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고재성 교수에게 듣는 알라질증후군
간이식 안 하고 18세까지 생존할 확률 40% 불과
알라질증후군 환아, 간이식수술 평균 나이 약 3세
간이식 줄일 신약 도입…급여 안돼 실제 활용 불가

극심한 가려움 때문에 평균 2.8세의 나이가 간이식수술을 하고, 어릴 때 간이식을 안 하면 18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약 40%에 불과한 유전성희귀질환이 있다. JAG1 유전자 변이가 95%의 원인인 '알라질증후군'이 그것으로, 국내 약 50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병이다. 

알라질증후군은 JAG1 유전자 외에 NOTCH2 유전자 등의 변이로 인해 답즙이 간에서 담도로 배출이 잘 되지 않아 간에 정체되면서 간손상이 진행되고 답즙이 혈류로 역류해 혈액 내 담즙산이 증가해 가려움을 초래하는 병인데, 최근 치료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회장 담즙산 수송체에 결합해 담즙산이 회장으로 재흡수되는 것을 막아 간 내 담즙 정체를 줄여 간손상을 막고, 흡수되지 않은 담즙은 대장으로 배출시켜서 혈액 내 담즙산 농도를 줄여 소양증을 개선하는 '회장담즙산수송체억제제'가 글로벌에서 개발돼 국내 허가된 까닭이다.

문제는 아직 급여가 안 돼 실제 쓰기 힘든 현실이다. 이와 관련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재성 교수는 지난 11일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신약의 빠른 급여를 촉구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재성 교수. ⓒ청년의사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고재성 교수. ⓒ청년의사

사실 알라질증후군은 치료환경 개선이 시급한 영역의 희귀질환이다. 혈액 내 담즙산 농도가 올라가면 극심한 가려움을 초래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온몸이 피가 나도록 시도때도 없이 긁어대지 않을 수 없어 제대로 생활하기도 어렵고, 잠도 자기 힘들다. 이같은 가려움은 간 손상이 심하지 않아도 간이식을 할 수밖에 없게 한다. 

고재성 교수는 "알라질증후군 환자 75%가 가려움증을 호소하는데 가려움증이 심해 많이 긁어서 상처가 나기도 하고, 심하면 침대 시트에 피가 묻어 나오기도 한다"며 "이로 인해 결국 수면 장애가 생기고 학습장애가 생기고 가족의 삶의 질이 전체적으로 다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황색종. 사진 출처=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자료집
황색종. 사진 출처=소아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 자료집

황색종, 간손상 같은 문제도 알라질증후군 환자를 괴롭히는 요인이다. 고 교수는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24%는 콜레스테롤이 올라가 피부에 지방종인 '황색종'이 생기기도 한다"며 "또 나이가 들면서 점점 간경화가 증가하게 된다. 한 18세가 되면 한 50% 이상의 환자에게 결국 간경화가 진행된다. 일부에서는 간세포암도 발생하는데, 저희 병원에서도 17개월, 4세, 7세 때 간세포암이 발생해 간이식을 받거나 사망한 증례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알라질증후군은 심각한 가려움증과 황색종, 간손상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고재성 교수는 "간경화가 생기면 (혈류 흐름이 막히면서) 비장이 커지고 그 다음에 복수(복부에 물이 차는 것)가 차고 그 다음에 식도정맥류 출혈이 생긴다"고 짚었다.

또 알라질증후군의 유전자 변이가 다른 건강 문제도 초래한다. 고 교수는 "알라질증후군의 유전자가 간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도 발현되기 때문에 선천성 심장질환, 척추이상, 안구이상, 혈관이상, 신장이상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한다"고 이런 까닭에 병명에 알라질증후군이라는 이름이 붙은 점을 짚었다. 

더구나 현재 알라질증후군에 쓰이는 약들은 모두 이 질환에 허가되지 않은 약들(우루사, 결핵치료제, 항히스타민제, 담즙산흡착제)인데다 실제 효과적이지도 않다. 이런 까닭에 국내에서는 알라질증후군에 간이식 수술이 궁여지책으로 쓰이고 있지만, 의료진들은 간이식이 알라질증후군의 해법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 이유가 있다. 

고재성 교수는 "알라질증후군에서 이식하지 않고 생존할 확률이 18세의 경우에 한 40% 정도가 되고 한 50%는 간이식을 받아야지 되는데, 한 10%는 사망한다"며 간이식 수술 자체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했다.

더구나 알라질증후군의 간이식 수술 치료성적은 보통의 간이식수술보다 낮다. 고 교수는 "담도폐쇄 환자의 간이식과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간이식 경과를 비교한 연구에서 1년 생존율이 담도폐쇄는 95%, 알라질증후군은 86%였다"며 "알라질증후군 환자는 심장질환, 신장질환 등을 동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간이식수술은 알라질증후군 환자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전환하는 것에 불과하다. 고재성 교수는 "간이식을 하면 '모든 게 해결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 것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되고 수술로 인한 외과적 합병증과 (이식장기) 거부 반응,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인한)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까닭에 국내 도입된 회장담즙산수용체억제제에 대한 기대감이 알라질증후군 환자와 부모 사이에 상당히 높다. 현재 국내 허가된 '알라질증후군 적응증을 보유한 회장담즙산수용체억제제'는 마라릭시뱃(maralixibat)이다.

또 아직 국내에서는 알라질증후군에 대한 적응증은 없지만 '진행성가족성간내답즙정체증'의 치료제로 국내 허가된 오데빅시바트(odevixibat)도 또 다른 치료 옵션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오데빅시바트는 미국에서는 이미 알라질증후군에 대한 적응증을 획득한 상황인 까닭이다.  

이날 고 교수는 "2021년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 마라릭시뱃이 알라질증후군의 약제로 최초 승인받고 2023년 국내에 허가 소식이 들려오면서 알라질증후군 환자와 보호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큰 기대와 희망을 줬다"며 "그렇지만 현재까지 급여가 지연되면서 실제 처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런 까닭에 국내 허가된 약제가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간이식수술이 알라질증후군 환자에게 이뤄지고 있다. 고재성 교수는 "실제 치료제 급여를 기다리던 환자 중 간이식을 시행한 안타까운 사례도 존재한다"며 "소아기는 질병 개입의 결정적 시기이고, 이 시기를 놓치면 회복 불가능한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약의 빠른 급여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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