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국내 신규 환자 약 1,000명 발생…면역세포가 '뇌' 공격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경련발작과 이상행동을 특징을 하는 희귀질환이 있다. 바로 '자가면역뇌염'이다. 자가면역뇌염은 여러 세부질환으로 나뉘는데, 가장 흔한 유형은 망상·환청에서 시작돼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경련발작·이상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병이다. 그 다음 유형은 고령층에게 흔해 노인성 치매로 오인받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순태 교수는 유튜브 채널 '서울대병원tv'에서 "가족 중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경련발작, 이상행동을 보인다면 자가면역뇌염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자가면역뇌염은 면역세포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뇌에 염증이 오고, 그럼으로써 경련발작, 기억력 저하, 이상행동이 나타나는 중증 뇌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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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뇌염 환자의 절반, 중환자 치료 필요 

자가면역뇌염은 국내에서 연간 약 1000명이 새로 생기는 희귀질환으로, 병명 그대로 우리 몸의 면역세포의 기능 이상으로 뇌에 염증 반응이 생기면서 초래된다.

이순태 교수는 "감염이 있고 난 뒤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이게 잘못되어 뇌를 공격하게 되는 현상이 있을 수 있고 혹은 몸에 새로운 종양이 생기면서 이 종양을 면역세포가 잡아먹는 과정에서 뇌에 반응을 하면서 뇌염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뇌염이 진행되면 심각한 문제들이 초래된다. 이 교수는 "몸에서 항체가 만들어지는 기간 동안 뇌기능이 계속 떨어지게 되고, 잘못된 면역세포를 제거하지 않으면 중증으로 질병이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자가면역뇌염은 중증의 뇌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 아주 심각한 병이다. 이순태 교수는 "약 50%의 환자가 중환자 치료가 필요하고 25%의 환자는 재발을 해서 환자와 가족에게 아주 큰 고통을 안겨주는 질환"이라며 "서울대병원 신경과에 입원하는 환자의 5명 중 1명이 자가면역뇌염 환자인 경우가 현실"이라고 짚었다.

감기몸살 기운 뒤 몇 주에 걸쳐서 뇌기능 감퇴

자가면역뇌염은 일반적인 진행 과정이 있는데, 감기몸살 기운 뒤 몇 주에 걸쳐서 뇌기능이 감퇴하면서 기억력 소실, 경련발작, 의식저하, 혼수상태 순으로 악화되는 것이다.

이순태 교수는 "자가면역뇌염은 처음 발병한 하루이틀 동안 열이 나고 몸살 기운이 몸에 있을 수가 있다. 이것은 우리가 예방접종을 맞으면 하루이틀 열이 나는 것과 같이 면역반응이 있는 동안 열이 나는 과정"이라며 "몇 주에 걸쳐서 뇌기능이 떨어지면서 기억력 소실, 경련발작, 의식저하, 혼수상태로 진행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가면역뇌염 증상은 바이러스성 뇌염과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때문에 초반에는 두 가지 모두를 고려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이후에 검사를 통해 차츰 가려내는 과정을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NMDA 수용체 뇌염·LGI1 뇌염 등 세부질환으로 나뉘어

자가면역뇌염은 다양한 세부질환이 있다. 먼저 원인 항체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 원인 항체는 30가지 이상 발견이 됐는데, 각각의 항체에 따라서 증상이 조금씩 다르다.

또한 항체가 검출되지 않는 자가면역뇌염도 전체의 반 이상이 되는데, 원인 항체가 없는 경우에는 뇌에 탈수초성질환이라는 질병이 생기거나 급성 파종성 뇌척수염이 오는 경우도 있고 증상 양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항체가 검출되는 자가면역뇌염 중 NMDA 수용체 뇌염이 있는데, 이것이 가장 흔한 자가면역뇌염이다. NMDA 수용체 뇌염은 특징적으로 정신이상 증세로 시작된다. 

이순태 교수는 "뇌염 초기에는 환청, 망상과 같은 정신이상 증상이 있다가 차츰 기억력이 소실되고 경련발작과 언어장애가 생긴다. 계속 진행되면 팔과 다리와 얼굴에 지속적인 이상 운동이 발생하고 혈압과 맥박이 불안정해지고, 침 분비가 과도해지고 호흡이 불안정해진다. 이럼으로써 의식저하와 혼수상태까지 진행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NMDA 수용체 뇌염은 주로 여성 환자에게 많고, 여성 환자의 절반은 난소에 기형종이라는 혹이 있다.

이 교수는 "이 기형종을 면역세포가 잡아먹는 과정에서 항체가 생기고, 이 항체가 뇌에 있는 NMDA 수용체에 달라붙으면서 병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면 기억력을 포함해서 뇌에 있는 대부분의 기능들이 소실되고 짧으면 3개월, 길면 2~3년까지 면역치료를 받아야지만 기능이 호전되는 장기간의 투병생활을 필요로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가면역뇌염 중 두 번째로 많은 형태가 LGI1 뇌염이다. 발견된 지 10년이 채 안 된 LGI1 뇌염은 고령층에 많기 때문에 노인성 치매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순태 교수는 "치료가 늦어지면 인지기능장애가 남게 되고, 그래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병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뇌수술로 조직 떼어내 '면역치료 표적' 찾아 치료하기도

자가면역뇌염은 여러 유형으로 나뉘어지기 때문에 진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는지 하는 병력이다. 이 교수는 "이런 내용들을 잘 정리해두고 혹시 경련발작이나 이상운동이 있는 경우에는 동영상을 찍어두면 의료진에게 큰 참고가 된다"고 설명했다. 

진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검사를 하는데, 혈액검사, 뇌MRI 검사, 뇌척수액검사, 뇌파검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순태 교수는 "혈액검사로는 감염성질환이 있는지, 전신에 동반된 자가면역질환이 있는지, 혈액에 자가면역뇌염의 원인 항체가 있는지를 검사한다"고 말했다.

뇌MRI는 뇌 손상 부위와 정도를 가늠하기 위해 검사를 하는데, 실제로 많은 자가면역뇌염 환자들이 뇌MRI에서는 병변이 보이지 않는다. 이 교수는 "이것은 항체가 뇌에 달라붙어서 기능적으로 뇌를 마비시켰지 구조적인 손상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자가면역뇌염에서는 다른 감염성뇌염을 감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뇌MRI를 촬영한다. 또 치료과정이 잘 진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뇌MRI를 촬영하는 경우도 많다.

뇌척수액검사도 하는데, 뇌와 척수 사이에 있는 액체인 '뇌척수액'을 허리에서 뽑아서 감염성 원인이 있는지, 또는 원인 항체가 있는지 등의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 교수는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가면역뇌염의 원인 항체 검사인데, 실제로 환자의 30~40%에서만 항체가 검출되기 때문에 항체가 없다고 해서 자가면역뇌염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만약 면역치료에 반응이 없이 환자가 악화되거나 종양이나 혈관염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다면 이런 경우에는 뇌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이순태 교수는 "조직검사는 뇌수술이고, 조직을 얻어서 분석함으로써 면역치료의 표적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게 된다"며 "따라서 원인 항체가 검출이 되면 거기에 맞춰서 더욱 정밀한 면역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3분의 2 환자, 호전…3분의 1은 중증장애 얻거나 사망

자가면역뇌염이 의심될 때는 항바이러스제, 면역치료제, 항생제 등이 초기에 동시 투여된다.

이 교수는 "자가면역뇌염의 원인 검사가 모두 나오는데까지는 1~2주 이상 걸리기 때문에 모든 결과를 가지고 치료를 하기는 늦다"며 "따라서 항바이러스 약물, 면역치료제, 항생제 이런 것들을 모두 처음에 같이 시작하고 나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배제가 되면 하나씩 약물을 중단하고 면역치료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자가면역뇌염 치료제는 1차 치료제와 2차 치료제로 나뉜다. 1차 치료제는 스테로이드와 면역글로불린이 대표적이다. 스테로이드는 자가면역질환에 널리 사용되는 염증치료제로, 5일간 주사로 사용한 뒤 필요한 경우엔 경구약으로 바꿔서 투여한다.

면역글로불린은 비특이적인 항체가 다량으로 들어있는 주사제인데, 이것을 투여하면 원인 항체가 분해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5일 동안 주사한 뒤 매달 추가로 주사할 수 있다.

이순태 교수는 "이런 1차 치료제를 사용하면 약 3분의 1의 환자가 호전되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2차 치료제가 필요하게 된다"며 "2차 치료제는 좀 더 전문적인 면역치료제로 리툭시맵,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토실리주맵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리툭시맵은 B세포라는 항체 만드는 면역세포를 제거하는 약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총 4회까지 주사하고, 필요하면 한 달에 한 번씩 더 주사할 수 있다.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는 항암제 계통으로 아주 강력한 면역억제제인데, 매달 한 번씩 주사해서 6개월간 치료한다.

토실리주맵은 인터루킨 6(IL-6)라는 면역매개물질을 차단하는 약물이다. 이 교수는 "기존 치료에 반응이 부족한 경우에 빨리 회복시키고자할 때 사용하는 약물"이라며 "급성기 치료가 완료되면 장기간 경구용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자가면역뇌염은 초기에 신속하게 치료하면 질병의 속도가 늦춰지지만 완벽히 브레이크가 걸릴 때까지 계속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중증뇌질환이다.

이순태 교수는 "환자 3명이 있으면 1명은 치료에 잘 반응해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되고, 나머지 1명은 치료에 반응해 부분적으로 호전 되지만 장애가 남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필요하고 마지막 한 명은 모든 치료에도 호전이 없고 계속 악화돼 중증장애를 얻게 되거나 사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행인 것은 국내 자가면역뇌염 치료 수준이 글로벌 1위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자가면역뇌염은 치료가 복잡하고 몇 년 동안 긴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진은 자가면역뇌염 분야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치료를 하고 있다. 국내 치료법은 미국이나 유럽 학계에서 따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희망을 갖고 꾸준히 치료를 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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