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그항체 양성일 때도 소수 환자, 다른 질환으로 최종 확인
충추신경계를 침범하는 희귀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항-모그항체 연관질환(MOGAD, Anti-MOG antibody associated disorders)은 혈액검사에서 모그항체가 양성으로 나와도 충추신경계를 침범하는 다른 질환이 아닌지 더 검증이 필요하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준순 교수는 유튜브 채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희귀질환센터'에서 "확실한 모그항체 양성 수치로 나오면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면서도 "거기에 다발성경화증을 포함해 환자의 증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기타 질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이 마지막 과정이 제일 까다로우면서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모그항체는 모그(MOG)라는 이름의 단백질에 달라붙은 항체를 말하며, 굳이 병명에 연관질환이라고 한 이유는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형태로 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은 말초신경계가 아닌 뇌, 척수, 시신경으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에만 영향을 미치는데 그 이유가 있다. 바로 모그 단백질이 중추신경계에서만 발현되는 단백질 종류인 까닭이다.
그렇다면 혈액검사에서 항-모그항체가 양성으로 나왔는데도 다른 질환일 수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
김준순 교수는 "이런 경우 소수지만 다른 질환일수도 있다"며 "이것은 의료진이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의료진이 잘 감별해 최대한 많은 감별진단을 다 골라내고 최종적으로 이 질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할 때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이라고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은 글로벌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것이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질환이다. 국내에서 항-모그항체 검사가 의료기관에 세팅돼 널리 시작된 것도 4~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의 국제 진단 기준이 지난 2023년 정립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은 어떻게 진단할까? 이 병은 3단계의 과정을 거쳐 최종 진단한다.
먼저 김 교수는 "시신경염, 척수염, 급성파종성뇌척수염, 대뇌기능이상, 뇌줄기 혹은 소뇌 기능이상, 대뇌피질뇌염 등의 '핵심 임상 발병' 형태 중 하나로 환자의 증상이 생겨야 된다"고 짚었다.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질환인 시신경염, 척수염, 급성파종성뇌척수염, 대뇌기능이상, 뇌줄기 혹은 소뇌 기능이상, 대뇌피질뇌염의 '핵심 임상 발병' 양상을 보이는 환자에게는 이제 모그항체검사가 기본으로 이뤄지는데, 사실 모그항체검사를 해서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100% 항-모그항체 연관질환 환자가 아닌 것도 아니고,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100% 항-모그항체 연관질환 환자인 것도 아니다. 왜 그럴까?
김준순 교수는 "모그항체를 어떻게 잡아내느냐 하는 검사기법에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기법에 따라 양성과 음성을 나누는 기준이 조금 다를 수 있고, 양성은 양성인데 얼마나 센 양성이냐를 나타내는 것도 조금 차이가 난다"며 "양성의 강도가 확실한 양성이 아니라 음성과 양성 경계에 걸쳐있는 애매한 숫자이거나 혈액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왔는데 뇌척수액을 이용해 검사를 해봤더니 항체가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만 실제로 있다"고 말했다.
이런 때는 2번째 항-모그항체 연관질환 진단 단계에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이때는 '핵심 임상 발병' 형태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 각각에 맞춰서 추가로 특정 검사 기준도 만족해야 된다"고 짚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항-모그항체 연관질환이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다발성경화증, 시신경척수염, 자가면역뇌염 같은 희귀질환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검증해야 한다. 그 이유가 있다.
김준순 교수는 "(이들 질환은) 급성기에 써야 하는 약의 종류는 거의 비슷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써야 하는 치료제의 종류나 각각의 치료 약물에 대한 반응도, 증상 발현의 형태, 장기적 예후 등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초반에 정확하게 감별 진단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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