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욱 희귀질환 톺아보기] 분당차여성병원 유한욱 교수

지적장애 및 언어지연 등이 동반되는 다양한 증후군의 아이들은 일상이 행복하지 않고, 비사교적이며 주변과의 소통에도 문제가 많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기가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특히 몇가지 질환에서는 아이들이 지나칠 정도로 사교적이어서 부모님의 걱정이 크다. 또한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과흥분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행동양상을 보이는 대표적인 질환인 윌리암스증후군과 엔젤만증후군을 소개하고자 한다. 

낯선 사람이나 어른들에게 친화력이 좋은 '윌리암스증후군'

윌리암스증후군(Williams syndrome)은 윌리암스-뷰렌(Beuren)증후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심장전문의인 이 두 사람이 각각 1961년과 1962년에 뉴질랜드와 독일에서 발달장애가 있고 대동맥판막상부협착을 보이는 아이들을 처음 보고했다. 약 30년이 지나서야 이 질환이 7번 염색체의 장완 근위부(7q11.23)의 미세결실이 원인이며, 이 부위에 위치하는 엘라스틴(elastin)이라는 유전자가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윌리암스증후군은 신생아 1만~2만명 당 1명의 빈도로 발생한다. 원인은 7번 염색체의 장완의 미세결실로 여기에 위치하는 여러 개의 유전자가 결실되어 발생한다. 이러한 유전적 이상은 대부분 난자나 정자가 형성되는 동안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며, 극히 소수의 경우에는 상염색체 우성 방식으로 부모로부터 유전된다. 영아기에는 매우 보채고 소리에 예민하다. 고칼슘혈증, 성장 및 발달지연이 있고 특이한 얼굴모양을 보인다. 위로 솟은 작은 코끝, 긴 인중, 두툼한 입술, 부은 듯한 눈꺼풀 모습을 보인다. 

대동맥판막상부협착증(supravalvular aortic stenosis)이나 말초폐동맥협착증과 같은 심장과 혈관기형이 동반된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혜부탈장이나 탈홍이 잘 동반된다. 목소리는 쉰 듯하나 노래와 춤을 좋아하고 음감과 청각이 예민하다. 치과적인 문제도 때로는 심각한데, 치아의 개수가 모자라거나 에나멜의 형성부전이 있다. 

치열이 고르지 못하여 잘 씹지 못하고 음식물을 그냥 삼킨다.  '칵테일 파티 매너'라고도 표현되는 매우 사교적이고 친숙한 성격을 나타낸다. 지나칠 정도의 정중함(인사를 너무 잘 한다)과 친밀감을 표시하기도 하고,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또래보다는 어른들과 더 가까이 지내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학습능력에 있어서는 언어구사력, 기억력과 기술습득 능력은 비교적 괜찮은 반면, 미세한 운동이나 공간적인 사고, 숫자의 계산을 필요로 하는 지적인 능력은 부족한 경우가 흔하다. 

갑상선기능저하증과 성조숙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진단은 염색체 마이크로어레이 또는 형광제자리부합법(FISH)이라는 유전학적 검사를 이용한다. 일부 환자에서 윌리암스증후군의 다른 특징적 소견은 뚜렷하지 않고 가족성 대동맥판막상부협착증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는 염색체의 미세결실 없이 엘라스틴 유전자의 점돌연변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염기서열분석을 권고한다. 

현재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으나 일생 잘 관리해야하는 질환이다. 특히 낯선 사람이나 어른들에게 친화력이 좋아서 아이들이 나쁘게 이용당하지 않도록 부모님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각 장기의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 조기 교육 및 재활요법이 필요하다. 

치료제 개발 시작된 '엔젤만증후군'

엔젤만증후군은 1965년 영국의 소아과 의사인 해리 엔젤만(Harry Angelman)이 서로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3명의 환아를 보고함하면서 명명됐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적장애, 운동실조(ataxia) 때문에 발생하는 꼭두각시 같은 인형걸음걸이, 과다한 웃음 등을 보였다. 처음에는 이런 특징들을 고려하여 'Happy Puppet Syndrome(행복한 꼭두각시 증후군)'으로 불리었으나 이러한 명명은 환아의 인권을 침해하는 용어로서 1980년대 초부터는 엔젤만증후군으로 부르기로 했다. 처음에는 이 질환이 매우 드문 질환으로 여겨졌으나 사실은 신생아 1만2,000명~2만명 당 1명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학적 원인이 규명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말 즈음이다. 엔젤만증후군은 어머니로부터 유래한 15번 염색체의 이상이 주요한 원인으로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 어머니로부터 유래한 15번 염색체의 장완 근위부(15q11q13)의 미세결실이 원인인 경우가 70~75% 정도를 차지하며 대부분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난다. 10%는 15q11q13에 존재하는 UBE3A라고 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원인이다. 이 경우에는 재발률이 매우 높다. 나머지의 경우는 15번 염색체를 모두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거나 각인과정의 이상이다. 

진단은 이러한 유전학적 변화를 검사로 확인한다. 출생 시의 몸무게와 머리둘레는 정상이며 신생아기에는 신체적으로 건강해 보인다. 3세경이 되면 머리둘레가 잘 자라지 않아서 소두증이 명확해지고 뒷머리가 납작하다. 턱이 큰 편이며 피부색깔은 희다. 주의력결핍과 과다행동, 언어장애와 운동장애가 명확해지나 발달검사를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엔젤만증후군은 언어표현력이 떨어져서 심한 중증 지적장애로 진단받게 되어 인지장애가 과장되는 면이 있다. 소수에서 말하기가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일반적인 언어소통에 필요한 언어표현까지는 발달하지 않아서 부모님들이 많이 좌절하고 실망한다. 비언어적인 표현능력이 있음으로 어느 정도의 소통은 가능하다. 그림으로 구성된 의사소통판, 디지탈기기와 같은 보완대체기구를 이용한 신호언어를 사용함으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대근육의 운동발달이 지연되어서 보통 생후 12개월에 앉을 수 있으며, 걷기는 만 3~4세까지 늦어진다. 일반적으로 유아기에는 걸을 수는 있게 되지만 까치발로 걷거나(첨족보행, toe-walking), 뛰는 듯한 걸음걸이가 특징적이다. 상체를 앞으로 굽히거나 비틀거리며 걷는 경향이 있다. 항상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며 특히 물놀이를 좋아한다. 경련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고 나이가 들면서 빈도는 감소한다. 사시가 자주 동반되어 안과적 검진이 정기적으로 필요하다. 걸음걸이 이상으로 정형외과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과다행동 때문에 다칠 수 있음으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의 엔젤만증후군 환아들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적응하게 된다.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며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비언어적 표현으로 소통을 한다. 단체 활동에 참여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수행할 수 있으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여러 제약회사들이 이 질환에 관심을 기울이며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공적으로 임상 2상을 끝내고 임상 3상을 준비하는 치료제들도 있어서 머지 않은 장래에 엔젤만 증후군아이들의 인지능력, 언어소통, 삶의 질을 높이게 되리라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유한욱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 유태인 유전학센터에서 연수한 뒤 미국의학유전학전문의를 취득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 소장을 거쳐 소아청소년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 이사장, 복지부 선천성기형 및 유전질환 유전체연구센터장, 진흥원 희귀난치병정복사업 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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