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암환우회, 11일 건강토크쇼서 요로상피암 치료현실 조명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밖으로 나가는 길인 신우, 요관, 방광에 생기는 악성종양 '요로상피암'의 안타까운 치료 현실이 환우들과 전문 의료진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조명됐다. 요로상피암은 방광암 80%, 신우암 10%, 요관암 10%로 이뤄진 암으로 최근 수술이 불가한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효과 좋은 신약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현재 급여가 되지 않아 실제 서민 환자들이 치료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한국신장암환우회가 주최하고 대한비뇨기종양학회와 대한종양내과학회가 후원한 ‘희망을 잇다: 요로상피암을 극복하는 우리’ 건강토크쇼에서 2021년 방광암 진단을 받은 전기기사 출신의 A 씨의 투병기가 공개됐다. A 씨는 수술 뒤 암 전이 위험을 낮추기 위해 2021년 9월~2022년 2월 항암치료를 했지만, 한 달 뒤 왼쪽 목이 딱딱하게 부어오르며 목 임파선 전이가 확인됐고, 2022년 5월 두 번째 항암제를 3개월간 투약했지만 암이 목에서 어깨로 전이됐다.
A 씨는 "2022년 9월 세 번째 항암제를 투약했지만 온몸에 붉은 반점이 생겨 그마저도 한 달 만에 중단했고, 네 번째 항암제는 2022년 10월~2023년 9월 투약했는데 여러 부작용으로 힘 들었고, 힘든 보람도 없이 암은 어깨에서 겨드랑이로 다시 전이됐다. 잦은 재발과 항암제 부작용으로 고통스러운 날이 계속돼 치료를 포기하고 싶었다"며 그때 주치의가 비싼 약값 때문에 차마 설명하지 못한 항체약물접합체 '파드셉'을 치료 옵션으로 주저하며 말해줬다고 했다.
그는 "(파드셉이) 비급여라 비싸기는 하지만 빚을 지더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년은 너무 지옥 같은 날이었기 때문"이라며 "마지막으로 치료를 받아보자 결심했고, 2023년 10월부터 현재까지 파드셉을 투약하고 있는데 효과가 매우 좋다. 다른 약을 썼을 때는 바로 재발했는데, 파드셉은 투여 후 3개월, 4개월, 5개월, 6개월 시간이 지나면서 암이 점점 사라졌다. 하지만 역시 비용이 문제"라며 현재 부딪힌 현실의 벽을 짚었다.
실손보험에 가힙한 A 씨는 1년에 5,000만원의 비용을 보험사에서 보전받았고, 파드셉(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제약사인 한국아스텔라스제약에서 환자약제비지원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치료를 이어가고 있지만, 항암치료에 더해 항암치료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치료비, 생활비 등이 현재 일을 할 수 없어 대출을 받아 버티는 4기 요로상피암 환자인 그에게 부담이 커 현재의 파드셉 치료를 이어가는데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피력했다.
무엇보다 A 씨와 달리 실손보험이 없는 서민 요로상피암 환자들은 똑같은 상황에서 치료를 시도할 엄두조차 못 내는 점도 그는 지적했다. A 씨는 "(파드셉은) 효과가 좋은 약이지만 실손보험이 없는 서민들은 약값이 너무 비싸 치료 받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정부에서 파드셉에 대해 하루빨리 건강보험을 적용해 요로상피암 환자들이 돈 걱정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장암환우회 백진영 대표도 "요로상피암은 재발 위험이 높고 전이 시에는 폐암과 비슷한 치명률(전이성 방광암 5년 생존율 약 15%)을 보일 정도로 중증질환이지만 여전히 30년 전과 같은 고식적 화합요법에 의존하고 있다"면서도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를 비롯해 최근 주목받은 항체약물접합체처럼 새 치료 옵션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요로상피암 치료에 희망이 있다고 피력했다.
실제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로 파드셉과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병행요법이 지난 7월 국내 허가됐고, 여러 치료에도 재발이 반복될 때는 파드셉 단독요법이 가능하지만, 현재 모두 접근성이 떨어지는 '비급여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백 대표는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안고 치료를 힘들게 이어가거나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생명에 직결된 약제에 빨리 급여가 돼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치료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요로상피암 환자와 환자단체에 이어 전문 의료진에게서도 나왔다. 현재 급여 치료로 쓰이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항암제의 효과가 아주 좋기는 하지만, 부작용이 커서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치료를 장기간 이어갈 수 없는 데다, 기존 항암제를 뛰어넘는 효과를 보이면서 치료 부작용이 적어 장기간 치료를 이어나갈 수 있는 신약이 최근 나온 까닭이다.
이날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방광암 항암치료를 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암제는 백금 기반 항암치료로, 쉽게 얘기하면 옛날 항암제를 쓰는 치료다. 보통 3~4개월 정도 백금 기반 항암치료를 하면 환자 10명 중 한 5명은 암이 많이 줄고, 2~3명 정도는 적어도 나빠지진 않는 되게 좋은 항암제인데, 힘든 약이어서 한 3~4개월 하면 환자들이 더는 못 한다. 3~4개월이 거의 환자가 버틸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짚었다.
백금 기반 항암치료는 장기간의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좋은 치료 결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교수는 "항암제 반응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힘들어 그만하고 그냥 쉬면서 계속 CT 등을 찍으며 다시 암이 나빠지나, 안 나빠지나를 두고 봤는데 그러다 보면 거의 몇 달 안에 다시 나빠지는 경우가 되게 많다"며 요즘은 이런 상황에서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를 급여권 안에서 쓸 수 있게 되면서 이전보다 치료 성적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성적과 함께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1차 치료 옵션이 국내 정식으로 등장했는데, 항체약물접합체와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인 '파드셉과 키트루다' 치료와 면역항암제와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인 '옵디보와 젭시타빈, 시스플라틴' 치료다. 특히 '파드셉과 키트루다' 치료는 굉장히 치료 효과가 높아 전문 의료진의 주목도가 아주 높다는 점도 김인호 교수는 짚었다.
김 교수는 "전이성 요로상피암에서 거의 50년 동안 백금 기반 항암제를 이기는 약이 없었다. 그런데 파드셉과 키트루다 병행치료가 50년만에 더 나은 성적을 보여주고, 성적도 상당히 좋다. 거의 사망 위험도를 50% 정도 감소시켰고,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생존 기간만 놓고 따지면 거의 수치상으로는 거의 두 배까지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앞으로의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A 씨처럼 여러 치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을 때는 과거 뚜렷한 대안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효과적 치료 옵션이 나오고 있는 상황다. 그 중 하나가 F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쓸 수 있는 표적항암제 '발베사(성분명 얼다피티닙)'다. 김인호 교수는 "방광암 환자 10~20% 정도 F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가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지 검사해 그것이 있으면 현재 발베사가 승인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치료 옵션은 파드셉을 3차 치료제로 단독으로 쓰는 것이다. 김 교수는 "파드셉을 단독으로 쓰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좋다는 데이터가 있어서 현재 국내에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안 됐을 때 파드셉 치료를 하는 요로상피암 환자들이 사실 굉장히 많다"면서도 발베사, 파드셉 모두 보험이 안 되고 비싼 약이어서 이런 치료 옵션에 대해 외래 진료 때 환자에게 설명하기도, 설명하지 않기도 의료진 입장에서는 현재 난감하다는 점을 짚었다.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있는데도 치료비 때문에 요로상피암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데 대한 의료진의 안타까움도 이날 전해졌다. 실제 의료현장에서 신약을 써서 이전과 다른 치료 결과를 보이는 환자들이 많은 까닭이다. 실제 60세 여성 방광암 환자가 지난 2020년 수술을 받고 1년 뒤 재발해 신약 치료를 하는데 CT 검사에서 암이 안 보일만큼 좋아졌고, 4년째 너무 건강하게 잘 지내는 사례도 있다고 김인호 교수는 전했다.
또 배 속에 커다른 암덩어리가 있고 암이 다른 곳에 전이된 요로상피암 남성 환자도 51세임에도 처음부터 치료를 포기하고 호스피스병동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내와 의료진의 설득으로 신약을 썼고 한 달 사이 거의 암이 다 줄면서 상황이 바뀐 점도 김 교수는 짚었다. 김인호 교수는 "치료를 시작하고 한 달 정도 됐는데 암덩어리가 거의 다 줄어들어 지금 호스피스 얘기는 쏙 들어갔다. 지금 열심히 치료하겠다고 외래도 꼬박꼬박 오고 운동도 잘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경우를 보면 환자들에게 정말 열심히 치료하라고 얘기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며 "요즘 약도 굉장히 좋고 순해져 치료를 너무 빨리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날 건강토크쇼에서는 국내 요로상피암 환자들이 효과적인 치료를 이어가기 어려운 제도적 문제도 지적됐다. 좋은 신약이 나와도 국내 도입되는 것이 늦고, 급여도 결국 늦어져 국내 요로상피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인호 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꼴등으로 신약이 제일 늦게 들어오는 경향이 있다. 외국에서 임상시험을 해 좋은 약이 나와도 우리나라는 신약이 도입되는데, 3~4년 정도 걸린다"며 "약이 늦게 들어오면 급여도 늦어 환자들이 좋은 약이 나와도 경제적 부담 때문에 쓰기 어려워지는 상황이 된다"며 신약이 빨리 국내 도입되고, 환자가 치료받는데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건강보험 재정이 필요한 곳에 쓰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건강토크쇼에 참여한 요로상피암 환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상웰라이프와 한국메디칼푸드, 종근당건강이 암환자 영양음료를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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