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션트 스토리] 층판상 어린선 환우 어머니 유은숙 씨
어린선, 대부분 유전자 문제로 비늘 같은 인설이 피부 덮어
피부 건조 막기 위한 보습제·유화제, '어린선 공식 치료법'
산정특례 되는데 매달 50만원 넘게 비급여로 보습제 구매
"하루 500g 쓰는데, 병원선 300g짜리 하루 1개만 처방돼"
어린선 환우에겐 '보습제=치료제'…"급여 더 넓혀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고기 비늘 같이 마르고 딱딱한 피부를 특징으로 하는 희귀질환이 있다. 어린선(魚鱗癬, ichthyosis)이라는 병으로, 병명처럼 얇고 마르고 딱딱한 물고기 비늘 같은 인설이 어린선 환우의 전신 피부를 덮고 있다. 피부의 표면에 인설이 각질처럼 쌓이는 어린선은 대부분 유전자의 이상으로 생기지만, 림프종 등을 비롯한 여러 질환과 약물 복용 등과 연관돼 발생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주 희박한 확률이지만 누구에게든 어린선이라는 희귀질환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어린선은 수십 종의 형태(아형)가 있다. 가장 흔하게는 심상성 어린선이 있고 가장 심각한 형태로는 할리퀸 어린선이 있다. 치명도가 높은 할리퀸 어린선보다 낫지만 심상성 어린선보다는 심한 어린선이 층판상 어린선이다. 어떤 형태의 어린선이든 어린선 환우들은 공통된 문제를 겪는다. 인설로 덮인 피부를 보는 타인의 시선도 시선이지만, 더 우선되는 문제는 몸 전체에 덮힌 인설로 인해 극도의 건조한 피부 트러블과 매일같이 전쟁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습도가 아주 낮은 겨울철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피부가 쩍쩍 갈라질 만큼의 건조함의 수십, 수백 배 되는  피부 건조를 이들은 365일 24시간 겪는다. 때문에 어린선 환우들에게 보습관리는 생애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층판상 어린선 환우 A군(12세)의 어머니 유은숙 씨는 "아들의 하루는 통목욕으로 시작한다"며 "외출 전 통목욕을 해서 피부를 충분히 물에 불린 다음 전신에 연고를 펴바른 뒤 충분히 흡수되게 하지 않으면 하루 보습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습도가 아주 낮은 겨울철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피부가 쩍쩍 갈라질만큼의 건조함의 수십, 수백 배는 될만큼의 피부 건조를 이들은 365일 24시간 겪는다. 때문에 어린선 환우들에게 보습관리는 생애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습도가 아주 낮은 겨울철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피부가 쩍쩍 갈라질만큼의 건조함의 수십, 수백 배는 될만큼의 피부 건조를 이들은 365일 24시간 겪는다. 때문에 어린선 환우들에게 보습관리는 생애 최우선 과제일 수밖에 없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이른 아침 등교 준비에 소요되는 1시간의 대부분을 A군은 보습관리에 쏟아붓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하루 종일 전신에 연고를 덧바르는 일을 반복해야 그나마 보습관리가 된다.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A군에게 여러모로 쉬운 일이 아니다. 유은숙 씨는 "어릴 때는 시간마다 전신에 보습제를 다 발라줬는데,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침에 한 번 등을 발라주는 것 이외에는 혼자 다 하려고 한다"며 학교에서 아들이 홀로 전신에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쉽지 않을 거라며 근심했다. 

그 근심을 그녀는 보습제를 틈틈이 바를 수 있게 가방과 주머니에 여러 개를 담아주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그럼 어린선 환우들은 하루에 보습제를 얼마나 쓸까? 유 씨는 "요즘은 커서 하루에 500g짜리 보습제 한 통을 다 쓴다"며 "모든 환우와 가족이 매달 보습제에 최소 50만원이 넘는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짚었다.

어린선은 별다른 치료법이 없어 현재 공식치료법은 보습제와 유화제를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선은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 질환인데 왜 그렇게 보습제에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일까.

유은숙 씨는 "급여가 되는 보습제 로션이 있는데, 하루에 300g짜리 1개만 처방이 된다"며 "급여를 받는다고 해도 하루 아이가 쓸 양의 절반밖에 되지 않고, 이것을 받기 위해 매일 병원을 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질환의 급여 약이 대부분 환자의 필요 용량에 맞춰서 한 번에 30~120일치가 처방되는 것처럼 급여 방침이 바뀌어야 매달 최소 50만원, 건조한 겨울이면 거의 1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보습제에 부담하는 어린선 환우의 치료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어린선 환우의 보습관리에 필요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머리의 인설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길 수 있어 병원에서 치료재료에 속하는 샴푸와 두피보습제를 따로 처방받아 쓰는데, 이것은 모두 비급여다. 샴푸 한 개가 3만3,000원, 150mL짜리 두피보습제 한 개가 2만8,000원이다. 또 있다. 유 씨는 "저희 아이만이 아니라 다른 환우들이 까치발을 주로 하는데, 발 뒤꿈치 피부가 자꾸 갈라지기 때문"이라며 "봄, 가을, 겨울에 습윤 드레싱을 해주지 않으면 아이들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어린선 환우에게 화상 환자의 피부에 습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쓰는 폼형 창상피복재가 처방되는 이유다. 현재 폼형 창상피복제 메디플렉스 라이트(1개 5,070원) 등에는 선별급여가 적용되는데, 환자가 전체 비용의 80%를 부담하는 구조다. 나머지 드레싱을 하는데 필요한 특수밴드(1회 3,050원) 등은 모두 비급여다. 보습을 위한 로션과 샴푸, 드레싱 등을 위해 어린선 환우와 가족이 하루 껴안아야 되는 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어린선 환우들은 보습관리가 제대로 안 되기 일쑤다.  

이런 까닭에 어린선 환우와 가족들을 위한 온라인 카페 '힘내자 어린선 카페' 등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게 된 환우와 환우 가족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다른 질환의 약제를 시도해보는 상황이다. A군도 피부 표피세포의 증식과 분화를 조절해 피부를 정상화 시켜주는 건선약(네오티가손)을 요즘 매일 복용하고 있다. 유은숙 씨는 "복용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효과가 크다"며 "3개월마다 한 번씩 피검사를 해야 하는데도 각질들이 전체적으로 많이 떨어져서 아들이 계속 복용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린선 환아는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쓰이는 생물학적제제 듀피젠트 주사제를 맞기도 한다. 이런 약들은 어린선에 공식적으로 허용된 약제들이 아니다. 때문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약값은 모두 환우와 가족의 몫이다.

유 씨는 "듀피젠트를 맞는 아이는 한 달에 한 번 맞고 있는데, 회당 비용이 70만원이 든다고 한다"며 "어린선 증상 조절을 위해 쓰이는 약에는 급여가 적용되게 정책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며, 적어도 어린선 치료제로 쓰이는 보습제는 반드시 급여를 더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선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어린선은 격리가 필요한 전염병이 아니다. 피부 겉에 인설이 조금 많이 쌓이는 '질병'일 뿐이다. 어린선을 앓는 환우 역시 남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데 인설이 많다는 이유로 주목하고 기피한다. 이는 역지사지로 생각해볼 문제다. 어느 날 갑자기 아주 커다란 뾰루지가 얼굴에 여러 개 생겼다고 하자. 학교나 사무실에 가야 하는 아침, 지나치는 낯선 사람들마다 그 뾰루지들을 주목해서 보고, 그 뾰루지를 이유로 기피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뾰루지에 낯선 이의 주목 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다른 날처럼 그냥 지나쳐가길 바랄 것이고, 혹 그날이 중요한 면접일이라면 그 뾰루지로 인해 차별받기 원하지 않을 것이다. 유은숙 씨는 "저희 아이들은 긍정적인 주목이든 부정적인 주목이든 주목 받는 것을 싫어한다"며 "희귀질환을 앓는 환우들을 어디서든 '평범'하게 바라보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어린선으로 인해 학교나 직장에서 차별을 받거나 좌절하는 일 없이 따뜻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린선 환우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게 끝이 아니다. 피부 표면이 인설로 한겹 더 덥여있어서 체온 조절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운 날에는 더 더위를 타고, 추운 날에는 더 추위를 탄다. 또 내부의 열을 발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금만 뛰어도 열이 오른다고 한다. 요즘 A군은 체육시간에 해열제를 복용하면서까지 반 아이들과 같이 하려 한다. 어린시절 아이들이 모두 떠난 저녁시간 홀로 놀이터에서 놀려고 했던 아이가 변한 것이다. 아이는 노력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그만큼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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