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 교수, 세계유방암학술대회서 유방암 치료제 접근성 발표
한국 신약 접근성, 상위 31개 국가 중 19위…급여까지 기간 길어
"환자 분담 비율 높여야"…심사 인력 충원, 별도 재원 마련도 제시
고가의 항암 신약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과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암 치료비의 5%만 환자가 분담하면 되는 현행 암질환 산정특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성배 교수는 지난달 29일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개최된 세계유방암학술대회 2023(Global Breast Cancer Conference 2023, GBCC 2023)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새로 승인된 약제비: 감당할 수 있을까?(The Cost of Newly Approved Drugs: Can We Afford Them?)'라는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국내 유방암 치료제 접근성과 관련된 발표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개선된 치료 효과로 암 사망률을 줄이고, 암 환자를 더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사회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신약의 가치'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신약의 사용은 입원 치료를 줄이고 암환자를 일상로 복귀시키며, 의료비용을 낮춤으로써 사회경제적 혜택으로 돌아온다"며 "네덜란드의 경우 두경부암 환자의 18~30%가 6개월 이내 일상으로 복귀했으며, 프랑스에서는 유방암 환자의 82%가, 일본의 경우 81%가 1년 내 일상으로 복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의 신약 접근성(2005년 이후 출시 의약품)은 상위 31개 국가 중 19위에 불과한데,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여율도 떨어지고 급여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상당해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는 신약이 환자들에게 사용되려면 '허가', '출시', '급여'라는 일련의 절차가 필요한데, 그 중에서도 급여 여부가 신약 접근성에 가장 중요하다"며 "또한 약가가 가진 재정 독성도 신약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소로, 비싼 약가는 환자들로 하여금 치료순응도를 낮추고, 치료를 위한 빚 등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유발해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등 환자의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국내 신약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주요한 두 가지 요소가 '급여 여부'와 '재정 독성'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고령화 진행에 따른 의료비용 증가는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하며, "고가약 증가와 급여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암을 진단 받으면 치료비의 5%만 환자가 부담하면 된다"며 "고가 신약이 증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보험재정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선 환자 분담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현행 중증질환(암) 산정특례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도전 과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허가 및 급여 심사 인력 충원과 교육, 외국과 비교해 2% 수준인 심사 수수료의 현실화 등을 언급했다.
여기에 더해 신약의 비용효과성 평가 기준 유연화 및 고가약을 위한 별도 재원 마련도 제시했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환자단체 및 의료 전문가의 급여 논의 참여나 다학제적 학술대회를 통한 공론화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한편, 이후 진행된 토론 시간에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환자들의 의견 개진으로 급여 진입에 성공한 유방암 신약 사례를 소개했다.
안희경 교수는 "우리는 이미 환자들의 지지로 신약의 신속한 사용에 성공한 두 가지 긍정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10년 전 퍼투주맙(제품명 퍼제타)이 한국에 도입되고 2~3년 정도 급여가 되지 않자, 인터넷 상의 환자 단체가 힘을 모아 급여 필요성에 대해 정부에 개진해 퍼투주맙의 1차 치료 급여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 사례는 매우 고가이지만 정말 놀라운 생존(PFS) 혜택을 보여 의료진 역시 서둘러 쓰고 싶었던 T-DXd(제품명 엔허투)"라며 "환자들 역시 이 약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전 경험(퍼투주맙 사례)을 바탕으로 발빠르게 움직여 국민청원 안건으로 올렸다. 현재 급여 심사 중으로 모두 무사히 급여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리아헬스로그 자매지 '청년의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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