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학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

신생아 스크리닝검사는 외국에선 이미 1960년대 초에 시작이 됐다. 처음 시작은 희귀 유전질환인 페닐케톤뇨증 등의 유전성 대사질환으로부터였다. 1961년 소아과의사이면서 미생물학자였던 Guthrie 박사는 특정한 아미노산이 있을 때 잘 자라는 특수한 박테리아 균주를 개발했다. 그리고 신생아의 혈흔을 종이(여과지, dried blood spot, DBS)에 묻혀 건조시킨 후 이를 이 특수한 균주가 있는 배지 위에 올려 놓아서 대량의 검체를 스크리닝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물론 현재는 사용되지 않고 역사적인 것으로만 남겨져 있지만, 이 방법을 이용해 1963년도에 미국 전역에서 페닐케톤뇨증을 시작으로 신생아 스크리닝검사가 시작됐다. 이후 단풍당뇨증, 호모시스틴뇨증들이 포함되고 1970년대 초부터는 여과지 혈흔에서 내분비대사물질도 안정적임이 알려지면서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 선천성 부신증식증도 포함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부터 모든 신생아에게 무료로 페닐케톤뇨증, 선천성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스크리닝하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4개 항목(호모시스틴뇨증, 단풍당뇨증, 선천성 부신증식증, 갈락토스혈증)이 추가되어 6개 항목으로 확대 실시됐고 2019년부터 탄뎀매스라는 방법을 이용해 약 20여 종의 유전성 대사질환을 무료로 스크리닝하고 있다.

신생아 스크리닝검사 프로그램에 특정검사나 특정질환을 포함시키기 위한 요건으로는 아래와 같은 사항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 스크리닝 대상질환이 비교적 발병빈도가 높은 질환일 것. 둘째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라도 증상 발현 전에는 진단이 어려운 질환일 것. 셋째 진단이 늦어지면 돌이킬 수 없는 뇌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일 것.

넷째 그러나 조기 진단하면 치료 가능하고 치료 예후가 매우 양호할 것. 다섯째 스크리닝검사가 값싸고 간단하며 충분히 민감도가 높으며, 확진할 수 있는 검사방법이 있는 질환일 것.(스크리닝검사가 최종 확진 검사가 아님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섯째 스크리닝 및 확진 검사 비용과 평생 치료비용이 치료 전(조기 진단 없이 방치된 경우)에 비해 현저한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cost-effective) 등이다. 

페닐케톤뇨증은 이러한 모든 요건을 매우 잘 만족시키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이다. 미국에서는 발병빈도는 신생아 약 1만5,000명 당 한 명의 발생률을 보이나 우리나라는 약 5만명 당 1명의 발생빈도를 나타낸다. 가장 흔한 질환은 선천성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신생아 3,000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한다. 

신생아 스크리닝검사 초기 프로그램에는 주로 희귀한 유전성 내분비대사질환들이 포함됐지만 최근에는 치료방법이 개발되는 희귀유전질환들이 증가하면서 유전성 내분비대사질환 이외의 질환들도 포함시키는 추세이다. 

예를 들면 중증면역결핍증과 같은 면역계질환, 척수성근위축증, 부신백질이영양증 등과 같은 신경근육질환, 특수한 혈액질환(헤모글로빈이상증) 등이다.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서 앞서 언급한 기준에 맞추어서 신생아 스크리닝검사에 포함될 질환들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그리고 반드시 포함시켜야 할 핵심질환(core disease)과 부가적인 추천질환(secondary condition), 추천하지 않는 질환을 계속해서 새로 추가하고 삭제하며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을 돌아보면 몇 가지 안타까운 문제점들이 있다. 먼저 어떤 질환을 포함시켜야 할지를 심도 있게 논의할 공식적인 전문가 기구가 없다. 희귀질환의 발생빈도는 국가마다 다르고 검사실 수준,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외국의 예를 그대로 적용하는데 무리가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우리나라는 너무 검사실이 많고, 검사실 마다 질환종목도 다르며, 검사의 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너무 분산화 되어 있다. 연간 출생하는 신생아 수는 급감해 연간 25만명 정도다. 이는 외국의 경우 큰 검사실 1~2곳에서 모든 신생아의 검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숫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곳 이상의 검사실에서 스크리닝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검사실이 1~2개 정도로 중앙화되어 있지 않으면 검사의 질 관리도 어렵고, 환자의 확진과 치료과정을 추적하기 어렵다. 이는 필연적으로 각 질병들의 정확한 국내의 발생빈도, 정확하고 빠른 조기 확진 및 전문가에게 빠른 회송들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스크리닝검사는 일정수준의 비율로 재검사를 반드시 필요로 한다. 재검사를 위한 검사결과의 cut-off value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스크리닝하는 대부분의 질환들이 촌각을 다투는 질환들이라 진단부터 치료까지 신속함이 제일 중요하다. 재검이 필요한 신생아의 보호자에게 빠르게 연락해야 하고, 확진할 수 있는 병원을 알려주고 진단이 되면 치료할 수 있는 전문가를 추천하고, 치료 진행 상황을 모니터하는 등의 일련의 네트워크와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이 일련의 과정은 국가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민간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명목 하에 방치(?) 하기에는 너무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손실이 크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적한다면 검사에 사용하고 남은 신생아의 혈흔이 배어 있는 여과지(DBS)에 대한 관리이다. 현재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각 검사실에서 폐기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혈흔이 묻은 여과지는 수십년 보관이 가능하다. 이는 여러 가지 연구 및 검사(예 실종아동 찾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너무나 중요한 자산이다. 부모의 동의 하에 잔여 여과지를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 등에서 보관해 중앙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모 민간기업에서 이를 수집, 저장, 관리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민간분야의 자율성에 맡길 일과 수고스럽지만 국가가 직접적으로 관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신생아 스크리닝검사 분야는 후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분당차여성병원 유한욱 교수
분당차여성병원 유한욱 교수

유한욱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 유태인 유전학센터에서 연수한 뒤 미국의학유전학전문의를 취득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 소장을 거쳐 소아청소년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 이사장, 복지부 선천성기형 및 유전질환 유전체연구센터장, 진흥원 희귀난치병정복사업 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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