수는 "특히 영아기 초기에 합병증검사를 하지 않는다면 잘 지내온 아이라하더라도 합병증과 관련된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진료 환자 중 많은 연골무형성증 환아들이 초기 치료가 늦어지면서 하지 위약감나 하지 마비, 그리고 그것과 동반된 장애로 고통을 겪는다"고 현실을 짚었다.
고정민 교수는 "연골무형성증은 특히 저신장에 굉장히 포커싱이 맞춰져 있는데, 저신장만이 합병증이 아니고, 전생에 걸쳐서 굉장히 다양하고 여러가지로 신경 쓸게 많은 희귀질환인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런 까닭에 소아청소년과, 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등이 팀으로 빨리 합병증을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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