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학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유한욱 교수

사람의 체취(body odor)는 개인마다 독특하다. 체취는 진화론적으로는 인류초기에 생물학적 가족을 구별해내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도 여겨진다. 사람의 체취는 다양한 환경적, 유전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결정된다. 성별, 연령대에 따라 다르고 섭취하는 음식, 약물, 피부에 공생하는 세균총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또한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질환들, 예를 들면 간질환, 신장질환, 당뇨병 등이 있는 환자들은 독특한 냄새를 발산하는 경우가 흔하다.

개인적인 유전학적 배경에 따라서도 다르다. 유전학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유전자는 ABCC11이라는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의 주요한 기능은 세포막 밖으로 지방물질을 배출시키는 것이다. 특히 아포크린 땀샘(주로 겨드랑이, 항문 주위에 분포)에서 그 역할이 활발하다. 흥미로운 것은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 특히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유전자의 변이에 의해 기능이 소실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귀지가 건조하고 액취증이 없다. 서양인, 흑인의 경우 약 2% 미만만이 ABCC11 유전자 기능소실에 의한 무액취증이다. 다시 말하면 98% 이상은 겨드랑이 냄새로 고민한다는 것이다. 동양인의 경우에는 반대로 90% 이상이 기능소실 유전자형을 가지고 있고 특히 한국인은 더욱 그러하다. 액취증이 드물다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후천적인 질환이 아닌 선천적인 유전질환 때문에 신생아시기부터 독특한 냄새가 나서 진단명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 네 가지(페닐케톤뇨증, 단풍당뇨증, 이소발레릭산혈증, 트리메틸아민뇨증)를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쥐오줌냄새, 곰팡이냄새가 특징인 '페닐케톤뇨증'

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202310 유전질환과 식이요법편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페닐알라닌수산화효소가 결핍되어 발생한다. 진행하는 지적 장애, 담갈색 모발, 피부의 습진, 색소 결핍을 유발하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이다(, 부모가 보인자이면 이들 사이에 태어나는 아가의 1/4이 환자가 된다). 발생빈도는 서양인에 비해(15,000명 당 1) 한국인은 약 4~5만명의 신생아 중 1명의 빈도로 발생한다. 매년 5~6명의 페넬케톤뇨증 아이가 태어나는 샘이다.

1930년대 노르웨이의 한 과학자에 의해 페닐알라닌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대사 되지 않고 축적, ‘페닐케톤이라는 특수한 대사물질로 변환되어 체액으로 배출된다는 것이 밝혀져 페닐케톤뇨증이라 명명됐다. 페닐케톤이 체액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정상인에서는 맡을 수 없는 독특한 냄새(쥐오줌냄새, 곰팡이냄새)가 환자에게서 난다. 페닐알라닌 제한식이가 지적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195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그리고 1960년대에 들어서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이 질환을 스크리닝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1996년도에 모든 신생아를 검사하게 됐다.

진단은 혈액의 아미노산 농도 측정과 유전자 검사다. 치료는 페닐알라닌을 제한하는 식이요법과 조효소 보충요법이다. 페닐알라닌은 필수아미노산이기 때문에 전혀 먹지 않아도 문제가 생긴다. 식이요법이 불량하여 조절이 안되는 페닐케톤뇨증 청소년, 어른들을 적응증으로 효소 치료제가 주사제로 개발되어 미국과 유럽에서는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다.

달고나냄새, '감초 냄새'가 특징인 '단풍당뇨증'

단풍당뇨증(maple syrup urine disease)은 류신, 이소류신, 발린 등의 아미노산 대사에 관여하는 BCKDH라는 효소의 결핍에 의해 발생한다. 상염색체 열성 유전이며, 세 종류의 유전자가 관여한다. 한국인의 경우 약 20만명 당 1명의 신생아에서 발병한다. 전형적 단풍당뇨증은 출생 시에는 정상이나 생후 1~2주 이내에 구토, 수유장애 등이 나타나며 기면, 진행성 신경계 퇴행이 일어난다. 울음소리는 날카롭고, 혼수 또는 반혼수 상태에 빠지며 근긴장도가 증가한다. 치료하지 않으면 경련, 무호흡, 혼수, 사망으로 진행한다.

신경 증상이 시작되면서 소변에서 특이하게도 달콤한 냄새(maple syrup odor)가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마치 달고나냄새, 또는 한약재인 감초 냄새처럼 익숙한 냄새다.

신생아 선천성대사검사 스크리닝으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확진을 위해서는 혈액의 아미노산 농도의 측정과 유전자 진단이 필요하다. 혼수상태에 빠진 급성기 영아의 경우에는 응급 치료로 혈액 투석을 시행한다. 장기적인 치료로는 세 가지 아미노산을 제한한 식이요법을 권고한다. 근본적인 치료로는 간이식이 효과적이다.

땀에 젖은 발 고린내 냄새 '이소발레릭 산혈증'

이소발레릭 산혈증(isovaleric acidemia) 또한 아미노산 대사 장애로서 류신대사의 세 번째 단계의 장애로 IVDH라는 효소의 유전적 결함에 의해 발생한다.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이다. 유아기부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발가락 땀 냄새(sweaty feet odor) 같은 특유한 소변 냄새가 나는 질환이다. 유기산대사 이상 중에 처음 발견된 질환으로 Tanaka 등이 1966년 처음 보고했다. 이후 국내를 비롯해서 전 세계적으로 여러 증례들이 보고됐다.

발생빈도는 보고에 따라 5~15만 분의 1로 다양하다. 급성형의 경우 환자는 보통 생후 수일 또는 수주에 악화되는 급성 질환을 특징으로 하는 유기산혈증의 임상증상을 보인다. 보통 구토로 시작하나 바로 혼수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저체온증, 국소성 또는 전신성의 경련을 보이기도 한다. 혈액이 산성화하는 심한 대사성 산혈증, 케톤뇨증을 보인다. 정상인에서는 생성되지 않는 이소발레릭산이 증가하면 땀에 젖은 발 고린내 같은 불쾌한 냄새가 난다. 이 질환 역시 신생아 선천성대사질환 스크리닝 검사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소변으로 배설되는 유기산을 분석하고 유전자 검사 등을 함으로 확진한다.

급성기의 치료는 포도당과 중탄산을 함유한 수액과 전해질을 공급하여 단백질의 이화작용을 감소시키며 탈수 및 대사성 산혈증을 교정한다. 장기적으로는 류신을 제한한 식이요법, 저단백 식이를 권장한다. 글리신과 카니틴을 보충하기도 한다.

생선 비린내 냄새 '트리메틸아민뇨증'

트리메틸아민뇨증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나 생선냄새증후군(fish odor syndrome)으로 사회생활을 방해하고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게 만든다. FMO3라는 효소의 유전적 결핍에 의해 발생하는 상염색체 열성유전질환이다. 트리메틸아민이 간에서 정상적으로 대사되지 않아서 체액으로 분비된다. 이것이 생선의 비린내 냄새를 나게 한다. 사실 이 질환은 매우 희귀하다.

그러나 국내 몇몇 언론매체에서 몸에서 썩은 생선냄새가 나는 질환이라고 선정적으로 보도하여 정상적인 사람인데도 자기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이 질환을 의심하여 내원하는 분이 있다. 발생빈도는 20~100만 분의 1로 극히 희귀하다. 뉴기니(New Guinea)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흔하다고 한다.

진단은 소변의 트리메틸아민 농도의 측정과 유전자 검사로 가능하다. 치료는 콜린이 다량 함유된 음식(달걀, 내장, 생선, 콩 종류, 양배추, 브로콜리 등)과 생선섭취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특별한 항생제의 복용과 약산성의 세정제로 몸을 자주 닦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다시 언급하지만 매우 드문 질환이다.

사람의 체취는 일상의 삶에서 많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세제, 탈취제, 향수 등에 소비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체취보다는 품격 있는 성품, 교양, 언어 등에서 우러나오는 각 사람이 지닌 고유한 인향(人香)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분당차병원 유한욱 교수

유한욱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미국 마운트 시나이병원 유태인 유전학센터에서 연수한 뒤 미국의학유전학전문의를 취득했다.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 소장을 거쳐 소아청소년병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분당차여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대한소아내분비학회장, 대한의학유전학회 이사장, 복지부 선천성기형 및 유전질환 유전체연구센터장, 진흥원 희귀난치병정복사업 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코리아헬스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