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션트 스토리] FOP 환우 김옥자 시인 인터뷰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극 노출 부위 골화(骨化) 진행
다치고 넘어질 때마다 골화로 진행성 장애 초래돼
ACVR1 유전자 원인…다친 뒤 골화 막을 방법 有
무지외반증 모양 ‘엄지발가락’ 통해 조기진단 가능
신생아스크리닝 중요…신약, 빠르면 올해 美 허가

동화 속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믿기 어려운 병이 현실에 있다. 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희귀질환 ‘진행성골화섬유형성이상(Fibrodysplasia Ossoficans Progressiva, FOP)’이 바로 그것이다. 마법사가 요술막대로 마법을 부렸을 때나 일어날 법한 일이 국내 약 50명의 FOP 환우에게 현실에서 일어난다.

FOP는 근육주사 같은 자극으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극 노출 부위'의 근육·근막·힘줄·인대 등에 골화(骨化)를 야기하는 유전성희귀질환으로, 100만명 당 1명 꼴로 발병한다. 이 병의 원인은 ACVR1 유전자의 돌연변이다. 뼈를 만드는 단백질 수용체에 돌연변이가 초래돼 근육과 같은 '연조직'이 다친 뒤 '경조직' 뼈로 바뀌는 것이다.

동화 속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믿기 어려운 병이 현실에 있다. 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희귀질환 ‘진행성골화섬유형성이상(Fibrodysplasia Ossoficans Progressiva, FOP)’이 바로 그것이다. FOP는 아주 작은 자극 노출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근막·힘줄·인대 등이 골화(骨化)되는 유전성희귀질환으로, 100만명 당 1명 꼴로 발병한다. 이미지 제공=게티이미지
동화 속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믿기 어려운 병이 현실에 있다. 몸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지는 희귀질환 ‘진행성골화섬유형성이상(Fibrodysplasia Ossoficans Progressiva, FOP)’이 바로 그것이다. FOP는 아주 작은 자극 노출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육·근막·힘줄·인대 등이 골화(骨化)되는 유전성희귀질환으로, 100만명 당 1명 꼴로 발병한다. 이미지 제공=게티이미지

이 병으로 턱부터 목, 팔, 다리까지 굳는 전신장애가 생긴 김옥자 시인(49세)은 FOP를 “사람들이 믿기조차 어려운 질환”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병명조차 몰라서 설명할 수도 없었고, 몸의 변화를 말한다고 해서 믿는 사람도 없었다”며 이 믿기 힘든 병의 존재를 경험으로 체득하며 12살 어린 나이에 인지하게 됐다고 했다.

“목은 태어난 날 충격을 받아 골화가 진행됐고, 오른쪽 다리는 5세 때 높은 문턱에 넘어진 충격으로 골화가 진행돼 일자로 굳어서 굽힐 수 없게 됐다. 4학년 때 추락사고 후로 조금만 부딪혀도 쉽게 골화가 발생했고, 넘어지기만 하면 골화 진행이 나타나는 것이 반복되다보니 12세쯤 스스로 병을 인지하게 됐다.”

크고 작은 사고로 목과 팔다리에 장애가 생겼지만 그녀는 청소년기까지 걸을 수 있었다. 그녀가 걷지 못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병원 치료로 인한 것이었다.

가난으로 그녀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1988년 취업해 시설에서 생활하게 됐는데, 잘 낫지 않는 감기로 인해 타의로 병원 치료를 받게 됐고 그때 왼쪽 엉덩이에 근육주사를 맞게 된 것이 다리를 앗는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김옥자 시인. 사진 제공=김옥자 시인
젊은 시절의 김옥자 시인. 사진 제공=김옥자 시인

그녀는 “허리 밑 뼈 부근에다 연속으로 주사 2대를 맞고 돌아가는데 걸을 때마다 고관절이 뻐근해지더니 그 강도가 커지고 통증이 심해지고 강직이 발생했다”며 “그 후 다리를 바닥으로 내릴 수 없게 위쪽으로 근육들이 오그라들기 시작해 출근을 하기 위해서는 손으로 다리를 강제로 바닥에 닿을 때까지 누르며 펴야 했다”고 회상했다.

FOP 환자는 주사를 맞더라도 정맥주사나 피하주사 제형으로 맞고 몸 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는 근육주사는 피해야 한다. 근육주사가 골화의 흔한 요인이 되는 까닭이다. 또 물리치료 등과 같은 자극도 골화를 유발하므로 다친 부위에 자극을 주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 당시 병명조차 몰랐던 그녀가 그것을 알 도리는 없었다.

그녀는 "골화 진행으로 발이 하루가 다르게 바닥에서 멀어져 몸을 좌측으로 기운 채 보행하게 됐고, 무리하게 강제로 펴서 재발이 연속됐다”며 “왼쪽 고관절이 조금 불편했지만 관절 기능이 많이 남아 있는 부분이었는데, 왼쪽 고관절을 완전히 잃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1995년 12월 그녀는 걷지 못하는 몸이 돼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시련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집에서 그녀는 “오그라드는 다리를 강제로 자꾸 편 탓인지 다발성 강직으로 엄청난 통증에 시달렸다”고 했다. 거기에 늦둥이 딸을 돌보는 노모의 짐을 덜고자 가눌 수 없는 몸을 움직인 것이 낙상사고로 이어졌고, 심한 통증으로 병원에서 근육주사 치료를 받게 된 것이 의자에 등을 기대고 누울 수조차 없는 상태로 병을 악화시켰다고 한다.

그녀는 “거실을 나가려던 찰나에 실내화가 문턱에 걸려서 바닥으로 거꾸로 처박혔다”며 “그 낙상으로 인해 수저질하던 왼팔을 잃었고, 여러 곳을 다쳐서 병이 더 악화됐다”고 말했다. 또 "낙상사고 이전에도 왼팔을 머리 위로 올리거나 옆으로 벌릴 수 없었지만, 눈썹까지 올릴 수 있어서 혼자 식사를 했었는데 그것마저 어렵게 됐다"며 다친 뒤 어떻게든 혼자 식사를 해보려 한 것이 골화에 더해 통증을 더 악화시켜 병원 진료로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했다.

김옥자 시인은 “어머니의 권유로 작은 병원을 갔는데 주사 처방을 내렸다”며 “그 순간 다리를 잃은 사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고 주사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의사가 아랑곳하지 않고 처방을 해서 결국 강제로 주사를 오른쪽에 맞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녀는 “걸을 수 있었다면 뛰쳐나갔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주사로 인해 오른쪽 고관절에 재발이 나타나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을 수도, 옆으로 누울 수도 없게 됐다”고 했다.

FOP는 몸이 그냥 굳는 병이 아니다. 앞에 '진행성'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계속 변한다. 팔다리가 제각각 굳다보니 휠체어나 침대에 그냥 눕기도 어렵다. 그녀는 "둥글거나 뾰족하게 튀어나온 뼈 때문에 자리가 매우 불편하고, 압박으로 인한 고통이 따라온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압박으로 2차 재발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녀는 몸이 굽은 채 골화돼 누울 때 두 다리가 공중에 떠 있을만큼 악화된 상황이다. 

FOP, 조기 발견하면 골화 진행 막을 2번의 기회 있어

병명도 알지 못한 채 몸이 굳어져 가던 김옥자 시인이 제대로 된 병명을 알게 된 것은 2000년쯤이었다. 지역 지자체에서 장애가 있는 군민 중 치료가 가능한 사람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하면서 삼성서울병원에서 김옥자 시인이 진료를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를 거쳐 정형외과 옮겨진 그녀의 관절 상태를 확인한 교수의 평가는 짧고 명확했다.

“전부 굳었네.”

그녀는 검사가 끝난 뒤 교수에게 병명을 적어달라고 했다. 그것이 ‘진행성골화섬유형성이상(Fibrodysplasia Ossoficans Progressiva)’이었다. 그녀를 불구의 몸으로 만든 이유가 고스란히 적힌 병명이었다. 하지만 병명 이외에 이 병에 대해 알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김옥자 시인은 "FOP 진단 후 나와 같은 사람이 있는지, FOP를 아는 사람이 있는지, FOP 자료도 찾을 겸 자주 검색했다”고 말했다.

그 검색으로 그녀는 국제FOP협회(IFOPA)를 알게 됐고, 국내에서 FOP 연구와 치료를 주도하는 서울대병원 소아정형외과 조태준 교수와도 연을 맺게 됐다. 조태준 교수의 FOP 논문을 검색해 읽은 그녀가 조 교수에게 메일을 보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와 함께 그녀는 FOP 환우모임을 만드는 일에도 나서게 됐다.

“인터넷에 FOP를 검색하다가 이 병을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과 알려야 같은 질환 환우도 보고 찾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해 모임을 카페에 만들게 됐다”고 김옥자 시인은 설명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환우들이 모여들고, 조태준 교수에게 진료를 받은 FOP 환자들이 소식을 듣고 카페에 가입하며 현재 FOP 환우 20명이 FOP단체 한국FOP가족(KFOPOF)의 회원으로 있다.

김옥자 시인은 FOP 환우 중 장애가 아주 심한 편이라 한 때 환우모임 홈페이지 문을 닫기도 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이 환우모임은 외부 활동이 가능한 FOP 환우가 이끌고 있다. 요즘 그녀는 다른 방식으로 FOP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바로 시를 통해서다. 그녀는 2021년 '희망바라기' 3권을 시작으로 올해 봄 ‘낮은 곳에서 부르는 희망가’를 출간하며 FOP로 인한 삶의 애환 등을 시어로 담아내고 있다.

FOP는 무지외반증 형태의 엄지발가락 모양을 통해 신생아 때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조기 발견으로 조심스럽게 생활해 다치는 것을 피하기만 하면 장애를 막을 수 있고, 다쳐서 근육에 염증이 시작된 직후 24시간 내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정맥주사하면 근육이 뼈로 변하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조기 발견만 되면 골화를 막을 2번의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FOP는 무지외반증 형태의 엄지발가락 모양을 통해 신생아 때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조기 발견으로 조심스럽게 생활해 다치는 것을 피하기만 하면 장애를 막을 수 있고, 다쳐서 근육에 염증이 시작된 직후 24시간 내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정맥주사하면 근육이 뼈로 변하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조기 발견만 되면 골화를 막을 2번의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왜 김옥자 시인은 희망을 노래하는 시를 통해 FOP를 세상에 알리려고 하는 것일까. 또 많은 사람들이 FOP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믿기조차 어려운 병이 무지외반증 형태의 엄지발가락 모양으로 신생아 때 스크리닝을 해서 유전자검사로 확진할 수 있는 데다가 FOP 진단 뒤 조심스럽게 생활해 다치는 것을 피하기만 한다면 장애를 막을 수 있는 까닭이다.

현재 치료제는 나와 있지 않지만 다쳐서 근육에 염증이 시작된 직후 24시간 내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정맥주사하면 근육이 뼈로 변하는 것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조기 발견만 되면 골화를 막을 2번의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빠르면 올해 8월 입센의 팔로바로텐이 첫 FOP치료제로 미국에서 허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동 어려운 장애 환우 상황에 맞춘 제도 필요

FOP는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법이 전혀 없는 대부분의 희귀질환과 달리 희망적인 극희귀질환이지만, 현재의 진단과 치료, 관리 현실은 암담하다. 무엇보다 이 병에 대한 낮은 인지도가 문제다. 병원에서조차 이 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조직검사나 물리치료, 근육주사 등의 잘못된 방식의 치료 접근을 하다가 골화가 상당히 진행된 뒤 진단받는 상황이다. 

김옥자 시인은 "국내에서도 브라질처럼 신생아 조기 진단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정부 지원책이 FOP 환우의 실정에 맞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FOP 환우는 마비로 장애가 생긴 환우와 달리 관절이 펴진 채 몸이 굳은 경우에는 휠체어에 앉거나 침상에 똑바로 눕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때문에 "FOP 환우에게는 매트와 방석 같은 보조 물품들이 중요한 문제이고 맞춤이 필요하며 장애인은 보장구 복지 헤택을 받고 있지만, 현재 이 지원을 받지 못한다"며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 서류가 필요한데, 팔다리가 제각각 굳어서 앰뷸런스조차 탈 수 없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김옥자 시인은 "이동이 어렵고, 이동 중 다칠 위험성이 있는 질환을 지닌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제도가 필요하다"며 "영구장애제도나 실사를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장애가 심하기 때문에 더욱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한데도 심한 장애 때문에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재의 역설적인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김옥자 시인은 "앞으로 치료제가 나오면 병원 치료나 지원 혜택이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FOP 환우는 이용이 불편하거나 이용이 불가하다. 팔, 다리가 펴진 채 일자로 관절이 굳은 경우에는 차가 턱 없이 좁다"며 FOP에 맞는 이동 지원이 준비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FOP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여전히 누워서라도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는 김옥자 시인. 손에도 많은 뼈가 생겨서 리모콘형 에어 마우스로 화상 키보드를 터치해 어렵사리 세상과 소통한다는 그녀는 요즘 봄과 그리움에 대한 시를 쓰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시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었을 때 희망이 절실하게 필요했다"는 그녀는 꿈이었던 시를 쓰는 것으로 오히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 "제가 세상 밖으로 나가면 나를 보고 힘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꿈이었다"며 세상 제일 낮은 곳에서 희망가를 부르며 세상을 향해 희망의 홀씨를 날리는 것으로 FOP를 알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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