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희귀질환 신약 접근성의 실질적 제고를 위한 정책개선 토론회' 열려
국내 고가희귀의약품 지출 비율 3.6% 불과…스페인은 13.5%‧미국은 5.9%
경구용 SMA치료제 '에브리스디', 스핀라자 재평가 맞물려 급여 논의 밀려
시신경척추염 신약 있지만 급여 결정 취하 등으로 허가초가 약만 급여돼
복지부, 올해 산정특례 비대상 희귀의약품 보험 절차 단축 제도 개선 추진
기적의 치료제라 불리는 '희귀질환치료제'가 여전히 환자 손에 닿기 어렵다는 현실이 다시금 지적됐다. 중증희귀질환 치료에 대한 정부의 보장성 강화 기조로 제도 보완을 통해 지속적으로 사각시대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겨진 수많은 희귀질환자에게 암담한 현실은 그대로인 까닭이다.
더구나 국가 경제 규모와 비교했을 때도 국내 희귀질환치료제 보장성 비율은 낮다. 제네릭 약가에 대한 비용 지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아 희귀의약품 지출 비율이 적은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도 있지만, OECD 가입국 가운데 국내 고가희귀의약품 지출 비율은 3.6%로 스페인(13.5%), 미국(5.9%)과 큰 차이를 보인다.(자료=PMPRB)
이 같은 사실은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의 주관으로 열린 '중증‧희귀질환 신속등재‧치료환경 얼마나 개선되었나' 주제의 희귀질환 신약 접근성의 실질적 제고를 위한 정책개선 토론회에서 조명됐다.
이날 강선우 의원은 "생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희귀질환에 대한 치료제는 적시에 투여되기만 해도 생명을 지키고 '기적을 선물받았다'고 할 정도로 극적인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며 "하지만 고가 신약에 대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또한 여전해 급여 등재가 되지 않은 고가의 치료제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재학 회장도 "치료현장에서 환자들이 경험하는 제도와의 간극은 여전히 치료환경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다"며 "최소한 대체 치료법이 없는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해서는 치료제 허가와 동시에 빠르게 환자들이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다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희귀질환 치료 신약의 급여등재 실태와 개선 방향에 대해 주제 발표한 중앙대 약학과 이종혁 교수는 "우리나라 약가제도는 외형상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한 많은 혜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혜택은 항암제에 집중돼 있어 희귀질환치료제 보장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이 있었으면 한다"며 "비급여 희귀의약품 가운데 재정 영향이 적고, 해외에서 급여되고 있는 약제가 다수 존재하는데, 빠르게 등재시키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경제성평가 면제 제도를 확대하거나, 경제성평가 제출 약제인 경우에는 비용효과비를 보여주는 'ICER 임계값'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혁신 희귀신약과 극희귀신약 등의 급여평가 방법에 넣는 것을 제안했다. 제도 내에서 해결되지 않는 고가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해서는 영국 등 다른 나라처럼 건강보험 재정 외의 기금 조성을 통한 보장성 강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종혁 교수는 "산정특례 미지정 질환에 사용되는 희귀의약품의 급여율이 저조하다"는 문제 지적과 함께 "우리나라의 희귀질환치료제 지출 비율은 OECD 국가 중 하위 수준이며 희귀질환치료제의 특성 상 재정 부담이 크지 않은 경우가 많고, 위험분담계약을 통해 재정 지출 관리가 가능하다"며 희귀질환치료제 급여 확대에 힘을 실었다.
스핀라자, 1년 6개월도 안 돼 급여…에브리스디, 2년 6개월간 비급여
이날 척수성근위축증과 시신경척수염 등의 희귀질환 치료현장의 의료진과 환자들이 토론회에 참여해 의료 사각지대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먼저 척수성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SMA)은 척수강내 주입하는 고가 약제인 스핀라자와 동일한 경구용 약제인 에브리스디가 국내 허가돼 있지만 에브리스디 급여가 스핀라자와 비교했을 때 크게 늦어지고 있는 점이 지적됐다.
실제 지난 2017년 12월 국내 허가된 뒤 2019년 4월 급여가 이뤄진 스핀라자의 재평가가 최근 이뤄지면서 지난 2020년 11월 허가된 에브리스디의 급여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에브리스디는 스핀라자 투여가 어려운 환자에게는 유일한 치료제라는 점에서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크다. 또 SMA 환자 상당수가 병의 진행으로 척추변형이 진행돼 척수강내 주입하는 주사를 한 번에 놓기 어려워 여러 번 찔리는 심각한 고충에 놓여 있다.
실제 그 같은 경험을 한 SMA 환우 우명래 씨는 "골반이 갈비뼈에 붙어 있을 만큼 척추가 휘어있어 스핀라자를 한 번 맞기 위해 척추강내 주사로 여러 번 찔려야 했고, 10번 찔렸던 적도 있다. 결국 주사 트라우마가 생겼고 9번째 스핀라자 주사를 맞을 때 또 여러 번 찔리면서 도저히 못하겠어서 치료 중단을 요청했다"며 그녀의 '유일한 희망'과도 같은 스핀라자 치료를 포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SMA 환우에게 실제 스핀라자를 투여하는 양산부산대병원 신경과 신진홍 교수는 "SMA 환자 상당수가 척추변형을 겪고, 이로 인한 척추측만교정수술로 현재의 급여 약제인 스핀라자를 척수강내 주사하는 게 불가능해 경구용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들이 있다"며 "우선적으로 척수강내 투여가 불가능한 SMA 환자에게라도 급여를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보건당국에 요청했다.
시신경척수염, 허가초가 약제는 급여…허가 약제는 비급여
병이 재발‧악화되면 시력을 잃거나 휠체어를 타야 할 만큼 운동기능을 상실하는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 급여 문제도 거론됐다. 시신경척수염 재발 방지 1차 치료제인 면역억제제 아자치오프린을 써도 효과를 못 볼 때는 2차 약제 마이코페놀레이트나 리툭시맙이 현재 쓰이고 있고 효과도 좋지만, 마이코페놀레이트와 리툭시맙은 허가초가(오프라벨) 의약품이다. 문제는 정식으로 허가된 약제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시신경척수염 재발 방지 신약으로 솔리리스, 엔스프링, 업리즈나 등 3개 고가 신약이 허가돼 있지만 현재 급여가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현재 허가초가 의약품 모두 급여가 이뤄지고 있고 이는 희귀질환 치료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소하려는 보건당국의 유연성을 보여주는 조처지만, 허가 약보다 허가초가 약의 효능이 더 낮고 부작용은 더 큰 한계 때문에 급여 필요성이 더 큰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민주홍 교수는 "현재 시신경척수염 치료제로 허가 받은 약제들이 국내 도입돼 있으나 허가초과 의약품이 주로 사용되고 있어 보험 급여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며 "재발 방지에 최적화된 신약의 급여화를 통해 환자의 삶을 넘어 장기적으로 사회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신경척수염을 앓는 신현민 씨도 "시신경척수염은 합병증으로 장애가 많이 생기는 병으로 재발로 시각장애를 빼고 모든 것을 앓고 있다"며 "손상된 신경은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재발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최적화된 치료제 처방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그는 "오프라벨 치료제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고 있는데, 정식 허가된 것은 왜 급여가 안 되냐"라고 반문하면서 시신경척수염 신약이 나왔다는 것이 '희망 고문'이라고 호소했다.
정부, 분명한 원칙으로 급여 결정…제도 상 미비한 점 보완할 것
SMA와 시신경척수염 신약 급여 지연 문제와 관련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유미영 실장은 "허가받은 약을 제약사에서 원하는 가격 그대로 인정해 급여하는 것은 저희 역할이 아니다"라고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을 위한 심평원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항암제 보다 희귀질환치료제가 환자 수도 적고 자료가 없어서 한계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급여되는 경향이 있다"며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점도 드러냈다.
유 실장은 현재 SMA 약제의 급여 문제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에브리스디 결정이 늦어진 구체적 사유도 언급했다. 국내 허가 뒤 한국로슈에서 에브리스디에 대한 급여 결정 신청을 했다가 한 번 결정 신청을 취하하면서 심평원에서 빠르게 급여 논의를 진행할 수 없었던 것이 첫 번째 늦어진 이유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로슈가 에브리스디 급여 재결정 신청을 한 2021년 7월이 공교롭게 사전 승인을 통해 급여를 받은 스핀라자의 급여 개정 시점과 겹친 것이다. 유미영 실장은 "스핀라자 사전 승인 뒤 자료들을 모아보다 보니 급여 기준 개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생기면서 여러 차례 급여 기준을 논의했다"며 "스핀라자 급여 기준이 바뀌면 급여 확대 대상도 생기지만 급여 중단 환자도 생기는데, 이에 대해 심평원 내부 위원, 실무자를 떠나서 스핀라자를 투여하는 전문의도 굉장히 의견이 다양했다"고 스핀라자의 의견 수렴 과정이 길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스핀라자 급여 기준을 검토를 하면서 에브리스디도 같이 보다 보니 스핀라자 급여 기준이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바로 에브리스디 급여를 시작하면 동일한 문제가 또 계속 반복될 수 있다고 봤다"며 그 와중에 최근 환우단체 등의 의견이 추가되고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게 되는 과정을 거치며 급여 기준이 보완되면서 또다시 늦어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현재 에브리스디의 급여 결정권은 다시 제약사에게로 넘어갔다. 유 실장은 "스핀라자 급여 기준이 확대되면 재정이 확대돼 약가 인하 절차가 남게 되고, 에브리스디도 여기에 맞춰서 급여 기준을 정하게 된다"며 "제약사 환급 등에 따라 비용분담제 표시 가격과 실제 가격이 달라서 저희 예상으로는 5월 중 비용분담제 소위를 하고 그게 마무리되면 바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 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시신경척수염 재발 방지 치료제 역시 제약사에서 급여 결정 신청을 취하하면서 늦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유미영 실장은 "현재 국내에 허가받은 약제는 세 가지가 있다. 한 약제는 2022년 2월 제약사에서 신청을 했다가 누가 먼저 등재되느냐에 따라서 제약사에서 받을 수 있는 가격선이 조금 차이가 있다 보니 자발적으로 취하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약제와 관련 "올해 1월 제약사가 결정 신청을 처음했고, 지금은 비용과 관련해 보완 자료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자료가 오면 급여 기준을 한 번 살펴보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엔스프링, 업리즈나와 달리 솔리리스는 다른 희귀질환 치료에 이미 급여가 되는 약이기 때문에, 빠르게 시신경척수염 재발 방지 치료제에 대한 급여 기준 논의가 이뤄져 어느 정도 가격선이 결정된 상태지만 난관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유 실장은 "솔리리스 급여는 지금 보건복지부에 올라갔고, 솔리리스가 굉장히 고가 약이라서 급여 기준 확대에 따라서 얼마나 재정이 더 추가되느냐에 대한 재정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며 "만약 재정 영향이 100억원을 넘게 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서 한 번 더 협상을 하게 된다"고 급여 진행 상황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은 암과 희귀난치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미진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 과장은 "암이나 희귀질환 같은 중증질환 신약은 특히 고가 제품들이 많기 때문에 비용 효과성 입증에 한계가 있어서 위험분담제 적용, 경제성평가 생략 등의 제도적 보완책을 통해서 접근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1년에 약 20~30개 신약이 신규 급여 등재되고 있고 급여 기준도 비슷한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희귀질환약제 보장성 확대의 최대 걸림돌인 한정된 재원 안에서 우선순위 원칙을 가지고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오창현 과장은 "한정된 재원에서 커버해야 되는 질환이 많다 보니 부득이하게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다"며 ▲질환 중증도 ▲대체약 여부 ▲치료 약제의 효과 ▲치료 약제의 비용 효과성 ▲제약사의 적극적 재정분담안 제출이라는 다섯 가지 분명한 원칙이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오 과장은 "이 다섯 가지를 가지고 급여를 평가하고 공단은 협상을 하다 보니 생각보다 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제도 상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보완해서 평가는 평가대로 하지만 제도 상의 미비한 점이 있으면 그 부분을 정비해서 절차를 좀 줄여주거나 자료를 좀 덜 받거나 하는 식으로 사각지대를 줄이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재 산정특례 지정이 안 된 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급여 제도를 올해 보완 중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오창현 과장은 "혁신 신약의 가치를 적정하게 보상하겠다는 원칙 하에 희귀질환 산정특례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희귀의약품이 워낙 삶의 질이 안 좋은 희귀질환에서 임상적으로 효과가 뛰어나면 보험 절차를 단축하는 제도 개선도 금년 추진해 보려고 한다"며 "지속적으로 중증희귀질환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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